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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다연 방송작가 / 기사승인 : 2020-09-16 00: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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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방송작가로 일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울산에는 방송국이 별로 없는 만큼 자리도 잘 없어서 일을 시작하기 어려웠다. 그렇게 한동안 생각을 접고 지내다가 작년에 짐을 싸서 아예 서울로 올라왔고, 서울은 지방보다 일자리도 많고 직업도 다양했다. 돈을 버는 것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면 재미있는 일을 해볼 기회가 많았다. 서울에서 여러 가지 일을 해보면서 방송작가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다시 들었고, 이력서를 쓰고 면접을 본 결과 두 달 전부터 방송작가로 일을 시작하게 됐다.


주변을 둘러보면 방송 쪽에서 일하고 있거나 해본 적이 있는 사람을 꽤 쉽게 접할 수 있었다. 방송작가로 일을 시작하기 전에 사람들이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때면 대부분은 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했다. 방송 일은 박봉에 업무량은 너무 많고 방송국에 이상한 사람, 속된 말로 또라이가 많다면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고생은 고생대로 다 하고 몸도 마음도 너덜너덜해질 수 있다고 말이다. 그래도 해보지 않으면 모른다고 생각했고 누군가에게는 맞지 않는 일이 나에게는 잘 맞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일반적으로 방송작가가 프리랜서로 분류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4대 보험의 혜택도 받을 수 없고 근로자로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계약직으로 프로그램을 옮겨 다녀서 안정적이지 못한 문제가 있지만, 반대로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능력과 재량에 맞춰 한 프로그램에 붙어 있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 일을 겸하는 것도 가능하다. 일부 방송사에서는 방송작가를 정규직으로 채용한 곳도 있지만, 이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흔히 말하는 막내 작가, 요즘은 취재 작가라고 하는 이 일은 한 달 급여가 최저시급과 같다. 그럼 급여가 적은 만큼 일도 그 정도만 해야 하는데 툭하면 야근에 집에 가서도 일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 어떨 때는 주말도 고스란히 반납해야 한다. 야근 수당, 주말 수당도 없이 노동 시간은 월등히 많은데 봉급이 그만큼 따라주질 않으니 방송작가는 3D 업종이라고 불리는 것을 피해갈 수가 없다. 그나마 메인작가와 서브작가는 비상근인 경우가 많지만, 대다수의 막내 작가는 상근을 하면서도 야근과 주말 근무가 일상이다.


내가 속해 있는 회사에서는 방송작가라고 하더라도 원하는 사람에 한해서 4대 보험을 가입시켜줬다. 프리랜서로 등록하는 것이 맞을까 아니면 4대 보험을 적용해서 일반 근로자가 되는 것이 맞을까 고민했다. 프리랜서라고 하기에 나는 주5일 정해진 시간에 출퇴근했고, 일반 근로자라고 하기에는 근무시간 이외에도 일하고 주말에도 일하면서 추가 수당을 받지 못하는 프리랜서였다. 회사에서는 이러한 특성을 고려해서 재량근로제를 근로계약서에 기입했지만, 1주 40시간이 지켜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일을 시작할 때 급여는 크게 연연하지 않았다. 일이 재미있다면 적은 돈이라고 해도 즐겁게 일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초과근무 시간이 잦고 주말에도 틈틈이 일해야 하는 상황은 아직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주말에 프로그램 스케줄 때문에 일해야 한다면 평일에 휴일을 받으면 좀 괜찮을 텐데, 주말에도 집에서 근무하고 평일에는 회사에 나와서 근무하는 상황은 사람을 참 지치게 만든다.


그럼에도 왜 이 일을 하느냐면, 힘들지만 일하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내가 직접 아이템을 찾고 프로그램에 나올 사람을 섭외하고 자막을 다는 등 회마다 새롭게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다. 0에서 시작해서 TV에 방송되는 완성본이 나오는 과정에 참여하는 것도 흥미롭고 밋밋했던 영상이 다채롭고 풍성해지는 것도 신기하다. 아직 일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더 색다르게 느끼는 걸 수도 있지만, 내가 누구를 섭외하는지, 어떤 아이템이 선택되는지에 따라서 느낌이 확 달라지기 때문에 지겨울 틈이 없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방송작가에 대해서 사람들이 부정적으로 말했던 것이 좀 걱정이 되긴 했다. 그렇지만 직접 해보니 방송작가는 생각보다 매력적이고 괜찮은 직업이라고 느꼈다. 근무 환경이 좋지 않다보니 많은 일을 하는 것에 비해서 저평가되고 있지만, 일한 만큼 임금을 받을 수 있는 사회가 돼서 방송작가가 ‘잡가’라는 인식이 하루 빨리 사라지고 전문직의 일종으로 자리 잡게 되면 좋겠다.


코로나로 일자리가 사라지고 경기가 침체되고 있는 이 시국에도 방송 업계는 쉬지 않고 여전히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코로나가 다시 심각해지니까 잘 다니던 회사에서 무급 휴가를 주는 가하면, 취업하고도 출근이 한참 미뤄진 친구도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박다연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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