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어른들의 거울

노재용 삼일여고 교사 / 기사승인 : 2020-10-15 00: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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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톺아보기

며칠 전 저녁이었다. 약속이 있어 급히 약속 장소로 걷고 있었다. 초등학교 인도 앞에 아이들이 몰려 있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가까이 가 보았다. 고양이가 길거리에 쓰러져 있었다. 고등학생부터 초등학생까지 호기심과 걱정 어린 마음으로 고양이를 둘러싸고 지켜보았다.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한 아이가 “동공이 열려 있는 걸 보니 죽었어”라고 말했다. 자세히 살펴보니 혀가 길게 나와 있고 숨을 쉬지 않은 것 같았다. 삼삼오오 몰려 있는 아이들은 자기 갈 길을 갔고 나도 내 갈 길을 가려다가 뒤돌아섰다. 2명의 초등학생이 그대로 고양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119로 전화를 걸었다. 남구청 환경과로도 연락했다. 남구청에 전화하니 일과가 끝나 당직자가 전화를 받았다. 해당 부서에 연락해 주겠다고 했고 곧 수거하러 갈 거라는 말을 전했다. 두 아이에게 해당 부서에 연락했으니 걱정하지 말고 집으로 가라고 했다. 아이들은 학원이 일찍 마쳐 조금 여유가 있어 치우는 것 보고 가겠다고 했다. 기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 이름과 학년을 묻고 기록해 두었다.


이튿날 아침 낯선 번호로 전화가 왔다. 남구청 환경과 직원인데 고양이 치우러 왔는데 초등학교 주변을 다 둘러봐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순간적으로 화가 났다. 어제 치운다고 했는데 지금 와서 고양이가 안 보인다고 하니. 두 아이가 늦게까지 사람 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을 걸 생각하니 화가 치밀었다.
“아니 어제 온다고 했는데… 초등학생 두 명이 담당자 올 때까지 기다린다고 했는데 지금 오면 어떡합니까?” 남구청 직원이 말했다. “어젠 일과가 끝나 오늘 통보받고 출동했는데 초등학교 주변을 샅샅이 살펴봐도 안 보여요.” “학교에서 치웠는가 봐요. 학교에 여쭤보세요.”


혹시나 해서 학교 행정실로 전화하고 담임 선생님과 통화할 수 있도록 부탁드렸다. 담임 선생님과 통화하고 자초지종을 얘기했다. 해당 직원이 오늘 아침에 출동해서 아이들이 어제 늦게까지 기다렸을 텐데 걱정이 된다고 말씀드렸다. 담임 선생님은 아이를 불러 물어보겠다고 했다.


잠시 후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아이로부터 얘기를 들었는데 어제 40여 분 후 어떤 아저씨 두 분이 와서 치우고 갔고 자기들은 그 이후 귀가했다는 것이었다. 나는 다행이라고 얘기하고 두 아이가 기특해서 혹시나 학교에서 상을 주든가 생활기록부에 기록되면 좋겠다는 얘기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아침에 전화한 남구청 직원에게 어제 상황을 전해주었다.


두 명의 초등학생의 행동을 보며 나 자신을 되돌아보았다. 어른들은 다들 바쁘다. 그래서 주위에 어려운 일이 있어도 못 본 척 지나친다. 아이들도 바쁘다. 학교, 학원 등으로… 하지만 어른과 다른 점이 있다. 어른들은 괜히 휘말려서 좋을 게 없다는 마음으로 지나치는 반면 아이들은 끝까지 지켜본다(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두 아이의 순수한 마음을 보며 어른으로서 좀 더 모범을 보이도록 노력해야겠다는 각오를 해 본다.


노재용 삼일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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