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류 역사, 그 채취의 필요성

김유신 기억과기록 회원 / 기사승인 : 2020-12-23 00: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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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과 기록

예년 같았으면 이맘때는 한해를 보내는 아쉬움과 새롭게 다가올 해에 대한 설렘을 사람들과 만나 모임을 가지며 만끽하고 있을 때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세를 보이며 가족친지들과의 만남조차 쉽지가 않다. 그래서 집 밖으로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더욱 더 많이 드는 요즘이다.


개인적으로는 여러 박물관에서 진행하고 있는 특별전을 보러 가지 못해서 아쉬움이 크다. 서울, 부산 등에서 흥미를 끄는 특별전 소식을 들으면 겸사겸사 그 지역으로 여행을 다녀오곤 했기 때문에 한 번에 두 가지 즐거움을 잃은 기분이다. 다행히 울산박물관과 울산대곡박물관에서는 특별전이 진행 중이라 제한적이지만 야외활동, 문화생활에 대한 갈증을 다소나마 해소할 수가 있었다.

울산박물관 <신라의 해문, 울산 반구동>
 


울산박물관 2층 역사관(상설전시) 한 켠에 반구동 유적이 전시돼 있다. 그곳에서 출토된 몇몇 유물과 목책 시설의 일부가 진열장 하나에 들어가 있어서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그냥 지나치기 쉽다. 그래서 반구동 유적으로 특별전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내용을 어떻게 채울까’하는 의문이 있었다. 울산 역사를 공부해왔지만 반구동 유적에 대해서는 위치와 목책 정도만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관심을 가지지 않은 탓도 있지만 그와 관련된 연구를 접해본 기억이 없을 만큼 연구도 많이 이루어지지 않은 곳이라 딱 진열장 하나만큼만 알고 있었다. 그래서 특별전의 내용에 대한 의문은 부정적인 쪽에 가까웠다. 


전시는 고대 울산에 있었던 항구의 위치나 그 내용, 유물, 고고학적 내용 등으로 채워져 있었다. 항구가 대외교류와 관련이 있는 시설이니 그와 관련된 교역품도 있고, 우물에 빠진 동물들, 기와를 통해 알아보는 건물지의 성격 등으로 구성돼 있었다. 중간 중간 영상물 등을 활용해서 이해도를 높이는 등 고민하고 사유한 흔적을 찾아볼 수 있었다.


반구동 유적에 대한 자료, 연구의 축적이 부족한 상태에서 일반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전시에서 쓸 내용이 많을 수가 없다. 그럼에도 이번 반구동 전시는 그동안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울산의 항구에 대해 조명한 것, 현재까지의 연구 성과 중 필요한 것을 잘 추려서 제시해줬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인상 깊었던 것은 현대미술처럼 전시한 목책모형이었다. 반구동 유적에서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목책시설이다. 그래서 “당연히” 목책시설을 거의 그대로 옮겨오거나 같은 색감, 질감으로 만들어뒀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예상을 깨고 아주 밝게, 마치 현대의 작품처럼 해 둔 것이 오히려 눈에 잘 들어왔고 목책의 높이, 형태 등을 이해할 수 있게 해줬다.

울산대곡박물관 <울산의 댐과 사람들>
 


대곡댐 건설 20주년을 맞아 기획된 이 전시는 울산에 있는 5개의 댐과 함께 댐의 건설로 인해 고향을 잃어버린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특히 관심 있게 본 것은 실향민에 대한 것이다. 울산은 급속한 공업화 속에 직업을 찾아 온 수많은 이주민의 도시다. 그래서 그들이 어떻게 오게 됐고, 어떤 과정을 거쳐 정착했으며, 어떤 삶을 살았는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연구를 주로 해왔다. 반대로 그 과정에서 고향을 잃고 떠나야 했던 실향민의 이야기는 주류가 아니었다. 한국을 근대화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울산의 빛나고 자랑스러운 역사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일 수도 있고, 단순히 연구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 주제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전시관 입구에 쓰여 있는 문구는 이들에 대한 채록, 자료수집의 필요성을 인상적으로 말하고 있다.


“(전략)… 1962년 1월 울산이 특정공업지구로 지정되고 나서 6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고, 울산에 세워진 마지막 댐인 대곡댐 건설로 이주민들이 고향을 떠난 지도 20년이 되었다. 이제 이주민 1세대는 대부분 세상을 떠나고 몇몇 사람만이 남아 옛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수면 아래에서 사금(砂金)처럼 반짝이는 오래된 기억들을 건져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전시의 마지막 부분에는 사라진 마을의 망향비 모형이 있다. 크고 화려하진 않지만 ‘망향’이라는 단어가 가진 울림이 크게 다가왔고, 역사연구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곱씹어 보게 해줬다. 특별전시관 안에서는 댐의 건설로 소실된 마을에서 거주했던 사람들의 영상이 나오고 있었다. 그들의 기억은 그렇게 기록됐고, 또 다른 사라진 마을에 대한 기록, 고향을 잃은 사람들의 기억을 채록해야 하는 이유를 힘줘 말하는 듯했다.

두 전시는 그동안 울산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주제를 다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반구동 유적은 여러 차례 언급되기는 했지만, 다른 유적, 유물에 비해서 인지도가 떨어진다. 중요하다는 말은 나오는데 제대로 다룬 적이 없다보니 무게감이 덜한 것은 어쩔 수가 없다. 댐은 반구대암각화 문제와 연결돼 인지하고 있지만 우리의 삶(식수)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것에 비해 ‘역사’로서의 인식은 부족하다. 그리고 공업화 과정에서 발생한 실향민에 대한 부분은 조명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주류가 아니라고 해서 중요성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자료와 연구의 축적을 통해 울산의 역사를 조명해 나가면서 더 넓고 깊게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과정을 통해 울산이 그토록 찾고 싶어 하는 정체성이라는 것을 찾아나갈 수 있다. 


김유신 기억과기록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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