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어린이집 아동학대 그랜드 슬램 달성이라는 오명

최미아 울산부모교육협동조합 이사장 / 기사승인 : 2020-10-15 00: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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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교육

1# 흔한 어린이집 교실 풍경 속 좌식 책상에 둘러앉은 아이들. 맞은편에 앉은 어른은 손에 든 비닐봉지로 아이의 얼굴을 수차례 때린다. 또 다른 어른이 비닐봉지로 맞은 아이를 들어 올려 뒤편 책상에 앉힌다.


2# 바닥 가득 이불이 펼쳐진 교실. 이불 밖으로 벗어나려는 아이를 어른은 팔로 끌어와 함께 이불 위에 눕힌다. 온몸을 뒤틀며 어른 품 밖으로 벗어나려는 아이와 그 아이를 양팔로 감싸 안은 어른. 아이는 발버둥치다 얼굴이 빨개진다. 또 다른 아이는 이불에 눕혀져 머리 밑으로 거칠게 베개가 들어오더니 양쪽 볼을 꼬집힌다.


교실 한 켠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본 어린이집 CCTV 영상은 사실을 그대로 담지 못할 수 있다. 뉴스에 나온, 증거로 제출된 어린이집 CCTV 영상은 여러 번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화면을 봐야했다. 한참이 지나고서 보고 또 봤다. 흐린 CCTV 영상 속 어린이집 교사의 움직임에 오해가 있었던 건 아닌지. 놓치고 보지 못한 장면은 없었는지. 비닐봉지로 얼굴을 맞은 아이, 누워서 온몸을 압박당한 아이, 양쪽 볼을 꼬집힌 아이. 모두 20개월을 조금 넘긴 15kg 미만의 3세반 아이들. 그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와 밤새 꿈을 꾸며 보았을 무서운 어른의 모습이 그동안 아동학대를 외면한 우리들의 얼굴과 겹치는 것 같아 더 괴로웠다. 


온몸을 압박당했던 ○○의 가족이 학대를 처음 인지한 8월 초부터 10월 사이, ○○의 엄마는 10년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아이의 정신적 충격에 대한 치료와 양육에 매달리고 있다. 또 다른 가족의 엄마는 학업을 중단하고 아이의 치료와 양육을 맡았다. 또 다른 가족은 항암치료 중이던 엄마가 학기 초에 교사와 원장에게 치료 중인 사정을 알리고 아이를 부탁했다. 지금은 아빠가 회사를 그만두고 아이의 치료와 양육을 맡고 있다. 그들은 모두 양육자로서 받은 충격에 대한 정신적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었다. 자신의 치료 중 아이 돌봄을 맡아줄 또 다른 양육자가 필요했지만 지원은 거기까지 미치지 못했다. 고소자가 없어 피해자 입장에서 적극적이지 않았던 수사에 경찰서 연락을 하고 저장된 2개월분 CCTV 영상을 모두 돌려보며 증거를 수집한 건 피해 부모들이었다. 학대자 처벌을 위한 청와대 청원을 올리고, 지역구 의원과 간담회를 하고, 자비를 들여 변호사를 선임하고 학대자(원장, 교사 2명)를 고소한 것도 피해 부모들이었다.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도움을 청하는 메일을 보냈지만 돌아온 메일은 없었다(10월 6일, 북구 어린이집 아동학대 피해자 부모와 정치하는엄마들 울산모임 간담회에서 전해 들었다). 


10월 8일, 또 한 건의 어린이집 아동학대가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CCTV 영상 속 얼굴은 흐리게 가려졌지만 교사는 거친 손으로 아이의 입에 숟가락을 들이밀었다. 이어서 책상 앞에 앉은 아이의 허벅지 위로 교사의 발이 올라온다. 체중을 실어 누른다. 아이는 고통에 울다가 오줌을 싸기도 했다고 전했다. 


2020년이 다 가기 전 10월까지 언론에 다뤄진 울산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은 1월 남구, 6월 중구, 9월 북구, 10월 동구 총 4건이다. 어느 언론사의 기사 중 ‘아동학대 그랜드 슬램 달성’이라는 글을 본다. 9월 24일 열린 ‘동구, 아동학대 업무 유관기관 간담회’ 사진은 한 상 잘 차려진 고짓집이 배경이었다. ‘아동학대 그랜드 슬램 달성’, 회식이라도 한단 말인가. 아동학대 어린이집은 ‘간판 바꿔치기’로 또 개원할 것이다. 그 간판의 인허가는 누가 하는지 우리는 똑똑히 알고 있다. 묵인하는 모두가 아동학대 공범이다.


최미아 울산부모교육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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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미아 울산부모교육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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