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하엘 엔데의 <모모>

최미선 전 인문학협동조합 망원경 대표 / 기사승인 : 2020-12-25 00: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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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숲

 

원픽 책, 아름답고 신비로운 소설

루나: 수필가 박가화 선생님을 모시고 ‘미하일 엔테’의 모모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어 보겠습니다. 이 책은 샘에게 어떤 책이었죠?


가화: 저의 원픽 책입니다. 아름답고 신비로운 소설이었습니다. 


루나: 가독성도 좋고 재미가 있어서 책을 덮을 수가 없었어요. 하루 밤 만에 다 읽은 소설이었습니다.
가화: 쉽게 읽히고 또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했습니다. 그런데 다른 동화와 달랐습니다. 선악 구도가 있으나 선과 악에 다 몰입할 수 있고 악을 무조건 나쁘다 몰아세우지 않더군요. 어찌 보면 그럴 수밖에 없는 그들을 이해하기도 했습니다. 왜 우리의 모습이기도 했으니깐요. 그래서인지 그것을 풀어내는 데 따뜻함이 있었습니다. 가슴이 먹먹해져 진한 여운이 가시지 않았던 책입니다. 이유 모르게 바쁘다~ 바쁘다 외치는 내가 주어진 시간들을 잘못 사용하고 있지는 않은지를 계속 생각하게 하는 삶의 지침서입니다.


루나: 저자에 대해 알아봐야겠죠. 저자 미하일 엔데는 어떤 사람입니까?


가화: 미하엘 엔데는 독일의 아동문학가입니다. 초현실주의 화가인 아버지 에드가 엔데와 어머니도 역시 화가였는데요 그 부부의 외아들로 태어났습니다. 그러니 어땠겠습까? 부모의 예술가적 기질은 엔데에게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루나: 아버지가 유명한 화가였잖아요?


가화: 그렇죠. 몽환적이고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그림을 그렸어요. 그 아들인 미하일도 예술 방면에 재능이 뛰어났던 것 같아요. 호기심도 많았고 아버지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루나: 연극배우도 했더라고요.


가화: 2차 세계대전 후 뮌헨에서 드라마 학교에 잠시 다니기도 했어요. 그래서 연극배우, 연극 평론가, 연극 기획자로 활동하기도 했답니다. 작가 이미지 검색을 해보니 굉장히 잘 생겼더라고요. 덥수룩한 수염에 귀티가 나고 예술적인 느낌이 있더라고요. 책도 좋고 사람도 좋았어요. 

 

1960년에 첫 작품 <기관차 대여행>으로 독일 청소년 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본격적인 작가 생활을 하게 됩니다. 그 이후 73년에 발간한 <모모>로 전 세계적인 작가가 됩니다. 그런데 이 <모모>는 부제가 굉장히 깁니다.


루나: 뭐죠?


가화: ‘시간을 훔치는 도둑과 그 도둑이 훔쳐간 시간을 찾아주는 한 소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부제목만 봐도 어떤 이야기를 할지 확 와 닿는 것 같아요.


루나: 작가는 언제 세상을 떠났죠?


가화: 다작을 하지는 않았어요. 1995년에 위암으로 세상을 떠났어요.

현대를 담다

루나: 책이 1970년대에 나왔어요. 그럼에도 현대성을 잘 담아내고 있어요. 지금 읽어도 전혀 이질감이 없어요. 오히려 70년대보다 지금 이 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가화: 맞습니다. 이 책은 1973년 발간됐는데요. 어떻게 우리 삶을 보는 듯이 이렇게 적었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1950~60년대가 재건과 부활의 시대라면 1970년대는 초고속 성장의 시대라고 할 수 있어요. 대량생산 대량소비가 나타나기 시작했어요, 공장 대부분에 컨베이어벨트 시스템이 도입됐습니다. 


루나: 울산에서는 낯설지 않은 모습이에요.


가화: 맞아요. 사람이 출근하면 컨베이어벨트 앞에 서게 됩니다. 그 앞에서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최소의 동선 공간으로 일을 하게 됩니다. 마치 기계의 한 부품처럼 말이죠. 


루나: 그래서 발생하는 게 인간소외 아닌가요?


가화: 네 그렇습니다. 인간소외, 소통의 부재가 나타납니다. 컨베이어 시스템을 아시겠지만 조금만 시간을 놓치면 돌아가는 물건들이 쌓여서 공정 자체가 마비되고 맙니다. 그래서 오로지 기계처럼 움직여야 하죠. 혹시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 보셨나요?


루나: 네, 다행히 봤습니다. 


가화: 그런 모습들이 잘 나타나 있어요. 찰리 채플린이 나사를 조는 일을 하잖아요. 


루나: 지나가는 여인의 단추만 봐도 조이려고 하잖아요.


가화: 심지어 사람의 코까지 나사로 조이는 장면이 있어요. 그 부분이 기계부품처럼 일하는 인간은 과연 사람인가 기계인가라는 질문을 하게 만듭니다. 미하엘 엔데는 이로 인해 발생하는 자연파괴, 인간성 상실 문제를 비판하고자 <모모>를 지었습니다. 데이비드 로이와 린다 굿 휴는 <모모>를 20세기에 꼭 읽어야 하는 책으로 선정하기도 했어요.

3분 만에 모모 읽기

수천 년 전, 큰 도시들이 번성했고 사람들이 모이는 광장과 경기장 그리고 이야기를 주고받는 원형극장도 있었습니다. 그 후 시간이 흐르고 흘러 큰 도시들은 몰락하고 지금은 작은 마을과 조금 떨어진 곳에 원형극장 터만 남아 있습니다. 그 곳에 고수머리에 큰 남자 재킷을 입고 맨발인 여덟 살쯤으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살고 있습니다. 언제부터 살았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사람들은 원형극장 안 작은 공간에 모모의 방을 꾸며줍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모모를 찾아와 먹을 것과 방을 꾸밀 것들을 가지고 와서 이야기를 나눕니다. 점점 사람들은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으면 모모에게 이야기하러 옵니다. 모모는 그저 사람들의 이야기를 가슴으로 들어줄 뿐이지요. 사람들은 이야기하면서 스스로 그 문제의 답을 알아내서 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마을에 회색신사들이 나타나면서 마을 사람들은 변하기 시작하지요. 그들은 사람들의 시간을 낭비시킨다고 모모를 잡으려 합니다. 그때 아무 데도 없는 집에 사는 호라 박사가 단 30분의 미래를 내다보는 거북 카시오페이아를 보내 모모를 데려옵니다. 호라 박사 집에서 모모는 진정한 사람들의 시간을 알게 되고 마을 사람들이 도둑맞은 시간을 찾아주기 위해 다시 마을로 가 회색신사와 싸워 시간을 되찾아준다는 이야기입니다.

원형 경기장

루나: 공간이 오래된 원형 극장이에요. 이곳에 모모라는 아이가 나타나면서 이야기가 전개가 되네요. 이 원형 극장이 주는 묘한 분위기가 있어요. 이것이 상징하는 바가 뭘까요?


가화: 원형 경기장, 원형 극장, 광장의 공통점은 뭘까요?


루나: 열린 공간이다?


가화: 맞아요. 그리스 비극도 그렇지 않나요?


루나: 맞아요. 그리스 비극이 상영된 공간이 열린 극장이었거든요. 비극이 상영될 때 관객들의 몰입도가 굉장히 좋았다고 합니다. 마치 관객들이 등장인물에 도취가 된 것 같은 상태에서 즐겼다고 합니다. 


가화: 모모의 극장도 지붕이 없는 열린 공간입니다, 모든 공연이 탁 트인 하늘 아래서 열렸습니다. 무대에서 그려지는 감동적인 이야기나 우스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때면 무대에서 벌어지는 삶이 자신들의 일상의 삶보다 더 현실 같다는 묘한 느낌을 갖곤 했다고 적혀 있습니다.


루나: 그 이야기에 도취가 되는 거죠?


가화: 그렇죠. 자연 속에서 느껴지는 바람, 햇빛 등의 촉감이 공감을 일으키는 것 같아요. 


루나: 원형 극장이 열린 공간이라면 반대되는 밀실 공간도 있을 거잖아요. 현대의 공간은 밀실 공간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가화: 사람들은 초원, 광장 이런 열린 공간에서 함께하다가 어느 때부터 구획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자신만의 밀실을 가지게 된 것이죠. 밀실이 긍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하죠. 자신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공간이란 의미에서요. 그런데 사람들이 점점 밀실을 소유하게 되면서 욕심을 부리기 시작합니다. 자신의 곳간을 채우기 시작한 것이지요. 그곳에 남의 것을 가로채서라도 더 많이 남들보다 더 많이 채우려는 욕심이 생깁니다. 열린 공간은 점점 황폐해집니다. 함께 공유하며 나누던 공동체가 점점 무너지는 것입니다. 이기심이 생기고 남의 것에 탐을 냅니다. 사실 지금 겪고 있는 코로나19나 홍수 같은 자연재해는 이런 욕심과 일맥상통하기도 합니다. 


루나: 이제는 우리가 중대한 결정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이 온 것 같아요.


가화: 루나는 우리가 앞으로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루나: 저는 우리의 미래는 공동체 살리기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원형극장에서 함께 주인공이 되어 한편의 연극처럼 살다가는 인생은 얼마나 따뜻할까요.

마을사람들의 연결고리, 모모

루나 : 주인공이 모모라는 예쁜 아이예요. 그런데 모모라는 아이의 행색으로, 현대의 한국에 나타난다면 어떻게 될까요? 우리가 모모가 사는 공간에 무언가를 가져다주고 모모를 돌보고 모모의 이야기를 들을까요?


가화: 그런 모습으로 나타난다면 너무 가슴이 아플 것 같아요. 우리나라도 이제 아동학대에 관해 어른들의 관심이 성숙했습니다. 남의 집의 집안 일, 개인적인 가정사로 보아 넘기지 않게 된 거죠. 그 행색이면 당장 아동학대 번호인 1577-1391번으로 전화를 해야겠지요. 


루나: 맞아요. 모모는 누가 봐도 학대받은 아이의 정황이거든요. 현대적으로 본다면.


가화: 심지어 모모는 맨발입니다. 최근에 뉴스에 보도됐던 아이도 한쪽 슬리퍼만 신고 뛰쳐나왔더라고요. 그런 아이를 보면 바로 시설에 전화를 하게 되죠


루나: 그래서 우리는 모모라는 아이를 상징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습니다. 모모는 보육원을 거부합니다. 이 사회가 거대해질수록 시스템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는데 그런 면에서 모모는 시스템을 거부하는 시스템 외부의 존재가 아닌가 생각을 해봅니다. 


가화: 모모는 과거에서 어느 순간 도착한 아이의 느낌이 나요. 과거의 보육원 느낌과 현대의 공동육아는 느낌이 달라요. 1970년대는 효율성을 따지는 철저한 분업사회였습니다. 고아원도 그런 영향으로 역할이 분할돼 있었어요. 그곳에 있는 아이들은 보호자가 없는 상태로 어떤 일을 당해도 그곳의 일로 생각했었습니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어요, TV 공익광고에도 나왔듯이 한 아이가 보육시설에서 나오는 순간 모든 어른들이 보호자입니다, 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루나: 그게 공동체가 살아나는 것 아닌가요?


가화: 맞아요. 이제는 버려진 아이들의 시설이 아닌 육아공동체로 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도 공동체를 잘 키우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루나: 재밌었던 장면이 모모에게 나이를 묻자 모모가 이렇게 대답해요. “100살.” 그 다음에 또 물으니 “102살,” 이렇게 대답하는 장면이 정말 재밌었어요. 또 모모를 읽다보니까 우리의 심청이가 생각났어요. 심청이를 먹여 살린 게 공동체였잖아요. 모모를 먹여 살리는 것도 공동체예요. 그런데 그것이 모모만을 위한 게 아니라는 거죠. 사람들이 모모로부터 얻어가는 게 너무 큰 거예요. 상당한 정서적 혜택과 모모와 상호관계 속에서 많은 것들을 얻어가고 있어요. 


가화: 저도 그런 생각을 했어요. 모모는 그 마을의 공동체를 만드는 물질이 아닐까, 라고요. 아시죠? 신경세포 뉴런과 뉴런 사이에는 시냅스들이 있고 그것들을 연결해주는 신경전달물질이 있어야 근육으로 전달이 가능합니다. 생체는 이렇게 서로 간에 얽히고설킨 연결로 살아 움직여야 합니다. 


루나: 그것이 모모의 역할이라는 거죠.


가화: 네. 사람들이 모모의 방을 꾸며주기 위해서 가구를 가지고 와서 이야기를 합니다. 모모는 들어주고요. 그러면서 그 마을에 유행어가 생깁니다.


루나: 모모에게 가봐…


가화: 사람들은 모모에게 찾아와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합니다. 모모는 그 까만 눈을 끄덕이며 이야기를 들어줍니다. 모모가 해답을 주지는 않지만 해결책을 안고 돌아갑니다. 때론 이웃끼리 싸워서 누군가가 너무 미울 때, 모모에게 얘기하다보면, 그 미운 사람이 없으면 얼마나 썰렁할까, 라며 돌아갑니다. 모모가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공감물질이 분비되고 그 공동체에 피를 통하게 하는 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루나: 성인만 살고 있는 집에 아이만 들어와도 분위기가 확 달라져요. 아이가 별거 안 해요. 오줌 싸고 똥 싸고 울기밖에 안하는 데도 분위기를 싹 바꿔버려요. 그런 역할을 이 모모가 하지 않았나 생각을 합니다.
소통도 그렇습니다. 마음이 연결돼 움직여야 서로간의 공감을 나눌 수 있습니다. 마을 사람들에게 모모가 그랬습니다. 신경전달물질이 돼 연결고리가 되어주는 거죠. 충분한 경청을 통해 감정의 완충지 역할을 해주고 순화된 감정들을 서로에게 연결시켜주는 연결망이 되어주는 거죠. 타자와의 관계에서도 자신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말이죠.

시간은 내가 만드는 내 작품

루나: 이 책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가화: 시간은 말캉말캉~몰캉몰캉~ 내가 주물러 만드는 나의 작품이다.

최미선 전 인문학협동조합 망원경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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