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은 이제 금모래 빛, 삼강주막에서 목을 축이고

이동고 기자 / 기사승인 : 2019-11-13 23:2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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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로 쓰는 자연 이야기
▲ 이제 낙동강은 자유자재로 자신의 몸을 뒤척이며 드넓은 금모래 빛 강변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곳곳에 긴 다리를 가진 백로 등 물새들이 많이 보였다. ⓒ이동고 기자

 

[울산저널]이동고 기자=  오늘 걷기는 상주자전거 박물관 앞 경천교를 건너 삼강주막을 지나 내성천이 휘돌아가는 회룡포까지 가는 일정이다. 경천교를 건너는 동무들 그림자가 낙동강 수면을 가로질러 걸어간다. 지난 달 경천대에서 내려다 본 예천 풍양면 회상리 논을 지난다.

 

 드넓은 모래톱이 발달했는데 지금은 모두 물에 잠겼다고 한다. 논들은 가을걷이가 다 끝나고 흰 비닐천으로 감은 사일리지만 논바닥 곳곳에 무슨 설치미술인 양 놓여 있다. 그걸 ‘공기돌’로, ‘알까기 바둑돌’로, 조금은 현실적으로 ‘글씨를 넣어 광고판으로 쓰자’는 동무들 입심이 모여 경계 없이 넘나들고 한바탕 웃었다. 강변 높은 전망 좋은 곳에 최초의 언문시인 ‘개암 12곡’을 썼다고 하는 김우겸 선생을 기리는 개암정이 있다. 지어진 지는 얼마 되지 않아 보였지만 잠시 길손의 쉼터가 되어 주었다.


이제 낙동강은 강폭 중 모래톱이 반, 흐르는 물이 반으로 유유히 흐른다. 갈대를 끼고 있는 강에는 일인용 배들이 낚시를 즐기고 있다. 이제 대나무로 낚시를 드리우고 세월을 낚는 강태공은 그림자도 없다. 기본 10개 이상의 부챗살 낚시, 아니면 좋은 포인트로 보트를 타고 가 천막치고 낚시를 하는 호사스러운 낚시 문화로 언제부터 바뀌었는지. 강변에 고급 RV와 세단이 줄지어 섰다. 어떤 취미든 새로운 시장을 금세 만드는 사람들이 바로 우리 세대가 아닐까?
등산복 등을 엄청 샀던 그 세대들이 이제 낚시시장을 또 휩쓸고 있다는 동무 이야기가 빈 말은 아닌 듯하다.


공덕천을 지나니 강길은 직선처럼 펴졌고 우리는 그냥 직선으로 쭉 뻗는 농로를 걸어가기로 했다. 얼마 가지 않아 농로를 차지하고 들어오는 볏집 곤포용 트랙터와 마주쳤다. 마침 논에 작업에 들어가는 지라 볏집을 삼키고 말아 압축하고 흰 비닐 포장을 해서 배설물처럼 나오는 마시멜로 사탕 같은 사일리지가 나오는 모습을 보고 환호성을 질렀다. 무슨 용도로 저리 비닐포장을 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는데 혐기성 세균으로 발효를 시키는 과정으로 간혹 미생물제재를 넣기도 한단다. 시간이 지나면 끓일 필요도 없이 먹일 수 있는 소사료가 된다고 한다.

 
마을에 들어서니 풍성하게 매달린 말린 곶감들이 환한 주황색으로 우리를 이끌었다. 조금 사려고 소리를 내니 외국인 노동자가 조립식 사무실에서 나와 주인을 찾으라는데 찾을 길이 없다. 다시 강변으로 올라가 낙동강의 지천 영강이 만나는 근방 쉼터에서 늦은 점심을 들었다.

 
이제 강들은 구부렁거리며 자기 마음대로 몸을 뒤틀었다. 낙동강은 곳곳에 모래톱과 중간 중간 작은 섬, 강변의 버드나무들이 펼쳐져 강이 가진 원래의 모습으로 평온하다. 강 건너 문경시에 속한 배산임수의 마을이 평온해 보인다. 우리가 걷는 땅은 예천군 풍양면이다. 저런 마을에 살던 사람들은 강이 생활의 일부였겠고 인상 깊은 추억들이 이 강과 연결돼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강을 따라 걸어가는 길이 끊어졌는데 호기스럽게 낮은 솔마산을 그냥 가로 질러 넘기로 했다. 마지막 빠져나오는 길이 절벽이고 겨우 나오는 길을 찾으니 아까시나무가 가로막아 조심스러웠다. 길이 아닌 이유가 있었다. 이제 다시 오르는 산길이다.


지치기도 했지만 곧 삼강나루터 주막에서 목을 축일 수 있을 것이라는 말에 힘을 낸다. 예천군은 곳곳에 감나무가 지천이다. 길가 곳곳에 감들이 떨어지고 있었다. 곶감용으로 되지 못한 감들은 늦어 버린 것일까? 때를 잘 만났다. 홍시보다 더 붉은 감잎 단풍을 즐기며 한두 개를 챙겼다.


이제 산길을 넘어 내려가니 삼강주막이 내려다보인다. 낙동강 풍경으로 가히 일급수준이다. 좌측으로 드넓은 모래사장과 반대편의 깎아지른 암벽 강을 가로지르는 달봉교 그리고 오른쪽 저 멀리 보이는 삼강주막이 반긴다. 내려가는 발걸음부터 가벼워진다. 삼강주막은 삼강나루터가 있어 만들어진 명소다. 조선시대 강은 물류의 중심지였다. 낙동강 본류와 내성천, 그 바로 위로 들어오는 작은 금천이 만나는 곳이라 삼강이 된다. 조금은 맑은 듯한 막걸리와 배추전, 도토리묵, 두부 등 안주로 편하게 목을 축였다.

 

잠시 느긋함을 누리기도 전에 짧아진 햇살 때문에 비룡산에서 회룡포 마을을 내려다보는 것이 힘들지도 모른다는 대장 말에 다시 서둘렀다. 낙동강에 보는 없지만 비룡산 입구에 삼강문화단지 대형 전시관과 건너가는 큰 다리를 놓았다. 이미 낙조는 찬란하게 강변 참나무 단풍 절벽산을 비추고 있었다. 낙조로 강 모래톱 무늬는 더 입체적으로 살아나고 참나무 단풍들은 더 붉었다. 너무 서두르다 보니 비룡산 올라가는 길에 한 동무가 따라 붙지 못해 길을 잃기도 하고, 회룡포마을 전망대에 올라갔을 때는 벌써 마을이 어둠에 잠겼다. 아쉬움도 있었지만 오늘 본 것만으로도 감동은 넘쳤다.

 

밤 산길을 내려와 회룡포 마을을 건너는 폭 좁은 이른바 뽕뽕다리를 건넜다. 헤드랜턴으로 다리 아래 내성천을 비췄다. 맑은 모래 위를 흐르는 투명한 물결무늬에 다시 환호성을 질렀다. 저녁을 먹고 나자 내성천 아침 풍경을 기대하며 모두 일찍 곪아 떨어졌다.


이동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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