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전국 시위, 의회 쿠데타로 집권한 메리노 사임

원영수 국제포럼 / 기사승인 : 2020-11-19 00: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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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11월 15일 일요일 페루의 수도 리마에서 임시 대통령 마누엘 메리노의 사임 소식에 5일째 시위를 벌이던 젊은이와 시민들이 환호했다. 국회의사당 앞까지 행진한 군중은 “페루 만세”, “레츠고 페루” 등 슬로건을 외치면서 승리를 자축했다.

 

▲ 15일 마누엘 메리노 임시 대통령이 사임한 후 의회 앞에서 승리를 축하하는 페루 리마 시민들. ⓒ트위터/@TeleSISAmedio

한편 볼리바르 광장에서는 시위 도중 경찰의 폭력 진압으로 사망한 두 젊은이의 장례식이 치러졌다. 이번 의회 쿠데타에 항의하는 전국적 시위를 이끌었던 전국인권협의회의 호르헤 르라카몬테는 “인티 솔텔로 카라마르고와 잭 핀타도는 페루의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한 영웅”이라고 전했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지난 11월 9일 마르틴 비스카라 대통령의 의회 탄핵이었다. 페루 의회는 비스카라 대통령이 몬케과 주지사 시절의 부패 사건과 “도덕적 무능”을 이유로 탄핵 절차에 들어갔다. 11월 9일 의회는 130석 가운데 찬성 105표, 반대 19표, 기권 4표로 탄핵을 의결했고 비스카라는 사임했다. 그리고 국회의장이던 마누엘 메리노가 대통령 권한대행에 취임했다.


그러나 이런 의회 쿠데타는 대중적 저항에 직면했다. 왜냐면 극우 성향의 마누엘 모레노는 이미 권력 남용과 살인혐의로 수사를 받는 중이었고, 일부에서는 범죄조직과의 연루설을 제기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대표적 인권단체인 전국인권협의회(CNDDHH)를 포함한 시민사회가 의회 쿠데타를 비판했고, 청년층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위에 대거 참여했다. 페루 국내의 인권단체와 시민단체 외에도, 국제적으로 유엔 페루사무소, 범미주인권위원회(IACHR), 앰네스티 인터내셔널 등도 의회 쿠데타를 비판했다.


시위는 수도 리마만이 아니라 타크나, 치클라요, 피우라, 와누코, 트루히요, 이키토스, 아르게피아, 쿠스코 등 전국의 주요 도시로 퍼져나갔다. 시위대는 “메리노는 우리 대통령이 아니다” “의회는 우리를 대표하지 못한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본격적인 메리노 퇴진 투쟁에 나섰다.


11월 12일에는 인권단체를 중심으로 전국 총파업과 대행진이 선언됐고, 의회 쿠데타에 대한 저항은 더욱 거세졌다. 그럼에도 경찰은 최루탄을 쏘면서 시위대에 대한 강경 진압을 지속했다. 결국 11월 14일 토요일 밤 청년 2명이 사망하자 상황이 급박해졌고 다음 날 메리노 대통령은 사임을 발표했다.


일시적 권력 공백을 거친 뒤 11월 16일 페루 의회는 프란시스코 사가티를 새로운 국회의장으로 선출했다. 사가티는 페루 헌법에 따라 자동적으로 공석인 대통령직을 승계했다. 사가티는 리마 출신의 엔지니어로 세계은행에서 근무했다. 중도 성향의 보라색당(Partido Morado) 의원으로 마르틴 비스카라 전 대통령의 탄핵에 반대했다.


5일 천하에 머문 메리노의 퇴진과 사가티의 등장으로 비스카라 탄핵 사퇴를 둘러싼 정치적 위기는 현재로선 일단락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가티와 보라색당의 의회 내 입지는 제한적이다. 여러 소수정당으로 쪼개진 페루 의회의 130석 가운데 8석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2018년 3월 페드로 쿠친스키의 사임에 이어 2020년 비스카라의 불명예 퇴진까지 이어진 페루의 정치적 위기는 뿌리 깊은 부패 문화 때문에 현재의 중층적 위기로부터 벗어날 가능성은 그다지 높아 보이지 않는다. 국회의원 가운데 절반 이상이 부패 혐의로 조사를 받는 등 의회와 정치권에 대한 대중의 불신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결국 코로나 위기를 외면한 채 정쟁으로 정적을 제거하는 데 골몰한 부패한 의회와 정치권 전체에 대한 대중적 심판이 이번 페루 사태의 본질이다. 현재 페루에서 코로나19 확진자는 매일 1000명을 넘기고 있다. 11월 16일을 기준으로 누적 확진자는 93만8268명이고, 사망자도 3만5271명에 이른다. 


원영수 국제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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