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을 걸어 한 번 가보라-다대포에서 구포까지

이동고 기자 / 기사승인 : 2019-03-13 23:21:57
  • -
  • +
  • 인쇄
발로 쓰는 자연 이야기
▲ 낙동강 최하류 지역인 다대포 해수욕장에 펼쳐진 드넓은 모래언덕. 저 멀리 보이는 것이 가덕도다. ⓒ이동고 기자


지난 주말은 동무들과 이틀에 걸쳐 48km를 걸었다. 부산 다대포 해수욕장부터 물금까지. 오래전부터 낙동강 1300리를 걸어오며 책(남도 정자기행)을 낸 저자가 오랜 동무들 간청을 피하지 못했다. 동남으로 흐르는 태화강 100리길을 걷는 것과는 전혀 다른 체험이었다.

시작은 몰운대 앞 다대포해수욕장. 강변도로를 따라 걷다가 엄궁습지를 지나 삼락생태공원을 끝까지 걸으면 구포다. 구포에서 일박을 하고 화명생태공원을 지나 다시 KTX 철길을 따라 강변길을 걸었다. 드문드문 살구나무가 우릴 반기고 막 피기 시작한 조팝나무길을 따라 한참을 걸으면 양산천을 가로지르는 호포교가 나온다. 물억새 생태정원을 지나면 물금에 자리한 황산공원이 모습을 드러낸다.

부산사람이었지만 다대포해수욕장을 가본 적이 없다. 다대포 해수욕장 하얀 세모래는 부드러웠다. 다대포(多大浦)는 ‘크고 넓은 포구’라는 뜻이다. 낙동강이 끝나는 곳엔 다대포해수욕장이 있고 절경인 몰운대가 있다. 놀란 것은 해안개발로 대부분 없어진 드넓은 사구 모습이었다.

건너편에는 섬 같지 않은 거대한 가덕도가 미세먼지로 슬쩍 가려 보였다. 1300리 낙동강 명성답게 놀차도, 진우도, 산자도, 장자도 섬이 있고 백합등, 대마등도 있다. ‘등(嶝)’이란 쓸려 내려온 모래가 만드는, 섬이 되지 못한 삼각주를 말한다. 오래전 모터 배를 타고 진우도라는 섬에 들어갔는데 사람이 살지 않는 생명들의 천국이었다. ‘세월이 빚은 축복의 땅, 모래섬’이라는 말에 걸맞게 물새들의 천국이자 서식처였다.

이제 다대포는 낙동강 하구둑이 생기면서 강물의 자연스러운 흐름이 막혀 수질은 갈수록 나빠졌고 과거에 비하면 해수욕장으로서 매력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 지금은 개를 데리고, 커플이나 가족 단위로 산책하는 공원으로 더 이용된다. 통보리사초, 해당화, 순비기나무 등 해안식물들을 볼 수 있다.

고향인 합천을 지나는 ‘황강’이 낙동강으로 이어지고 진양호에서 출발한 ‘남강’이 진주를 지나 낙동강에 합쳐진다는 사실도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개개의 강들은 내 인식에서는 낙동강과 연결되지 못한 강이었다.

고등학교까지 부산에 살았고, 한때 구포에 3년 정도 살았지만 백양산 구포지역 강변을 가본 것이 다였다. 간혹 낚시를 다녔고 삽으로 갈대밭 속 구멍 숭숭 뚫린 뻘흙을 뒤집으면 다리털 무성한 ‘칠게’를 꽤나 잡았다. 부산이 집이었던 동무들도 낙동강 걷기에 대한 반응은 마찬가지였다. 나는 과연 부산에 살았던 것일까?

낙동강은 본류 길이만 보면 525km, 1300리로 총 105개의 지류를 포함하면 그 유역은 상상 이상이다. ‘영남의 젖줄’이란 말이 빈말이 아니다. 압록강, 두만강에 이어 우리나라 세 번째로 긴 강인 만큼 수많은 생명체를 키운다. 낙동강이라는 이름은 경북 상주시의 옛 이름 중 하나였던 낙양(洛陽)에서 온 것으로, ‘상주(낙양)의 동쪽을 흐르는 강’이라는 뜻에서 ‘낙동강’이 되었다고 한다. 조선시대는 경상도를 경상좌도와 경상우도로 나누었는데 그 경계선이 바로 낙동강이었다. 과거 바다에 접하던 김해 지역에 위치한 금관가야를 뜻하는 다른 말인 ‘가락’ 동쪽을 흐르는 강이라는 해석도 꽤 설득력이 있다.

한강이 길고 큰 강이긴 하지만 강변 대부분에 시민공원 인공시설물이 들어서, 하류에 장항 습지, 밤섬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자연습지공간이 없다. 한강의 습지는 대부분 제방을 쌓고 직강화해 드넓은 하구의 선상지나 삼각주 등은 없어진 지 오래고 강이 바다와 만나는 폭은 좁다. 하지만 낙동강 습지는 이와는 많이 다르다. 강 길이가 길기에 하류의 퇴적물도 많고 강의 배출구도 아주 넓다. 한강의 최하류 폭은 넓은 곳이 2km정도다. 하지만 낙동강은 을숙도가 있는 자리를 빼고도 최하류 강폭이 2.5km 이상이다.

강변대로를 끼고 강물과 인접한 제방길을 한창 걷다 보면, 드디어 갈대숲과 버드나무, 습지 풍경이 나온다. 이곳이 바로 엄궁습지다. 엄궁습지는 면적 무려 5만1천㎡, 2/3는 저류시설이고 1/3은 유지용수 펌프장 등이 설치돼 있다. 비가 오면 감전천을 통해 흘러들어오는 각종 비점오염물질, 즉 비료나 농약, 교통오염물질, 도시의 먼지와 쓰레기 등이 이곳에서 정화된다. 저류시설에서 침전 작용을 거친 하층수는 방류관을 타고 장림하수처리장으로 보내진다고 한다. 저류시설 인근에는 6천㎡ 규모의 인공 생태습지가 조성됐는데, 여기서 걸러진 맑은 물은 자연정화를 거쳐 낙동강으로 흘러 들어간다고 한다. 태화강을 돌봄에 있어 단순 조경 시각이 아닌 자연생태적인 마인드가 더 필요함을 느꼈다.

낙동대교 아래쪽으로 꺾어 들어가면 삼락생태공원이 시작되는데, 폭 1km, 길이 6km 가까운 광활한 습지공원이다. 드넓은 갈대밭과 곳곳에 자연 습지들, 알 수 없는 생명들이 숨어있을 듯한 으슥한 분위기다. 부러져 썩어가는 나뭇가지, 새롭게 돋아나는 연둣빛 새순들.
건너편은 비행기들이 뜨고 내리고 있다. 그 앞에는 큰기러기로 보이는 새들이 무리 지어 먹이활동을 하고 있다. 그동안 난 ‘태화강 안 개구리’였지 않나.

이동고 기자

 

[저작권자ⓒ 울산저널i.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이동고 기자

오늘의 울산 이슈

뉴스댓글 >

주요기사

+

많이 본 기사

정치

+

경제

+

사회

+

PHOTO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