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의 정원에서 뛰노는 꼬마, 산꼬마부전나비

한상훈 박사,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 소장 / 기사승인 : 2020-10-15 00: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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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동물

▲ 수컷 나비 윗면(등면) ⓒ김성수


▲ 수컷 나비 아랫면(배면) ⓒ김성수

▲ 암컷 등면 ⓒ김성수


■ 국명: 산꼬마부전나비
■ 북한명: 숫돌나비
■ 학명: Plebejus argus(Linnaeus, 1758)
■ 영명: Silver-studded Blue
■ 분류: 인시목 부전나비과
■ 분포: 유럽~동아시아 중위도 지역
■ 국내 분포: 한라산 1400m 이상 건조한 초지대
■ 현황: 국지적 제한 분포종


태평양과 가장 가까운 길목에 있는 우리나라 최대의 섬, 제주도. 그곳에는 남한에서 가장 높은 산, 한라산이 섬 중앙에 우뚝 서 있고 해안지대에서 한라산 정상 백록담으로 올라가면서 기후에 따른 식물구계의 뚜렷한 변화를 보여주는 천연 식물 자연사박물관으로 그 이름을 세계적으로 널리 떨치고 있다. 해발 1100m를 넘어서면 광활한 고산 초지대가 여기저기 드러나는데, 마치 신들이 정성껏 가꾸어 놓은 정원처럼 이름 모를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꽃들로 계절마다 넘쳐난다. 그 신들의 정원에서만 살고 있는 나비가 있다. 전 세계에 약 6000종이 있는 부전나비과에 속하며, 체구는 겨우 날개 편 총 길이가 3cm의 소형 나비로, 이름도‘산꼬마부전나비’라고 불린다. 매년 7월에서 8월 초라는 짧은 기간 동안에만 한라산 해발 1400m 이상 초지대의 풀밭과 꽃 위를 낮게 날아다니며, 아침에 날개를 펴서 일광욕을 즐기나, 멀리 날지 않는다. 각종 꽃에서 흡밀하고 자주 풀 위에 앉아 쉰다. 출현하는 개체 수는 적지 않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 한라산 고산지대로 분포지가 제한돼 있다. 수컷의 날개 표면은 짙은 청색, 외연의 검은 띠무늬가 폭이 넓은 개체가 많다. 암컷은 흑갈색으로 알은 작은 만두 모양을 하고 있다. 알은 다음 해가 될 때까지 성장을 정지하고 휴면 상태로 월동한다.


이전에는 우리나라 전역에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으며, 이름도 부전나비라 했다. 그러나 내륙에 분포하는 부전나비와는 종이 다른 것이 확인돼, 내륙 개체군을 부전나비라 부르고, 체구가 작아 꼬마라는 이름과 서식지가 고산지라는 의미에서 ‘산꼬마부전나비’라고 국명을 달리 부르기로 하여 현재 통용되고 있다.


산꼬마부전나비의 종명은 그리스어 아르고스(Argos)에서 유래한다. ‘백안의 괴물’이라는 뜻으로, 원래 제우스신과 니오베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과 그 자손을 일컫는다. 그 손자는 거인으로 등에 제3의 눈을 가지고 있거나, 앞에 2개의 눈, 뒤에 2개의 눈, 혹은 무수히 많은 눈(백안)이 전신에 있었다고 전해진다. 제우스신의 아내, 헤라 여신의 명에 의해 암소로 변한 ‘이오’를 감시하고 있었지만, 제우스의 명을 받은 헤르메스에 의해 살해됐다. 헤라 여신은 죽은 아르고스를 다시 공작으로 환생하는데, 많은 눈을 떼어 꼬리 장식 깃털에 붙여놓음으로써 오늘날 공작의 꼬리 깃털에 보이는 눈 모양의 무늬가 만들어졌다고 전해진다. 아종명으로 미크아르구스(micrargus)를 사용하는데, 이는 작은 아르구스라는 의미다. 


제주도 한라산과 달리 산꼬마부전나비가 보편적으로 생활하고 있는 유라시아 중위도 지역에서는 지역적으로 살아가는 개체군마다 형태나 생활사에서 현저한 지리적 변이가 나타난다. 위도가 높은 지역에는 체구가 작은 소형이 나타나고, 수컷은 날개 표면은 밝은 청색. 외연의 검은 띠무늬는 폭이 좁다. 그러나, 남쪽 지역의 고원지대에서는 수컷의 날개 표면은 짙은 청색, 외연의 검은 띠무늬가 폭이 넓은 개체가 많다. 이렇게 지리적으로 차이를 나타내는 개체군들을 아종으로 구분하고 있다. 


왜, 우리나라에서는 한라산 1400m 이상 초지대에서만 살고 있을까? 그 해답은 과거 빙하기라는 지질시대와 매우 연관성이 깊다. 지금보다 온도가 매우 낮은 빙하기에 남하해 제주도까지 진출했으나, 지구가 따뜻해져 남한지역의 고산지대에서조차 살 수 없게 된 것이다. 즉, 한라산의 산꼬마부전나비는 과거 빙하기 시대로부터 살아남은 화석종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앞날은 어둡다. 인간의 화석연료 과소비와 화학물질의 남용에 따른 지구 온난화가 계속 이 상태로 진행된다면, 산꼬마부전나비는 물론이고 한라산 고지대의 신들의 정원도 사라질 것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한상훈 박사,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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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훈 박사,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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