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맞고 지금을 틀리다’와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

원영미 기억과기록 회원 / 기사승인 : 2020-12-16 00: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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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과 기록

사람의 마음은 자꾸 바뀝니다. 좋았던 것이 싫어지고, 눈에 들어오지 않던 것이 예뻐 보이기 시작하는 때가 있습니다. 내가 변한 것일까요? 대상이 변한 것일까요? 둘 다이거나 둘 다 아닐 수도 있겠지요. 상황에 대한 판단도 다르지 않습니다.


제겐 최근 큰 이별을 한 친구가 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일을 시작했고, 결혼 후 최근까지 거의 주말도 없다시피 가게를 운영해왔지요. 갑작스러운 이별로 처리해야 하는 물리적인 일들 말고도 이별을 받아들이는 준비를 하고 있지요.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라 계획이 있었을 리가 없습니다. 과거의 일상을 멈추고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고, 지난 판단에 대한 아쉬움을 곱씹으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듯합니다. 


12월 10일 오후, 연락을 해 보려던 차에 그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함께 태화강 국가정원을 산책했습니다. 다른 한 친구에게도 연락했으나 검찰총장 징계위원회의 결과를 지켜보겠다며 나오지 않겠다고 했다는군요. 그러다 보니 대화는 자연스럽게 검찰총장 징계 문제와 정치 상황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내 주변 사람들은 모두 검찰총장을 지지하는 것 같은데…”, “법무부 장관이 무리수를 두고 있는 거 아냐?”라고 합니다. 징계위원회를 지켜보겠다는 친구의 판단, 즉 징계를 찬성하는 판단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일상에서 만나는 주변 사람들과 다른 이야기를 하는 절친의 생각이 궁금했던 것일까요?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과의 갈등’을 쏟아내는 언론보도에 지쳐있는 저는 친구에게서도 그런 피로감이 있음을 알게 됐습니다. 피로감에도 회피할 수 없는 일이기에, 조심스럽게 ‘그때는 옳았지만, 지금은 틀린’ 경험을 함께 되새겨보자고 제안합니다. ‘금강산댐’의 거짓 공포가 ‘평화의 댐’ 건설이라는 국민적 기만으로 나타났고, 간첩이라던 사람이 사실은 권력기관의 조작 사건에 연루돼 억울하게 오랜 세월 감옥살이를 했던 사건들을 말입니다. 


그리고 판단의 근거는 무엇이었는지를 묻습니다. 내가 들은 이야기가, 내가 읽은 정보가 어느 만큼의 진실을 담고 있는가! 과연 ‘나의 판단은 오롯이 내 것인가!’ 내가 무엇을 보고, 누구와 만나 어떤 정보를 교환하고, 그렇게 취합된 정보를 어떻게 해석하는가에 따라 나의 판단은 결정되는 것이겠지요. 그런 까닭에 나의 판단은 내 것이기도 하지만, 내 것이 아니기도 합니다. 단지 내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때는 틀렸고, 지금은 맞다>라는 멋진 제목의 영화가 있습니다. 좋아하는 배우들이 출연하기도 하지만 제목이 먼저 관심을 끌었습니다. 제 취향의 영화는 아니라 보지는 않았지만 말입니다. 최근엔 ‘그때는 틀렸고, 지금은 맞다’가 아니라,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는 문구가 더 강조돼 인용되고 있습니다(이 말을 인용하는 이들 대부분도 저와 마찬가지로 영화를 보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검찰총장을 임명하고 징계위원회에 회부하는 주체가 동일한데, 상황이 모순적이라는 것이지요. 현실의 상황을 비판하기에 적절한 문구라고 판단한 모양입니다. 


판단은 징계위원회에서 할 것이니, 어떻게든 결론이 나겠지요. 저는 여기에 시시비비를 가리고 싶지 않습니다. 법률과 규칙에 근거한 정확한 판단이 내려지길 바랄 뿐입니다. 다만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는 상황을 저는 경계합니다. 이 말은 과거는 옳고, 현재인 지금은 틀렸다는 말로 대체될 수 있지요. 과거에 정답이 있다는 이러한 인식은 비역사적인 것입니다. 모든 판단은 현재의 것이기에, 현재의 인식 수준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어제의 판단보다 나은 오늘의 판단이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믿기에 오늘의 판단이 틀리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겨울날임에도 햇살은 따스합니다. 산책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의자에 앉아 떠나보낸 사람과의 추억과 아이들의 미래, 계획하고 있는 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짧은 산책을 마치고 친구와 헤어졌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며 생각합니다. 그때는 틀렸지만, 아니 미숙했지만 지금은 좀 더 나은 판단을 하는 하루하루이기를….


원영미 기억과기록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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