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완연한 화장산에서 몸과 마음의 쉼

노진경 시민 시민기자 / 기사승인 : 2020-11-11 00: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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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산행

울주군 상북면의 궁근정, 향산, 길천 세 개의 초등학교가 2016년부터 상북초등학교로 통폐합됐다. 폐교 중 한 곳인 궁근정초등학교는 올해부터 ‘(가칭)울산마을교육공동체거점센터’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이 북적이고 있다. 교육 때문에 떠나는 농촌이 아니라 되레 찾아오는 지역이 되길 바라는 이들의 마음이 그득한 곳이다. 고헌산과 가지산을 병풍 삼은 이 학교의 운동장에 서면 고산준봉들이 포근히 안아주는 듯하다. 개관 전, 준비 중인 공간임에도 여러 사람들의 발길로 시끌벅적하다.


지난 주말 동안 이 공간에서는 시민협력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우리 손으로 센터 가구 만들기’가 목공교실 김산 마을교사의 안내로 진행됐다. 나무를 이용해 울산시민들의 손으로 함께 만든 가구는 거점센터에서 자리를 차지하고 역할을 하게 될 터다. 

 

▲ 시민협력 프로젝트 우리 손으로 거점센터 가구 만들기

따듯한 마음이 모인 보람찬 시간을 보내고 거점센터의 요가교실과 목공교실의 두 마을교사와 쉼의 시간을 보내게 됐다. 동네 카페에서 따뜻한 가을볕 받으며 나른한 몸을 의자에 푸욱 기대었다. 창 너머 산이 울긋불긋하고, 청명한 하늘이 시리도록 푸르다. 이 좋은 계절에 가만히 앉아있자니 좀이 쑤신다.

 

▲ 시민협력 프로젝트 우리 손으로 센터 가구 만들기

둘에게 함께 산으로 산책을 가자며 운을 띄웠다. 수긍하는 대답과 반하게 흔쾌한 표정이 아니다. 나른한 쉼에 훼방 놓는 듯 찜찜한 마음이 든다. 분명 다른 형태의 기분 좋은 쉼이 될 것이라고 믿어보라는 호언장담과 함께 능산마을에서 시작하는 임도를 따라 화장산을 오른다. 

 

▲ 능산마을에서 화장산 정산으로 가는 임도

오르막, 그들의 발걸음이 가볍다. 걸으니 몸이 더 가볍다며 양팔을 휙휙 흔들며 앞서간다. 도리어 요즘 도통 산에 다니지 못한 필자는 가픈 숨을 몰아쉰다. “좀 천천히 가자~”하고 일행을 불러 세운다. 오르막에서 뒤돌아보니 뉘엿뉘엿 해가 넘어간다. 오후 4시, 벌써 하늘의 한 켠이 어둑하다. 겨울이 성큼 가까워졌다는 신호다.


세이지로 향하는 갈림길에 단풍이 울긋불긋 곱다. 요가교실 마을교사인 미진은 “입술색 같다”고 말한다. 산은 “입술이 이렇게 붉어?”라며 반문한다. “립스틱 색이지 그게 뭐 입술색이겠어”라며 대답한다. 별거 아닌 얘기에도 웃음이 난다. 아름다운 경치 덕이다. 세이지에 도착하니 물 위로 하늘이 비친다. 제주의 오름에 온 것 같다며 감탄한다. 경치도 경치거니와 감동할 줄 아는 말랑말랑한 가슴을 가진 이들이 더 아름답다. 

 

▲ 산정의 세이지

 

▲ 억새가 한참인 산길

가을의 화장산은 단풍뿐 아니라 억새도 한참이다. 석양 받아 은빛으로 반짝이며 바람에 살랑거린다. 양쪽으로 난 억새밭을 따라 능골봉으로 향한다. 고헌산, 가지산이 한눈에 들어오는 그 곳엔 정성 가득한 돌탑이 서 있다. 일행들은 길 위를 두리번거리며 마음에 드는 돌맹이 하나씩 집어 든다. 돌을 탑 위에 조심히 놓으며 소원을 하나씩 빈다. “어떤 소원을 빌었어?” 물었더니 둘 다 순박한 웃음으로 “비밀!”이라고 답한다. 그들의 바람이 이뤄지길 바라며 마지막 돌멩이를 살포시 올려본다. 

 

▲ 능골봉으로 향하는 길에 지내리, 송대리가 내려다보인다.

아름다운 능골봉의 일몰을 뒤로하고 화장산 정상으로 향한다. 화장산 정상과 굴암사 사이에 있는 조망바위에 올라선다. 그 판판한 바위에 편히 앉으면 언양읍성과 울산시로 이어지는 고속도로와 국도, 그리고 울산의 문수산부터 멀리 양산의 천성산까지 한눈에 볼 수 있다. 한 낮의 볕 받은 바위의 표면이 아직 따뜻하다. 해가 넘어가는 하늘은 시시각각 빛을 달리한다.

 

▲ 언양읍성을 내려다보며

고속도로, 국도에서 뒤꽁무니에 붉은 빛을 내는 차들의 행렬, 언양읍 여기저기 다니는 차들의 모습을 고요히 바라본다. 멀리 내려다보이는 건물들은 하나같이 각이 졌다. 그에 반해 가까이 있는 자연의 나무와 돌들은 하나같이 동글동글하다. 산정에서 보니 도심은 평화롭고 고요하다. 자연의 나무와 돌들처럼 내 마음도 동글동글해져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 간절히 소원을 비는 중

 

▲ 못안마을과 고운산 자락, 마병산

 

▲ 지내리와 고헌산

 

▲ 산정의 억새밭에서 만난 일몰

넘어가는 해와 함께 추위가 엄습한다. 아쉬운 마음을 남기고 산하로 향한다. 아까 산정에서 본 울산시내로 향하는 붉은 차들의 행렬에 합세할 것을 생각하니 어쩐지 모르게 조금은 갑갑한 마음이 든다. 

 

노진경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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