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아이를 둔 엄마가 겪는 코로나

이지숙 전국장애인부모회 울산지부 울주군지회 총무 / 기사승인 : 2020-10-15 00: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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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칼럼

봄여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벌써 가을이 왔다. 봄에 새 학기가 시작되고도 아이는 학교에 가지 못하고 집에서만 지내야 했다. 자폐장애를 갖고 있는 아이와 종일 집안에서만 보내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우리 아이는 말을 할 수 없어서 의사소통도 어렵고 인지능력도 유아 수준이어서 집안에서만 정적으로 지내는 것이 쉽지 않다. 집에서만 있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아이는 잠자는 시간도 들쑥날쑥해지고 학교에서 배웠던 기초적인 생활지식들을 다 잊어버린 듯 맘 내키는 대로 행동했다. 식욕만 넘쳐나서 살은 더 찌고 야외활동을 잘 못 하는 단조로운 생활 탓에 스트레스를 받아 점점 폭력적으로 변해갔다. 또 마스크 쓰기를 완강히 거부해 아이를 데리고 갈 수 있는 곳이 없었다. 그나마 사는 곳이 시골이라 동네산책 정도는 할 수 있지만 도심에서 살았다면 집 밖에 나가는 일은 상상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 힘든 봄이 지나고 6월부터 등교를 하게 됐다. 다행히 방학이 지나고 지금까지 계속 등교를 하고 있지만 중간에 감기 기운이 조금이라도 있거나 미열이 있을 때는 1주일 정도 학교를 쉬기도 했다. 일교차가 커지는 가을이 오니 또 언제 감기가 올지 몰라 맘 졸이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인간이 맘대로 지구 환경을 오염시켜 예측할 수 없는 재난이 많이 발생하고 있고 앞으로는 더 많이 그리고 더 큰 재난이 발생할 거라고 생각한다. 재난대비 매뉴얼들이 생겨나고 있지만 장애인별 맞춤 재난대비 매뉴얼도 절실히 필요하다. 몇 년 전 지진이 발생했을 때도 나는 자폐 아이를 어떻게 돌봐야 할지 알 수 없었고 그래서 더 불안하고 걱정이 됐다.


코로나가 처음 발생했을 때 긴 시간 학교를 갈 수 없어 정말 당황했고 힘들었다. 아이의 양육을 오로지 엄마가 하다 보니 제대로 된 교육도 할 수 없었고 보육하기도 너무 벅찼다. 학교에서 1주일에 한 번 학습키트를 보내주고 집에서 학습해야 했는데 아이에게 집은 휴식과 자유로 인식돼 있다 보니 학습 자체가 불가능했다. 


앞으로 자폐나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들의 숫자는 점점 더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구의 환경이 파괴되고 공기가 점점 더 오염돼 감에 따라 일반성인보다 면역력이 낮은 아이들이나 노인들이 더 피해를 많이 보게 될 것이다. 지금의 코로나가 노인계층에게 치명적인 것처럼 말이다.


올해는 유난히 큰 태풍이 잇달아 울산지역을 휩쓸고 지나갔고 얼마 전에는 주상복합아파트에 불이 나 강풍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 바이러스나 기상이변 이 모든 것이 지금 지구가 몹시 아프다고 말하는 것 같다. 지구가 아프게 되면 거기에 살고 있는 모든 생명체도 아프다. 나는 점점 병들어가는 지구를 보며 이 지구에서 장애를 가진 내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걱정하며 고민하고 있다. 


이지숙 울산장애인부모회 울주지회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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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숙 전국장애인부모회 울산지부 울주군지회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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