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의 심성과 일본문화

이태영 인문학협동조합 망원경 회원 / 기사승인 : 2020-12-17 00: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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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요즘 들어 일본이라고 하면 아직까지 지속되고 있는 불매운동이 말하듯이 우리한테 썩 유쾌한 기분은 아니다. 가까운 이웃이지만 독도의 영유권을 주장하는 등 가까이 하기에는 정말 거리감이 있는 당신이다. 일본에 대해서 제대로 알려고 해본 적이 별로 없었다. 우리와 비슷한 문화인 것 같으면서도 또 다른 문화 정도로 막연하게 알고 있었다. 일본을 좀 더 알아야겠다고 읽은 책이 <일본인의 심성과 일본문화>다. 나는 부제를 일본문화의 속병으로 일컫고 싶다. 그들의 속병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그렇게 일어 날 수밖에 없었던 근저와 향후 지향해야 할 일본문화의 방향성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저자가 심리학자이다 보니 이지메와 자살특공대 등 일본인들이 가진 심리적 특이성도 잘 보여준다. 특히 일본인들의 특이성이 거대한 페르소나가 돼 집단정신으로 발현될 때는 아주 비정상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도 내비치고 있다. 서양문화라는 이질성이 고착화되는 가운데 토착문화는 경제 및 과학기술의 발전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이런 불균형은 곧 사회적, 문화적 문제로 발생됐다. 그들이 가진 깊은 고민거리의 대부분은 거울에 비친 우리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 문제들 중 몇 가지를 추려본다.


우리나라에도 한때 ‘나는 누구인가?’라는 열풍이 불었지만 일본도 이미 그랬다. 일본이나 한국이나 ‘나 찾기’의 유행은 서양 근대에 수립된 개인주의의 영향이지만 서구의 개인주의와는 상당히 다르다고 보고 있다. 지금 일본은 성장 경제정책이 막다른 길에 있다. 정체된 경제성장의 여파로 일본인들이 의지해온 기업들의 구조조정이나 파산이 더욱더 심각해지고 있고, 개인한테는 기업이라는 외부의 보호막이 무너지고 있다. 이제 개인이 의지할 것은 자기 자신밖에 없다. 그 동안 밖으로 향했던 관심의 방향이 안쪽으로 급선회한다. 나는 누구이며 지금까지 일한 것은 무엇인가라는 회의와 허무가 급습한다. 이 상황은 현재 코로나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국에서도 똑같이 일어나고 있다. 이럴 때 서양 근대가 확립한 개인주의가 과연 유용할 것인지 저자는 의문을 제기한다. ‘나 찾기’라면 기계적으로 서양의 실존철학이나 동양의 고전문헌을 우선 갖다 대놓고 보는 경향이 있는 인문학 분야에서 한번쯤 곱씹어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평등에 대한 문화적 해석도 주목할 만하다. 개성을 중시하는 서구에서는 개인의 능력 차이를 당연하게 여기지만 일본인은 평등주의를 방패삼아 창조적 재능이 있는 사람들의 발목을 잡는 일이 많다고 한다. 아주 몰개성적인 절대적 평등감이 형성됐다고 혹평한다. 또한 경쟁을 없애고 모두가 평등하다는 것을 강조하면 할수록 어디에선가는 무의식적으로 일본적 서열을 만들어낸다고 한다. 이 모순적인 상황은 자유와 책임, 평등을 사회발전적 차원에서 견지하지 않고 어설픈 개념으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우리도 은연중에 민주와 평등을 착각해 가장 개성적이어야 할 민주가 오히려 평등으로 침해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한다.


이혼에 가까운 졸혼이라는 말이 생겨났듯이 가정의 파괴 또한 한국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서양의 ‘홈’이 일본에 들어와 ‘가정’이 되니 가족이 자유롭고 평등해진 위에 엄마와 자식의 관계는 일체화되는 반면 회사라는 ‘가문’에 소속돼 있던 아빠는 ‘홈’에서 기반을 잃고 있다. 그 엄마가 어느 날 하나의 개인으로 자립을 생각하자 모자일체의 세계도 균열이 생겼다. 이전에는 ‘가문’이 무너졌지만 이제는 ‘가정’이 무너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가족은 인류가 외부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사회적 단위다.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는 선택이 아니라 운명적으로 결정된 것임을 자각해야 한다. 과학기술의 발달과 경제적 편의성 등으로 인본을 가르치며 가족을 지탱했던 고유한 문화가 점점 멀어진 결과다. 세대 간 부부 간 가치관의 공유가 있었던 전통문화가 고루한 낡은 제도가 아니라 역사적으로도 든든한 버팀목이었음을 새겨보자.


한편, 아직도 벗어나지 못한 과거 문화에 의한 폐해도 있다. 입시 지옥은 교육 자체가 평등주의적이어서가 아니라 사람들이 유교적 사회관에 의거해 신분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관념은 얼마간 재수 생활을 하더라도 유명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무리한 노력을 쏟게 만든다. 관념이 만든 아이 고생 어른 고생이다.


일본이나 한국이나 서양의 문화와 문물을 엄청 받아들여서 많은 발전을 이루기도 했으며 그 문화는 이미 우리 생활에 엄청 스며들어 있다. 저자는 이렇게 무분별하고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에 파고든 서양문화에 대해 우리가 경제적으로 잘 살게 됐다고 하더라도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 큰 부자가 된 사람처럼 되는 것은 아닐까하고 심히 우려한다. 충분히 공감한다. 일본이나 한국이나 문화현상에서 드러나는 깊은 속병의 원인은 이미 널리 퍼진 서양의 문화와 지금까지 있었던 전통 문화가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충돌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산업화와 경제적 요인들이 추가된다. 이를 위한 치유에는 어느 정도의 시간과 특히 깨어있는 시민정신이 필요하다. 우리는 불편하지만 익숙해 버린 문제점들을 다시 한 번 차근차근 되뇌어 볼 필요가 있다. 굳건한 건축물은 잘 다져진 땅 위에 건설되는 법이다. 든든한 내일의 건축물을 위해서는 오늘의 문화적 혼란을 잘 살피고 부족하거나 과잉된 부분은 정리해야 한다. 저자는 각자 자기 나름의 ‘현대 일본 문화론’을 구축해 이 어려운 시기에 새로운 세기를 향해 올바로 나아갈 것을 요청한다. 각자 자기 나름의 현대 문화론…. 참 좋은 말이다. 그러한 문화론이 합리성과 감성적 터치가 수반된다면 사회문화적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이 부딪힌 문제들은 대부분 우리들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태영 인문학협동조합 망원경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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