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약국-안심택시로 학대 피해 아동 보호하자

이승진 나은내일연구원 이사 / 기사승인 : 2020-10-14 00: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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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울산

최근 한 편의점 프랜차이즈 기업이 미아와 학대 피해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아동안전지킴이집’을 확대하고 있다. 경남 창녕군과 서울 마포구에서 학대받던 아동이 편의점으로 피신한 사례가 주목을 받으면서 해당 기업이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다. 1개월 만에 3000개 점포가 참여를 희망했고, 지금 추세라면 연말까지 1만2000개 점포가 참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밀집도가 높은 편의점 특성을 살려 기업과 점주들이 함께 사회적 책임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형태의 사업이 우리 사회에서 처음 나타난 것은 아니다. 울산 북구에도 유사한 사업이 있었다. 가정방문을 직업으로 가진 전기검침원과 도시가스검침원·안전점검원, 배달업체 종사자들이 위기가정을 발견하면 북구청으로 연락해서 적절한 지원을 할 수 있도록 연계한 사례들이 있다. 치킨전문점 대표가 한 가정에 배달을 나갔다가 열악한 주거 환경을 발견하고 신고한 것이 계기가 됐다. 


북구청은 이런 경험을 살려서 좀 더 안정적인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바로 ‘안심약국’과 ‘안심택시’다. 두 사업 모두 ‘북구 청소년상담복지센터’가 북구청에 제안하고 수탁받아서 운영하고 있다. 부족한 예산에 생경스러운 사업임에도 당시 담당 계장이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해서 추진했다는 사실도 눈여겨 볼만하다. 


먼저 안심약국은 ‘울산광역시약사회 북구분회’ 8개 약국이 북구청의 지원을 받아서 가출과 임신, 폭력 등 위기상황에 처한 청소년에게 진통제와 응급처치약품, 임신테스트기 등 일반의약품과 의료기 등을 무료로 지원하고, 필요하면 관련 병·의원과 청소년 상담기관을 연결한다. 지역 약국이 위기(잠재) 청소년을 발굴하고 보호하는 역할을 맡은 것이다.


이 사업은 최근 울산광역시와 시의회, 아동보호전문기관이 공동으로 주최한 ‘아동학대예방포럼’에서 소개됐고, 주관부서였던 복지여성건강국이 전격적으로 송철호 시장에게 보고한 후 결재를 받아 각 구·군청과 수탁기관을 통해 추진한다. 시청 정책자문 기구인 ‘미래비전위원회(시민복지증진분과)’의 건의사항이기도 했지만 상당히 발 빠르게 추진된 측면이 있다. 바람직한 민·관 협력 모델이다. 포럼 개최에 그치지 않고, 지자체 사업으로 연결했다는 점에서 향후 울산시의 아동학대 정책에 관한 기대치를 더욱 높이게 한다. 


이번 포럼에서 안심약국과 함께 제시된 사업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안심택시다. ‘위기아동 긴급수송 체계’로서 위기아동 일시 보호소 역할을 하는 안심약국과 연결해 가까운 거리에 있는 택시가 보호·상담기관에 수송하는 체계를 갖춘다면 상당한 효과를 거둘 것이다. 앞서 언급한 편의점과도 연계한다면 울산시의 정책적 노력이 더욱 돋보일 수 있다. 이 사업은 현재 ‘울산법인택시조합 자원봉사단’에 소속된 7개 업체 차량 390여 대가 연결돼 있다. 


창녕 편의점 사건에서도 확인된 바와 같이 학대에 시달리던 아이들이 집 밖으로 탈출했을 때 막상 어디로 연락하고, 피신해야 할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 아동학대 신고체계는 112로 통합돼 있다. 신고대응이 해마다 빨라지고는 있으나 경찰청은 아동학대만 전담하는 기관이 아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더욱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는 아동학대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112신고 체계만으로는 역부족이다. 


다만 북구청 시범사업은 의미가 컸으나 기초 지자체 살림이 열악해서 관련 예산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콜센터 구축과 담당 직원 배치, 앱 개발·운영에 필요한 예산이 없는 상황에서 택시업체와 전화로 연결하는 구조만으로는 애로사항이 크다. 이번 기회에 울산시가 안심택시를 확대 시행한다면 경찰청 직원의 격무도 줄일 수 있고, 상당한 정책 사각지대를 채울 수 있다. 장애인콜택시 부르미처럼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교통체계가 아니기 때문에 예산 부담도 적다. 


아동학대가 전국적인 관심사로 떠오른 이때, 각종 위기에 처한 아이들이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자체의 역할과 노력이 돋보일 수 있다. 거꾸로 지자체 사업을 정부 사업으로 전환하는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커뮤니티 케어(지역사회 통합돌봄) 사업의 기반이 될 수도 있다. ‘성민이 사건’과 ‘서현이 사건’ 등 아동학대 사망 사건으로 주목받던 울산시가 이번 기회에 아동복지 정책을 제대로 한 번 선도해 보자. 


이승진 나은내일연구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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