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를 혐오하는 노동법 개악 중단하라

김재인 한국노총 울산본부 정책실장 / 기사승인 : 2020-10-21 00: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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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과 사회연대

추석 연휴 마지막 날. 울주군 상북면 자일대우상용차(대우버스)가 노동자 356명을 대량 해고했다. 경영 악화와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감소 등을 이유로 들었지만 노조는 명분 없는 해고라며 곧바로 울산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냈다. 노조는 현행 정리해고는 경영상 긴박함과 해고 회피 노력에 있어야 함에도 대우버스의 올 1분기 국내 버스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8.3% 감소했으나 대우버스는 오히려 12.5% 증가, 사측의 명분 없는 정리해고를 규탄했다. 더욱이 사측은 해고 대상자 가운데 99%인 355명이 조합원이고 정규직 중 비조합원은 모두 제외돼 있어 명백한 노조탄압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노동자들은 유급·무급휴직, 임금동결, 희망퇴직, 구조조정 등으로 고용시장에서 속수무책 퇴출되고 있다. 코로나19에서 생존하기 위한 고용 유지를 위한 지원과 사용자들의 무분별한 정리해고 등 구조조정을 막기 위한 정리해고법 강화와 해고금지법 제정이 무엇보다 요구되는 상황이다.


지난 10월 5일.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제·사회 전 분야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는 이유로 정부의 공정경제 3법 뿐만 아니라 해고 및 임금 유연화를 골자로 한 노동관계법 개편을 정부와 여당에 제안했다. 주요 근거로 제시한 것은 세계경제포럼(WEF) 발표 기준 우리나라의 고용률은 141개국 가운데 102번째이며 노사관계는 130번째, 임금유연성과 관련해서는 84번째에 있는 등 매우 후진적이라는 것이다. 또한 그동안 노동법은 성역시돼왔기 때문에 노동법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않고서는 앞으로 4차산업 전환과정에서 엄청난 마찰이 예상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양대 노총을 비롯한 노동계는 김 비대위원장의 발언이 노동개악을 시도하는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먼저, 노동관계법 개정에 대한 주요 논거로 제시한 ‘2019년 세계경제포럼(WEF)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자료는 그동안 ‘내용의 공정성 및 신뢰성’ 자체에 많은 문제점과 한계가 지적돼왔다. 즉, ‘경쟁력’이라는 개념은 기업의 경영이론에서 도출된 것으로서 국가 차원에 적용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최근 많은 국가가 국민의 삶의 질 향상과 부합하는 국가능력을 평가요소로서 중요시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히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하고 있는 고용보호지수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보호 수준은 다른 회원국에 비해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고 전체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해고 및 임금의 유연화를 통해 노동관계법을 개편한다는 인식은 잘못된 진단에 근거한 것이다. 이른바 ‘경제민주화’를 이루기 위한 올바른 수단은 지금 시점에서 노동소득 분배율을 제고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게 바로 우리 헌법 제119조에서 규정하는 올바른 ‘경제질서’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저소득 서민과 중소·영세상인 및 자영업자,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 등 특수고용노동자 등과 같은 경제적 취약계층에 피해가 집중되고 있다. 수많은 사업체에서 현재 무급휴직, 희망·명예퇴직, 정리해고 등 구조조정이 진행 중에 있는 반면, 정부 지원정책은 여전히 이들의 고용안정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절박한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추진하고 있는 ‘노동관계법 개편’은 절대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올바른 해법이 될 수 없다. 특히 지난 정권에서 역시 ‘노동시장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쉬운 해고, 임금삭감 등을 추진했다가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았던 역사를 기억해야 한다. 또 다시 박근혜 정권의 전철을 밟는다면 국민의 힘 역시 ‘도로 박근혜당’이라는 인식을 국민에게 심어줄 뿐이다.


지금 우리는 과거의 과오와 실패를 과감히 떨쳐버리고 공정경제와 경제민주화, 상생과 포용의 시대로 나가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국민의힘은 이제 그만 노조 혐오에서 비롯된 노동관계법 개악이라는 정책 추진을 중단하길 바란다. 책임있는 제1야당이라면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노동기본권 보장이 시대정신임을 깨닫고 그 역할과 책임을 다해줄 것을 거듭 촉구한다. 


김재인 한국노총울산본부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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