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비상계엄 중

백성현 글 쓰는 아빠 / 기사승인 : 2020-10-22 00: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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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일기

최근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로 전환됐다는 소식은 반가운 일이다. 다만 가끔 집단적으로 확진자가 발생하는 걸 보면 어디든 안전지대는 없어 보인다. 나라마다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는 있으나 당장의 일은 아닌 듯하다. 속히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다. 모두의 바람일 것이다.


꽤 오랫동안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지구를 잠식하는 동안 우리 가족의 일상은 완전히 뒤바뀌어 버렸다. 여전히 세력화를 멈추지 않는 코로나 때문에 아이 엄마는 현재 비상계엄 중이다. 밖을 나서려고 하면 행선지를 두세 번 묻는다. “어디 가, 뭐해?” 사람이 모이는 장소라고 의심되면 어김없이 내뱉는 말,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이 말하는 당부와 다를 것이 없다. 만약 사람들이 제법 모이는 곳이면 소스라치게 놀란다. 농을 섞어 2주간의 자가격리 후 보잔다. 헐~


나는 부득이하게 학교 학생들과 접할 일이 많다. 여기저기서 강의를 하다 보니 나로선 늘 위험을 안고 다닌다. 최근엔 울산을 벗어날 때가 많았다. 고삐를 늦출 수도 없다. 코로나 확산 지역으로 알려진 곳을 가게 되면 바짝 긴장해야 한다. 때 아니게 열이 나거나 확진이 되면 강의도 끊어질 판이다. 안 그래도 강의가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일이 잦아 이래도 걱정, 저래도 걱정이었다.


비상시국이 아니라면 유치원에 가야 할 아이가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아이 가진 세상 모든 부모들의 고충도 함께 는다. 또래 아이들이 곁에 없다면 엄마나 아빠가 그 역할을 대신해야 한다. 이때 육아분담은 필수이자 가정 내 중요한 이슈가 되기 마련이다. 아이가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는 일이 정녕 부모에겐 행복한 일이지만 아이를 돌보는 일은 결코 수월하지 않다. 더불어 현재 우리는 모두 코로나 상황을 견뎌야 한다. 어느새 이는 또 하나의 현실이 됐다.


요즘은 좀처럼 아이랑 밖으로 나서기도 어렵다. 인근에 있는 공원을 찾았던 적이 있다. 여전히 코로나가 한창이었지만 답답했던 가족들의 행렬은 끊이지 않았다. 곳곳에 삼삼오오 모여 있는 가족들, 다닥다닥 붙어 길게 줄선 아이와 부모들, 모래놀이로 즐거운 아이들, 모두 답답함을 덜어내고자 이곳을 찾았을 터였다. 문득 비대면이 요구되는 이때 아이를 마냥 뛰어 놀게 놔둬도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아이는 남자 아이라 같이 있으려면 과격하게 놀아줘야 한다. 밤잠 잘 재우기 위해서 땀나는 활동은 필수다. 오래 전부터 아이가 농구와 축구에 빠져 있다. 매번 머리에 땀이 흠뻑 젖을 때까지 뛰는 게 다반사다. 최근 은퇴한 농구선수 양동근과 축구선수 손흥민에 빙의할 정도다. 이런 혈기왕성한 아이와 상대해야 하는 아내는 늘 난감하다. 초저녁이 되면 녹초가 되기 마련이다. 난 주말이 돼서야 아이랑 놀아줄 수 있다.


한날 애엄마가 몸살 기운을 보였다. 난 아이와 함께 자리를 피하기로 했다. 아이가 순순히 따라 나섰다. 아내는 카페나 식당에 가지 말란다. 하지만 금세 잊는다. 흘려 들어서다. 평소 내 허점이다. 아이와 난 집에서 가까운 주전 바닷가를 찾았다. 바다를 앞에 둔 카페들도 많아 자주 찾는 곳이다. 아이는 이따금씩 들렀던 고양이 카페에 가잔다. 열 마리 정도의 고양이를 자유분방하게 풀어놓은 아늑한 카페다. 아이는 반려동물을 좋아한다. 그곳에서 아이는 사람들과 친화적인 배 불룩한 고양이를 따라 다닌다. 이래저래 만져도 아랑곳하지 않는 고양이 곁에서 장난을 걸어 본다. 고양이 놀이채를 가까이 가져간다. 잠이 오려고 했던 건지 채를 눌러 잡는다. 몇 번을 뺐다 잡았다 반복하다 고양이는 그냥 가버린다. 아이는 아쉬워한다. 그러나 아이는 포기하지 않는다. 계속 그들을 좇는다.


아내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어김없이 어디냐고 물었다. 아이가 고양이랑 재밌게 노는 장면과 아이랑 잘 놀아주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 영상통화로 전환했다. 순간 당황했다. 카페에 가지 말라고 했던 아내의 말이 떠올랐다. 그걸 보던 아내의 목소리는 커지고 그 소리는 조용했던 카페 공간을 가득 채웠다. 나도 놀라고, 카페 여주인도 놀라고, 손님들도 놀랐다. 아내에게 잔소리 듣는 남자 광고한 셈이다. 아내는 그러거나 말거나 자기 할 말 하고 끊는다. 근데 끝말이 생생하게 전해진다. 또 다시 아이랑 함께 2주 뒤에 오란다. 헐~


경우에 따라선 아내의 말이 지나치다 할 수 있다. 두 달 전 아이가 갑자기 고열이 있어 코로나 검사를 받았던 적이 있었다. 아마 그래서 더 경계심을 가진 것은 아닐지 모르겠다. 당시 다행히도 음성이었지만 우리 가족은 잠깐이나마 가슴을 쓸어내려야만 했다. 사실 아내처럼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다.


분명 코로나19가 우리의 일상을 바꿔놓은 것은 불편한 사실이다. 비대면이 요구되는 요즘이다. 수많은 인간관계 역시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당분간이 될지 몇 년이 흐를지 알 수 없는 지금 우리는 다함께 지혜를 모아야 하리라 생각한다. 함께 살아야 하니까.


백성현 글 쓰는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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