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에 사람이 살고 있을까

조숙 시인 / 기사승인 : 2020-10-15 00: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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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세상

울산은 바다가 가까운 도시다. 조금만 나가면 시원한 동해바다가 출렁인다. 밀접한 대면 모임을 피해야 하는 시기에 바다는 울산시민에게 큰 위로를 주고 있다. 확 트인 바다의 출렁임을 바라보며 한 두 시간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기운이 생기기 때문이다.


바다에 가면 방파제가 보이고 등대가 있다. 등대는 문학적인 상상력을 자극하는 낭만적인 구조물이다. 로버트 에거스 감독의 영화 <더 라이트하우스(The Lighthouse)>는 등대원으로 만난 두 남자의 이야기다. 등대는 암초가 많고 거친 바다에 세우는 빛의 집이다. 두 남자는 한 달 간의 양식을 챙겨들고 등대섬에 도착한다. 안개 속에서 무적소리를 따라 육지를 발견하는 장면은 흑백 영화와 잘 어울리는 인상적인 장면이다. 두 명이 한 조를 이뤄 한 달간 고립된 근무를 하기 때문에 해풍과 안개, 소금기에 지친 등대원들은 서로 교대하며 배를 바꿔 탄다. 등대는 밤에 불을 밝히고 해가 뜨면 불을 끈다. 영화에서는 석탄으로 불을 밝히고 있었다. 밤새 석탄을 집어넣으며 불을 유지하는 것이다. 


등대는 암초로부터 배를 보호하고 육지를 인식하게 해서 항로를 안내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부분 사람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장소에 세우게 된다. 우리나라 최초의 등대 팔미도 등대는 1903년 6월 1일에 처음 불을 밝혔다. 이 등대가 세워진 섬 팔미도는 무인도로 등대원만 거주하는 등대섬이다. 독도 등대도 겨울이 오기 전에 등대원과 수비대를 빼고 모두 철수한다. 겨울을 나기에는 너무나 혹독한 환경이기 때문이다. 한 달간의 양식인 쌀과 밀가루, 라면에 부식을 챙겨 가면 상하기 쉬운 채소부터 먹는다고 한다. 그런데 독도에 접안할 수 있는 시기는 1년에 60일 정도이기 때문에 기상악화로 교대가 미뤄지면 현지조달을 해서 먹어야 한다. 영화에서도 등대를 덮치는 파도와 안개가 그치지 않아 교대하는 배가 오지 못한다. 땅속에 묻어준 비상식량을 꺼내 먹으며 누군가를 위한 길잡이 일을 계속한다. 밤새 불빛을 비추고 안개 속에 무적을 울린다. 


울산 인근에서 만나는 등대는 영화에서 보는 등대와 다른 분위기다. 깨끗한 외양과 넓고 쾌적한 전망대, 파도와 거리가 멀어 보이는 위치 같은 것들이 그렇다. 울산의 울기 등대와 간절곶 등대는 유인등대다.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등대원이 근무한다. 그리고 화암추 등대는 무인 등대다. 사람이 없고 기계로 작동한다. 지금 등대는 영화에서처럼 석탄으로 불을 밝히는 등명기가 아니다. 전기를 사용해 자동으로 일출과 일몰에 맞춰 불을 밝힌다. 그것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선박에 전자해도와 GPS가 있기 때문에 예전처럼 등대에만 의존해 암초를 피하고 길을 찾지 않는다. 전자기기와 등대가 상호의존해서 더 안전한 항로를 안내하고 있다. 곶에 우뚝 선 간절곳 등대는 하얀색이고 높은 곳에 35미터의 등탑으로 서있다. 빛을 밝히는 등명기는 가장 꼭대기에 자리 잡고 밤마다 고유의 깜빡거림으로 자신의 이름을 밝히는 것이다. 등대마다 빛으로 고유의 깜빡거림을 갖고 있는데 그것은 지문처럼 등대마다 갖게 되는 고유한 신호라서 선원들은 그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


방파제 끝에 있는 빨간 등대와 하얀 등대, 사람들은 그 등대를 더 자주 발견한다. 그것은 항구의 입구에 서서 안전한 출입로라는 것을 알려주는 등대다. 낮에는 구조물로 안내하고 밤이 되면 작은 등으로 안내한다. 빨간 등대에는 빨간 불, 하얀 등대에는 초록불이 켜져서 배는 그 사이를 안전하게 드나들게 된다. 이 안내등도 깜빡이게 되는데 주변 상가의 불빛과 섞여서 식별이 어렵기 때문에 점멸을 하게 됐다. 방파제 등대는 크기도 작지만 등대원도 없다. 등대는 국가에서 운영하고 있고 등대원은 공무원들이다. 영화에 나오는 거칠고 험난한 직업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다. 마음을 위로 받고 오는 바닷가의 등대, 그곳에는 등대원들이 바다를 향해 직선의 불빛을 밝히고 있다. 


조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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