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농업(6) 생산의 절대조건

이근우 시민, 농부 / 기사승인 : 2020-10-14 00: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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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 철학
▲ 가을의 눈웃음, 구절초꽃

 

질소는 식물에 필수적인 무기물이면서도 많은 양을 필요로 하는 것이어서, 늘 부족한 양분입니다. 질소는 아미노산에서 비롯되는 단백질의 핵심 성분입니다. 효소의 합성에 필요하며 거의 모든 효소 작용에 영향을 끼칩니다. 엽록소를 형성하고 광합성에 필요하므로 질소가 부족하면 이파리에 황화 현상이 나타납니다. 일반적으로 질소는 콩과 식물의 뿌리에 사는 뿌리혹박테리아 같은 미생물이 공급합니다. 토양에 녹아 있는 질소 성분은 뿌리를 통해 NO3-, NH4+의 형태로 질소를 흡수합니다. 침출 가능성 무척 커서 지속해서 공급돼야 하는 대표적 양분입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한 연구진이 강력한 온실가스인 아산화질소가 대기 중에 크게 늘고 있으며, 이대로 배출을 내버려 두면 파리협정이 정한 지구 기온 상승치를 넘어서는 주범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합니다. 아산화질소는 이산화탄소에 의해 일어나는 온실 효과의 300배에 해당하는 위력을 지니고 있다고 합니다. 배출량이 조금만 늘어도 기온 상승에 치명적이라는 말입니다. 한 번 배출되면 100년도 넘게 그 영향이 지속한다고도 합니다. 1750년에 270ppb였던 아산화질소의 대기 중 농도가 2018년에는 331ppb로 대폭 늘어 그 증가 속도가 심각한 상황이라는군요. 이 증가분의 43%가 순전히 인간의 활동에 의한 것이고, 그중 2/3가 농업에서 비롯됐다고 합니다. 화학비료의 사용량 증가가 아산화질소의 증가를 부추기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 화학비료가 아니더라도 우리의 농업은 질소증가의 근본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다른 연구에 따르면, 1890년부터 1990년의 100년간 식물에 흡수 가능한 질소량이 1.3억 톤에서 2.8억 톤으로 약 2배 정도 증가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증가 요인의 60%는 화학비료, 25%가 콩과 작물, 3%가 토지이용 변화 등에서 비롯됐다고 합니다. 증가분의 88%가 식량 생산과 관련이 있다는 것입니다. 콩과 식물에 의한 질소증가 비율이 상당하다는 점에서 농업은 농법과 무관하게 본질적으로 환경친화적일 수 없음을 알 수 있습니다.

 

▲ 해말간 토종 생강

무투입농법은 생태 순환농업의 핵심 방식입니다. 그런데 오해가 있습니다. 많은 분이 무투입을 방치로 착각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무투입은 화학비료 대신 유기물을 투입한다는 뜻으로 이해해야만 합니다. 무투입농법과 갈래가 비슷한 탄소농법은 선수 조건이 대량의 유기물 투입임을 강조하는 것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다시 말해 식물이 필요로 하는 양분(무기물) 공급을 유기물(식물 사체)에만 의존하는 것이 무투입농법이고, 그 유기물조차도 외부에서 가져오지 않고 경작지 안에서 해결하려는 노력이 생태 순환농법의 핵심인 것입니다. 그 원리 면에서는 위에서 지적한 아산화질소 증가를 억제할 수 있는 훌륭한 방식입니다. 다만 현실적으로는 그리 녹록지 않은, 어렵고 힘겨운 농사방식이기도 합니다.


유기물만으로 질소를 공급하자면 우선 엄청난 양의 식물 잔사가 필요합니다. 화학비료 한 톨 정도의 질소량을 얻기 위해 성인 키 높이의 유기물 무더기가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이렇다 보니 경작하는 밭 안에서 이만한 유기물을 확보할 수 없는 노릇입니다. 도시농업에서 하는 텃밭 수준이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니 오히려 도시에서는 소량이더라도 유기물을 구하기가 더 어려울 것입니다. 흔히 저절로 나는 풀을 통해 그런 갈증을 해소하려는 시도가 있는데 이는 어불성설입니다. 풀은 기본적으로 질소뿐 아니라 다양한 무기물 함유량이 매우 적습니다. 그리고 해와 비에 노출된 상태에서는 금세 사라지고 말아 기왕에 지니고 있던 양분마저 토양에 침착될 여유도 없습니다.

 

▲ 흙내음 서린 고구마

여러 번 말씀드렸다시피 토양에 유기물을 공급하는 것은 양분 공급보다는 토양의 물리적 특성을 강화해 작물의 왕성한 성장의 토대를 마련하는 데에 주목적이 있습니다. 적정한 양분 공급을 유지할 목적으로 유기물을 밭에 넣는다면 일시적으로 대량을 투입하는 것보다는 지속해서 하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먼저 우리가 기대하는 유기물의 역할을 충실하게 해줄 재료를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관건은 유기물의 잔존 기간입니다. 이를 좌우하는 것은 부식(휴머스)입니다. 부식은 쉽게 말해 유기물의 최소 단위인데, 분자량이 1만~10만인 비교적 큰 고분자 물질입니다. 토양입자와 쉽게 결합하고 양이온 교환능력이 뛰어나 비료나 미네랄 성분과 결합해 토양에서 유실되는 것을 방지하고 식물에 잘 전달되도록 합니다. 이러한 부식이 많이 생기는 유기물을 선택해 토양에 공급한다면 효과를 높일 수 있습니다. 


부식 생성에 가장 유리한 유기물은 나무껍질입니다. 다음으로는 이끼가 있고, 비교적 구하기 쉬운 것으로는 억새가 있습니다. 억새와 비슷한 것으로는 이파리가 가늘고 긴 외떡잎식물들이 있습니다. 갈대, 보리, 호밀, 옥수수 등이 여기에 속합니다. 참나무잎 등 이파리도 좋으나 대량으로 구하기가 어렵습니다. 물론 작물의 잔사도 좋은 재료가 될 수 있으나 잔사가 남지 않는 작물들이 많아 소량에 그치게 됩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유기물들을 생것 그대로 토양에 넣어주는 것은 그리 좋지 않다는 것입니다. 벌레의 서식처가 되므로 굼벵이 등 작물에 해를 끼치는 해충들의 온상이 될 수 있습니다. 반드시 숙성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소똥 등을 함께 섞어 숙성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영양분을 듬뿍 첨가하는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간편한 방법으로는 적당한 수분과 함께 오줌을 넣어줘 분해를 돕는 것입니다. 숙성 중에는 전체를 덮지 못하더라도 윗부분을 덮어 비에 의한 침탈이나 수분 증발을 막아주면 좋습니다. 말씀드린 바와 같이 이러한 방식으로도 작물에 필요한 질소나 양분을 충분히 공급하기는 어렵습니다. 과유불급이라 양분은 넘치는 것보다 약간 적은 것이 좋기는 하지만, 적정한 양분의 수요를 토양에 반영하는 것은 농업 기술의 수준을 넘은 영역이 아닌가 합니다. 단지 화학비료를 쓰지 않는 것만으로도 과잉이나 남용을 막을 수 있으므로 그에 만족해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유기농업을 하면서는 만성적으로 영양공급 부족에 시달리는데 이를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액비(액체비료) 활용입니다. 먼저 식물에 필요한 영양소를 알아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질소, 인산, 칼륨입니다. 가장 많이 필요한 성분이기도 합니다. 칼슘(Ca), 마그네슘(Mg), 황(S)도 비교적 많이 필요한 성분입니다. 꼭 필요하지만 그 필요량은 미미한 것들에는 철분(Fe), 구리(Cu), 아연(Zn), 망간(Mn), 몰리브덴(Mo), 붕소(B), 염소(Cl) 등이 있습니다. 주의할 것은 위에 든 영양소들은 필요량과 무관하게 작물에 꼭 필요한 것으로 어느 하나가 부족해도 성장과 생리에 지장을 받게 됩니다. 따라서 이를 충족하는 액비를 제조해 공급한다면 작물의 왕성한 성장을 보증할 것입니다(액비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는 따로 살펴보겠습니다).

 

▲ 양파, 겨울 농사의 시작

작물의 생태에서 영양소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환경입니다. 특정 종의 서식지는 해당 종이 시간의 경과와 함께 진화해 온 적응의 결과입니다. 수분 가용성, 온도, 빛, 바람 및 기타 조건들에 대처한 결과이자 동기입니다. 이는 제한적 조건이기도 한데 식물이 터득한 최적 조건을 기준으로 환경에 반응하게 됩니다. 우리가 재배하는 작물들은 최적 조건이 일반적인 농업생태계에 조응하도록 개량돼온 것들입니다. 비교적 환경의 제약에서 자유로운 성질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전천후는 아니어서 종류에 따라 환경 적합성을 잘 고려해 재배 여부를 선택해야만 합니다. 따라서 토양 조건 못지않게 환경 요인을 고려해 재배작물을 선정해야만 합니다. 이는 동일 종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섞어짓기나 사이짓기를 고려한다면 세심한 설계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작물의 환경적 요인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이근우 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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