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세기, 시민문화권리 보장을 위한 용어 바로 읽기: ① 문화기본법과 시민문화권

이강민 울산미학연구소 봄 예술학 박사 / 기사승인 : 2021-01-21 00:00:15
  • -
  • +
  • 인쇄
문화마당

바야흐로 우리는 문화의 세기를 살고 있다. 해방 이후 대한민국이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하는 데 원동력이 됐던 공업도시 울산에서조차 문화도시를 운운하는 것을 보면, 확실히 문화는 현대 사회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다.


필자는 울산의 문화정책이나 문화 관련 이슈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그렇지만 필자는 문화에 관한 특정한 지식과 정보를 일방적으로 전달하기보다 문화정책을 이루는 용어해설을 중심으로 연재하고자 한다. 


사람들의 행위는 이해(理解, understand)를 통해 이뤄진다. 사람들을 이해로 이끄는 것은 바로 언어다. 언어(용어)는 개념들의 전쟁터이다. 당장에 사전을 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사전에는 하나의 용어에 수많은 의미가 중복돼 나온다. 이처럼 개념은 하나로 통일되기(정의, 통일될 수가 없지만) 전부터 수많은 의미들이 쟁투를 벌인다. 따라서 언어는 의미 투쟁(언어의 사회성)의 장이다. 


예를 들어, ‘애매하다’라는 원래 우리말은 ‘진실이 가리어져 억울하다’는 의미였지만, 일제강점기에 일본식 한자에 밀려 ‘희미하고 분명하지 않다’라는 의미로 대체됐다. 심지어 보수적인 학자들은 언어의 이러한 특성을 문화전쟁이라고 규정하고, 좌파들과의 용어전쟁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처럼 하나의 언어에 각각 다른 의미를 두고 있는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이해와 요구를 반영하고자 한다. 이러한 헤게모니(hegemony) 전쟁은 문화와 법률에서도 나타난다.


“지난 시절, 국민은 자기 스스로 찬란한 문화를 만들어왔음에도 그 기본적인 권리가 보장되지 않았기에, 단지 예술가들이 만들어 놓은 문화를 관람하는 구경꾼이었을 뿐, 정작 자기의 문화를 만드는 주인공이 될 수가 없었다. 이런 이유로 모든 국민이 문화를 만드는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법으로 제정함으로써 국민의 삶의 질 향상과 국가의 발전을 도모하고자 한다.” 이 글은 문화기본법의 제정과 이에 따른 국민의 문화적 권리의 핵심적인 내용 전환을 훈민정음 서문에 빗대어 쓴 글이다. 그동안 대한민국 국민이 가진 문화 권리는 문화예술진흥법(1972)에 의해 보장됐는데, 그 권리는 단지 문화에 대한 접근권, 즉 문화유산이나 예술을 관람이나 감상할 수 있는 권리에 불과했다. 반면, 문화기본법(2013)은 국민의 ‘문화권’ 보장에 대한 국가와 지방정부의 책무를 법률로 규정한 법률로서, 국민 모두가 문화 표현과 활동에서 차별받지 않고, 자유롭게 문화를 창조하고 문화 활동에 참여하며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권리(제4조, 국민의 권리), 즉 문화에 대한 국민의 창조(표현)를 권리로 명시한다. 한 마디로 양자의 차이점은 문화와 예술에서 국민의 역할이 ‘구경꾼인가 아니면 주인공인가’라는 것이다. 즉 문화예술진흥법이 국민을 문화정책의 대상으로 하는 ‘공급자 중심’의 법률이라면, 문화기본법은 국민을 문화정책의 주체로 하는 ‘수용자 중심’의 법률이다. 


따라서 그동안 지방정부의 정책 추진 방향이 예술가 혹은 예술가를 위한 전문문화기반시설 공급을 중요한 정책 방향으로 삼았다면, 이와 함께 앞으로는 시민의 문화 표현과 문화 활동을 위한 생활문화 및 생활문화기반시설 공급에 관심을 쏟아야 한다. 특히 문화기본법은 문화에 관한 다른 법률을 제정 혹은 개정할 경우, 이 법의 목적과 이념에 맞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문화 관련 최상의 법임을 확인하고 있다.
따라서 시민은 법률이 정한 자신의 권리인 시민문화권 보장의 책무를 국가와 지방정부가 방기하지 않도록 적극 감시하고 개입해야 한다. 왜냐면 정책입안자인 행정 역시 저마다 자신들의 용어 이해에 따라 정책에 대해 잘라먹기를 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시민 스스로도 그 의미를 축소하는 우(愚)를 범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시민문화권 보장을 위한 감시와 개입 활동은 단지 납세자로서 물질적 재정을 탐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폐쇄적이고 위계적인 엘리트 문화가 시민을 짓누르는 것이 아니라 자유롭고 평등한 시민 문화가 넘쳐흘러, 시민이 꽃피울 민주주의를 위한 실천이다.


이강민 울산미학연구소 봄, 예술학 박사

 

[저작권자ⓒ 울산저널i.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이강민 울산미학연구소 봄 예술학 박사
뉴스댓글 >

오늘의 울산 이슈

주요기사

+

많이 본 기사

정치

+

경제

+

사회

+

PHOTO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