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홀씨 되어

천창수 화암중학교 교사 / 기사승인 : 2021-01-21 00: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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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톺아보기

교사의 수만큼 다양한 수업이 있다고 해야 할까. 어떤 교사는 교과서의 핵심 내용을 간추려 하나씩 설명해 주고 학생들이 충분히 이해했는지 질문을 통해 확인해 가는 수업을 하고, 어떤 교사는 교과서를 중심으로 중요한 내용을 밑줄을 긋게 하면서 익히게 하고, 어떤 교사는 학생 개개인이 고민하고 배우게 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어떤 교사는 모둠별로 학생들끼리 질문하고 토론하면서 배워가는 방식을 사용하고, 어떤 교사는 팀별로 프로젝트 과제를 제시해 그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핵심 내용을 자연스럽게 익히도록 하기도 한다.


여기다 교사의 개인적 특성까지 합쳐지면 그만큼 수업은 다양한 모습을 띠게 된다. 그렇지만 이 모든 수업 방식을 크게 나눠본다면 교사가 중심 역할을 하는 교사 중심의 수업과 학생들이 고민하고 배워가고 교사는 길 안내만 하는 학생 참여 중심의 수업으로 구분할 수 있다.


최근 다양한 정보가 넘쳐나는 인터넷의 발달로 핵심 내용을 지식 형태로 전달하는 교사 중심 수업보다는 학생들의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울 수 있는 학생 참여 중심 수업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2018년 지방선거를 통해 울산에 새 교육감이 등장한 이래, 울산교육청은 무상교육과 무상급식 등 교육복지와 생태 교육 등 여러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이어서 학생 참여 중심의 수업 혁신을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아직 학생 참여 중심 수업을 하는 교사는 극히 적은 편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교육복지 사업은 교육감의 의지가 중요한 요소이지만 수업 혁신에는 국가의 입시제도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대학 입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수능이 수학능력을 검증한다고는 하지만 오지선다라는 형식에 갇혀 있고 그에 종속돼 있는 내신의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도 상당 부분 오지선다 형식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이 변수는 교사들의 힘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다. 둘째, 수업은 결국 교사가 하는 것이다. 그런데 수업에는 관성이 있다. 지금까지 익숙하게 해 온 교사 중심 수업을 버리기는 쉽지 않다. 특히 학생 참여 중심 수업은 학생들의 참여를 끌어내야 한다는 변수가 하나 더 있기 때문에 교사로서는 선택할 때 실패의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 자연히 안정적인 교사 중심 수업으로 가기가 쉬운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 안주하면 수업 혁신은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교육청에서 강제해 수업 혁신을 이룰 수 없다. 오히려 교육청의 강제는 교사의 열정을 빼앗아 간다. 온전히 교사의 열정과 헌신으로 이룰 수 있기 때문에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그만큼 수업 혁신을 위한 교사의 노력과 헌신은 학생들의 감동을 부르고 학부모들의 신뢰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다만 수업 연구와 나눔을 위해서는 교사들의 협력이 필요한데, 교사들이 협력할 수 있는 물리적 시간을 확보해 주는 일은 교육청에서 해 줘야 한다. 특히 교사들이 수업과 학생지도를 제외한 행정업무에 과도하게 시간을 빼앗기지 않도록 행정업무를 대폭 감소해 주는 제도를 세심하게 마련하고 학교 현장에서 실제 이행하도록 독려하는 일은 책임지고 해 줘야 할 것이다.
전교조 결성 초기에 정권의 탄압 속에서도 전교조 교사들은 촌지 거부 운동과 다양한 수업의 전개, 풍부한 수업 자료의 공개, 학생 활동의 지원, 학교 민주화를 위한 노력과 희생으로 국민 다수로부터 지지와 존경을 받을 수 있었다는 사실은 오늘 우리 교육 현장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고 생각한다. 박노해 시인의 시 ‘민들레처럼’이 들려온다.


‘아~민들레 뜨거운 가슴 수천 수백의 홀씨가 되어’


천창수 화암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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