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보고 갈래?

박다연 방송작가 / 기사승인 : 2020-11-25 00: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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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공감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이영애가 유지태를 집으로 들이기 위해 “라면 먹고 갈래?”라는 말을 던졌다. 이는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며 유행이 됐고, 내 또래들도 다 아는 명대사로 남아있다. 실제로 이성을 유혹하기 위한 말로 쓰이기도 한다. 그래서 “라면 먹고 갈래?”는 함부로 쓸 수 없는 섹슈얼한 문장이 됐다. 그런데 요즘은 그 말 대신 “넷플릭스 보고 갈래?”라고 말한다. 이는 넷플릭스가 얼마나 젊은 세대의 일상에 깊숙이 들어왔는지 보여줌과 동시에, 많은 변화상을 내포하고 있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지상파 방송이 시청률 50%를 넘기던 방송국의 찬란한 황금기가 있었다. 이 노다지에 종합편성채널이 합세해서 흐름에 뛰어들었다. 이후 지상파와 종편이 사이좋게 시청자를 나눠가지면 되는 줄 알았지만, 힘든 상황 속에 유튜브와 넷플릭스 같은 새로운 플랫폼이 대거 등장했고 시청자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아버렸다. 더 이상 TV 앞에 앉아 방송국에서 보내주는 프로그램만 보던 시대는 지나갔고, 스마트폰과 인터넷만 있으면 어디서나 내 맛대로 영상을 볼 수 있는 세상이 왔다.


내가 지금 맡고 있는 프로그램의 시청자 주 타깃 층은 40대부터 60대까지의 중장년층이다. 예능에 다큐를 몇 방울 떨어트린 우리 프로그램은 시청률이 잘 나와서 연장된다고 하지만 젊은 세대의 눈길은 전혀 끌지 못하고 있다. 나와 같이 일하고 있는 또래 동료들도 우리 프로그램이 재미없다고 대놓고 말한다. 현재 대부분의 TV 방송이 우리 프로그램과 비슷한 실정이라고 생각된다. 빠져나가는 청년층을 포기하고 중장년층의 입맛에 맞춰 프로그램을 만들어 버리니, 젊은 세대의 이탈은 더 가속화되고 있다.


이렇듯 텔레비전을 보는 세대는 이제 중장년층이다. 인터넷과 모바일 매체의 성장으로 TV 방송의 고령화는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언제 어디서나 영상을 볼 수 있다는 쉬운 접근성을 선두로, 제약이 많은 TV 방송과는 다르게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등 여러 가지 장점으로 시청자를 확보한 인터넷 방송은 광고주의 마음까지 사로잡아버렸다. 방송은 광고비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제작하는데 거대한 광고들이 다른 플랫폼으로 눈길을 돌려버리는 바람에 방송국은 휘청거리고 있는 상황이다.


함께 둘러 앉아 함께 TV를 보던 모습은 옛날 일이 돼버렸고 각자의 방에서 스마트폰을 들고 본인의 취향에 맞는 영상을 찾아보는 게 익숙해졌다. 수동적으로 방송을 봤던 때와는 달리 능동적으로 자신의 입맛에 맞는 영상을 주로 보다 보니, 한쪽으로 편향되기도 더 쉬워졌다. 또 각자 따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서로 대화할 수 있는 시간도 줄어들었고 서로 공유할 수 있는 이야기 거리도 감소했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세대 간의 간극도 더 심화되고 있다. 이럴 때 일수록 공영 방송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존 방송이 인터넷 방송과 차별성을 두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양한 콘텐츠를 쏟아내고 있는 인터넷 방송이지만, 가짜 뉴스와 잘못된 정보로 문제를 일으킬 때가 있다. 그와 반대로 공공의 복지를 위해서 운영하는 공영 방송은 편향되지 않고 제대로 된 정보를 전달한다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마저도 정치권력 아래서 이리 저리 휩쓸려 다니기 바쁘니, 시청자의 신뢰는 바닥을 치고 있다. 그래서 중장년층 가운데도 이탈자가 생기고 있는 상황이고 조금 더 간다면, TV는 노년층만 보게 될 것이다.


현 시점에서 방송국이 과거의 영광을 다시 찾는 것은 어려워 보이지만,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하다. 시청자가 자사 홈페이지에서 방송 다시보기를 봐주길 바라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고, 프로그램 기획 단계에서도 중장년층만을 위한 기획이 아닌 청년층을 끌어들이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해야 한다. 지금처럼 위기를 외면하고 현실에 달콤함만을 좇아서 가는 것은 결국 끝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박다연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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