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정익화 울산생활과학고 교사 / 기사승인 : 2021-01-21 00: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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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여행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 빛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이 노래는 1922년 1월호 <개벽>에 발표됐다가 시집 <진달래꽃>(1925)에 수록된 김소월의 시입니다. 월북음악가 안성현(1920~2006)의 곡으로 시작해 수많은 작곡가가 곡을 붙였는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곡은 작곡가 김광수의 곡입니다. 김광수는 서울중앙방속국과 동양방송 악단장을 지냈으며 <돌아가는 삼각지>를 부른 가수 배호의 외삼촌이기도 합니다.


나주시 남평읍 드들강(지석천)변에 노래비가 있는데 작곡가 안성현의 노래비입니다. 안성현은 1920년 나주 남평에서 태어나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부용산> 등 23곡의 주옥같은 작품들을 남겼으며, 6.25 때 북으로 가서 작곡가로, 지휘자로 다양한 활동을 하다 작고한 음악가입니다. 일제 강점기 암울했던 시대에 소월의 시에 곡을 붙인 노래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는 해방 직후 미 군정청이 발간한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유명했지만 그 후 작곡가의 월북으로 불리지 못했습니다. 드라마, 영화 등의 소재로 쓰여 많은 국민이 알고 있는 곡은 작곡가 김광수의 곡입니다. 오히려 작곡가 안성현의 <부용산>이란 노래가 민간에 널리 퍼져 불렸는데 작곡가의 월북으로 쉬쉬하면서 부르는 곡이 됐습니다.

부용산 오리길에 잔디만 푸르러 푸르러
솔밭 사이 사이로 회오리바람 타고
간다는 말 한 마디 없이 너는 가고 말았구나
피어나지 못한 채 병든 장미는 시들어지고
부용산 봉우리엔 하늘만 푸르러 푸르러
 

▲ 1999년 전남 벌교에 세운 부용산 시비

이 노래는 안성현이 곡을 붙인 <부용산가>인데 목포 항도여중(목포여고) 음악교사였던 안성현이 같은 학교의 벌교 출신 국어교사 박기동의 시에 가락을 입혔습니다. 박기영 선생은 20대 꽃다운 나이에 폐결핵으로 스러져간 여동생을 애달피 여겨 추모시를 지었고, 안성현 선생은 항도여중 학생으로 17세의 어린 나이로 요절한 문학소녀 김정희를 기리며 추모시에 가락을 얹어 이 노래를 만들었습니다. 가사의 내용이 젊은 아내나 누이들을 집에 두고 입산한 사람들의 애절한 마음을 표현하는 것 같아서, 가사의 서정성에도 <부용산>은 빨치산이 부른, 빨치산의 투쟁가로도 알려졌습니다. 어느 연배 이상의 호남인이라면 <부용산>을 모르는 사람이 별로 없고 반대로 영남인 중에서는 이 노래를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했습니다. 이 노래가 불리는 동안 영·호남의 경계인 지리산을 넘지 못했나 봅니다. 연꽃을 닮은 부용산은 벌교에 있는 95m 나지막한 야산입니다. 1999년도에는 벌교에 ‘부용산’ 시비와 부용정 정자가 건립됐고 목포여고(항도여중)에는 노래비가 세워져 있습니다. 

 

▲ 전남 나주시 남평읍 드들강(지석천)변에 있는 작곡가 안성현의 노래비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2000년에 <엄마야 누나야>라는 제목의 MBC 드라마도 방영했습니다. 백창우 작사 작곡 임희숙의 <내 하나의 사람은 가고>라는 원곡(1984년)을 김상필이 리메이크해서 드라마 주제가로 불렀습니다. 안재욱, 고수, 황수정, 김소연 등이 출연했고, 이란성 쌍둥이 남매를 소재로 해 대리모 문제와 남아선호 사상이 화제의 중심이 됐습니다. 작곡가 백창우는 시를 쓰는 가수이자 동요와 찬양곡 등을 만드는 민중가요 작곡가로 아름다운 가사와 애절한 멜로디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너를 보내는 들판에 마른 바람이 슬프고
내가 돌아선 하늘엔 살빛 낮달이 슬퍼라
오래도록 잊었던 눈물이 솟고
등이 휠 것 같은 삶의 무게여
가거라 사람아 세월을 따라
모두가 걸어가는 쓸쓸한 그길로


그리고 1968년에는 <엄마야 누나야>라는 제목의 신성일, 윤정희 주연의 영화도 제작됐습니다. 엄마와 누나라는 단어가 주는 애틋함이 노래와 드라마, 영화 등 다방면으로 우리에게 남아 있습니다.


정익화 울산생활과학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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