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넘긴 신도여객 버스 노동자 천막농성

이종호 기자 / 기사승인 : 2022-01-01 00: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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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버스 혁신 노사민정 협의체 구성
울산시 시내버스 준공영제 도입 추진
노조 “준공영제 말고 완전공영제 도입”
▲농성 140일째인 지난 12월 30일 울산시청 앞 신도여객 버스 노동자들의 천막농성장. 노조는 농성 중인 노동자 47명의 고용승계와 대우여객 양도양수 허가 취소 행정명령 시행, 울산시의 버스 완전공영제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이종호 기자

 

[울산저널]이종호 기자= 2021년 8월 13일부터 시작한 신도여객 버스 노동자들의 울산시청 앞 천막농성이 해를 넘겨 계속되고 있다. 노동자들이 추운 겨울에도 140일 넘게 천막농성을 멈출 수 없는 이유는 지난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도여객은 2019년 9월 경영난을 호소하며 울산지방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하지만 법원은 2020년 9월 신도여객 회생 배제를 결정했다. 기업회생을 할 만큼 경영이 어렵다고 판단하지 않은 것이다. 

 

기업회생 신청이 불발한 신도여객은 기업 매각에 나선다. 2021년 4월 창원지역 버스업체인 마창여객이 신도여객 인수합병(M&A)을 추진한다. 당시 마창여객이 제시한 양도양수 조건은 △신도여객 운전직 노동자에 한해 100% 고용승계(가입 노조에 관계 없이 100% 채용) △채용조건은 신규 근로계약(울산시 시내버스 운전직 임금협정서에 의해 적용, 임금조견표에 의한 신규 입사기준) △신도여객에서 지급받지 못한 퇴직금 100% 지급(정산된 퇴직금액은 근로계약 체결일로부터 1년 이후 지급) △정년퇴직 후 촉탁직 채용 원칙 등이었다. 2021년 7월 7일 한국노총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신도여객지부, 신도여객 기업노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민주버스본부 신도여객지회 등 신도여객 3개 노조는 마창여객 양도양수 조건에 대한 전체 투표를 벌였지만 30% 찬성에 그쳐 부결됐다. 노조에 따르면 당시 부결 이유는 신규 채용으로 재취업하게 되면 장기근속으로 쌓아 올린 호봉을 포기해야 하는데 퇴직금조차 1년 뒤에 지급하겠다는 조건은 수용할 수 없다는 분위기 때문이었다.

 

노조 조합원 투표 부결 한 달여 뒤인 2021년 8월 11일 신도여객은 대우여객과 양도양수 MOU를 체결하고 울산시에 양도양수 신고서를 제출한다. 대우여객의 인수 조건은 마창여객이 제시한 조건에 비해 노동자들에게 훨씬 불리했다는 평가다. 대우여객은 신도여객의 운송사업면허권만 양수하고, 신도여객 노동자들의 고용승계가 어렵기 때문에 신도여객 출신 노동자들을 신규 채용하더라도 근로조건을 승계할 법적 의무가 없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또 신도여객의 채무, 채권까지 인수하는 영업양도가 아닌 만큼 신도여객 노동자들의 퇴직금 의무까지 승계할 수 없다고 제시했다. 

 

8월 13일 시청 앞 천막농성 돌입

 

민주버스본부 신도여객지회 조합원들은 신도여객 사기 양도 중단과 포괄적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8월 13일 울산시청 앞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8월 17일 마창여객이 다시 신도여객을 인수하겠다는 인수의향서를 울산시에 제출했지만 울산시는 받아들이지 않았고, 8월 27일 신도여객과 대우여객의 양도양수를 허가했다. 10월경 노조가 발견한 울산시의 양도양수 조건서에는 면허의 양도양수와 관련해 양도자의 지위(특히 위법행위 처분 진행 등)는 모두 승계해야 하고, 운행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승무원 고용은 승계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특히 양도양수 조건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면허취소 등의 행정처분을 감수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8월 28일 대우여객은 승무원 모집공고를 냈다. 신도여객에 사직서를 제출한 버스 노동자들은 서류접수와 면접 과정에서 신도여객에서 발생한 체불임금, 퇴직금 등에 관해 대우여객과는 무관하다는 확인서를 요구받았다. 9월 9일 신도여객 민주노총 소속 50명과 한국노총 소속 12명을 제외한 70명이 대우여객에 입사했다.

 

9월 1일 울산지방법원은 대우여객에 대해 면허권처분금지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들은 9월 14일 사해행위 면허권 양도양수 취소 본안소송을 접수했다. 버스 노동자들은 신도여객이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음에도 신도여객의 유일한 재산인 면허권을 대우여객에 양도했기 때문에 이 면허권 양도계약은 노동자들의 퇴직금 지급 채권을 해하는 사해행위에 해당한다며 양도양수 계약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단식농성으로 노사민정 협의체 구성

 

소송전과 천막농성이 장기화하면서 노조는 11월 들어 투쟁 수위를 높여갔다. 11월 22일 신도여객 노경봉 지회장이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노 지회장은 12월 6일 급성신부전증 증세로 단식을 중단했다. 이날 공공운수노조 울산본부 이장우 본부장이 단식농성을 이어갔다. 이 본부장의 단식농성은 신도여객 노동자 고용보장과 울산 시내버스 혁신을 위한 노사민정 협의체 구성에 합의한 12월 24일까지 19일 동안 계속됐다. 노조, 울산버스사업조합, 시민단체, 울산시 등 노사민정 주체들은 12월 29일 첫 상견례를 했다. 

 

한편 이날 울산시는 시내버스 준공영제 도입 추진위원회를 발족했다. 추진위는 2022년 시행 시스템 구축 용역, 업체 부채 해소 대책 마련, 2023년 관련 법 제도 정비와 관리 운영기구 설립 등을 거쳐 울산시에 가장 적합한 도입 모델을 확정하고 2023년 하반기에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이에 대해 “울산 시내버스업체 6개 회사에 적자분 95%를 지원하고 있는 울산시는 매년 수백억 원의 혈세를 지원하고도 제대로 관리 감독을 하지 않고 있다”며 “오히려 적자분 100%를 지원한다는 점을 버스 사업주들이 악용하고 경영을 더 방만하게 해 제2의 신도여객이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미 서울, 경기, 대전 등에서 시행하고 있는 버스 준공영제의 성공 사례는 찾기 힘들다”며 “대전의 경우 시에서 퇴직적립금을 100% 지원하지만 대전지역 버스업체의 퇴직금 평균 적립 비율은 70%에 불과하고, 일부 지자체에서는 버스 사업주들의 친인척들을 임원으로 등기시켜 일을 하지 않고도 매년 억대의 연봉을 시민의 세금으로 수령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노조는 “신도여객과 같은 버스업체가 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울산시에서 직접 버스를 운영하는 완전공용제 도입이 필요하다”면서 “초반에는 면허와 차량 인수 등으로 비용이 많이 들지만 장기적으로는 매년 늘어나는 수백억 원대의 지원금보다 더 합리적”이라고 강조했다.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울산시가 버스업체에 지원한 금액은 2016년 74억 원, 2017년 176억 원, 2018년 311억 원, 2019년 459억 원, 2020년 781억 원, 2021년 930억 원으로 해마다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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