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 지난 오디션 프로그램을 떠올리며

공영민 한국재료학회 편집이사 / 기사승인 : 2020-12-02 00: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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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과학·기술

날이 쌀쌀해지면 생각나는 것들이 꽤 있다. ‘감기 조심하세요’라는 감기약 광고도 있고, 7~8년 전부터인가 우후죽순처럼 태동한 음악 예능 프로그램도 있다. ‘노래 잘하는 가수, 노래 잘하는 팀, 연주 잘하는 팀, 음악 장르를 뛰어넘는 노래 & 퍼포먼스 잘하는 팀’을 경연으로 뽑는 것을 공통점으로 한다. 수년간 연달아 하는가 싶더니 사라지고, 새로운 형태와 장르를 아우르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생기고 사라지는 형국이다. 


지상파든 종편이든 간에 방송 프로그램의 핵심은 시청률이고,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선 유사 프로그램과의 차별화 전략을 잘 세우고 거기에 알맞은 심사 위원들을 배치한다. 오디션에 임하는 지원자들은, 그런 오디션 프로그램 컨셉에 맞게 대응을 해야만 원하는 결과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예전에 큰 인기를 구가하였던 오디션 프로그램인, <슈퍼스타K(줄여서 슈스케)>, <위대한 탄생(줄여서 위탄)>, <K팝스타>를 보자.


그 프로그램들 가운데 가장 먼저 시작한 <슈스케>는, 1차, 2차, 3차 예선을 통과한 지원자들에게 2박 3일간의 합숙을 통한 팀 활동을 시키고 그것을 바탕으로 Top 10을 선정하고, 마지막 생방송에서 심사위원과 시청자의 평가 점수를 반영한 최후의 1인을 뽑는다. 상당한 우승 혜택이 있기에 노래에 일가견이 있었던 많은 사람들이 지원했고, 최후의 우승자들은 이후 여타 프로그램들에서 그 능력을 발산했다. 


<슈스케>가 전 국민을 열광케 하던 그 시절, <위탄>이라는 경쟁 프로그램이 출시됐다. 당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생소하였던 멘토(mentor) 제도를 도입한 것이 차이점이라 할 수 있다. 가수의 꿈을 가진 멘티들이 선발되면, 멘토가 자신(과 자신의 소속사)의 성향과 능력에 알맞는 멘티들을 선정하고, 그들이 최종 우승자가 되도록 아낌없는 멘토링을 지원했다. 우승 혜택도 슈스케보다 규모가 큰 상황이었으나, 슈스케보다 인기를 구가하지 못한 채 예상보다 빨리 종영됐다. 


한편, 는 스타 제조 시스템을 갖춘 대표적인 세 기획사(SM, YG, JYP)의 수장들로 하여금 차세대 K팝스타를 뽑게 하는 방식으로, 최종 승자(또는 팀)가 맘에 드는 기획사를 선택하고 ‘우승 후 바로 데뷔’라는 특권을 부여받았다. 


상기 언급한 세 프로그램은, 수차례의 경연을 통해 마지막에는 노래 잘 하는 사람(또는 팀)을 뽑는 것으로 단순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그 경연 과정들에서의 차이점을 부각시키면서 재미를 만들어내야만 하는 방송 관계자들에게는 치열한 차별화 전략이 있었으니, 오디션 프로그램의 심사위원들의 평을 살펴보면 그 차이를 조금은 알 수가 있다


“자, 이제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저 분을 제자로 삼고 싶으신 멘토 분, 손들어 주세요. 네, 없으시네요. 탈락이신데요. 사실 민정 씨는 다른 분의 손을 타서 음악을 하기에는 이미 자기가 가진 게 많은 분이에요. 그 점 때문에…”


위 심사평은 멘토-멘티를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운 <위탄>에서 나왔다. 그러면 의 심사평은 어떠한 지 알아보자. 


“보컬적인 부분에서도 굉장히 정석으로 이렇게 부르시려는 그런 느낌이 있었는데. 개성이 없어요. 노래를 못 해도 귀가 딱 열리는 분들이 계세요.”


“(선략) 어, 저기 친구 노래 잘하는데 왜 탈락을 시키는 거야,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을 것 같아요. 근데 저희는 일반적으로 그냥 저 친구 노래 잘 한다, 라는 사람을 뽑는 게 아니라 특별한 사람을 뽑고 싶습니다. 노래 정말 잘 하셨고요. 다음 기획사에 만약에 들어가시게 되면 꼭 가수가 되길 바랄게요. 저도 불합격 드리겠습니다.”


이처럼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가 다르기 때문에, 지원자들은 노래 ‘잘 부르기 외의 차별화’ 포인트를 파악해 개개의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응해야 할 것이다. 그럼 우리 대학생들은 어떻게 차별화를 해야 될까. 필자도 늘 고민이다. 필자의 고민을 알았는지, 모 개그맨이 방송에서 이런 장면을 연출했다. 


“똑똑한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되는 거, 어렵지 않아요. 똑똑한 아이를 키우려면 그냥 조기교육으로 사교육을 시키면 돼요. (중략) 이렇게 학원을 돌다가 저녁이 되면 집으로 돌아와서 독서를 할 수가 없어요. 우리 아이는 그러면 책을 읽기 위해 독서학원에 가면 돼요. 이러다가는 잠도 숙면학원에서 자겠어요. (중략) 여러분, 이렇게 영어, 논술, 피아노, 태권도를 열심히 배우다보면 우리 아이들은 아주 훌륭한 대학생이 돼요. 그냥 대학생이 돼요. 대학교는 그냥 미친 듯이 취업 준비만 하면 돼요. 취업 준비는 토익, 토플, 자격증 학원에 다녀야 돼요. 여러분, 그러면 여러분들은 최종적으로 영어를 잘하는 직장인, 태권도를 잘하는 직장인, 피아노를 잘 치는 직장인, 글을 잘 쓰는 직장인이 돼요. 그러면 도대체 학원은 왜 이렇게 열심히 다니냐고요? 학원을 다녔다는 추억이 남아요.”


당시 인기를 누렸던 저 프로그램도 지금은 종영됐지만, 우리 대학생들의 현실은 그리 변화되지 않은 것 같다. 취업 준비를 위해 어학 점수를 획득하고, 각종 자격증을 따려고 노력하는 등, 입사하기 전까지 소위 말하는 스펙 쌓기에만 몰두하고 있다. 이렇게만 해서 본인과 다른 학생들을 차별화시킬 수 있을까 걱정스럽다. 


우리 기성세대들이 몰라주는 젊은이들의 아픔도 있을 것이기에, 위대한 멘토로 칭송받았던 김태원 씨의 말과 ‘나만 시작한다면’이라는 노래가사를 들려주고 싶다.


“‘여기까지’ 라는 말은 없습니다. 항상 ‘지금부터’입니다.” 


“힘겨운 날이 있어 더욱 기쁜 날들, 그 누구도 모르는 내일, 커다란 인생의 무대 위에서 지금부터 시작이야~”


우리가 예전에 잘하건 못하건 거기에 대해서 걱정하고 아쉬워하고 후회하는 시간은 좀 줄이고 지금부터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가 궁리를 많이 해야 될 것 같다. 우리 모두가 말이다. 


공영민 울산대학교 첨단소재공학부 교수, 한국재료학회 편집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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