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 강화와 남북관계 개선의 관계는?

김영윤 (사)남북물류포럼 대표 / 기사승인 : 2021-01-21 00: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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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외교·안보 라인 고위급에 과거 대북 정책에 정통하거나 한반도 정책을 추진한 인사가 다수 포진해 있다. 국무부의 경우 토니 블링컨이 장관으로, 웬디 셔먼은 부장관으로 발탁됐다. 블링컨은 오바마 행정부 말기 국무부 부장관을 지낸 인물로 대북 ‘전략적 인내’ 정책에 깊숙이 관여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이란 핵 합의 방식을 대북 비핵화 해법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셔먼은 클린턴 행정부 시절 국무부 대북정책조정관으로, 오바마 행정부 시절엔 정무차관을 지낸 한반도 전문가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을 수행, 북한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면담(2000년)했다. 조명록 북한 인민군 차수의 워싱턴 방문, 성사되지는 못했지만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을 추진하기도 했다. 국방부 부장관으로 지명된 캐슬린 힉스는 오바마 행정부 때 중국 견제를 염두에 둔 ‘아시아 중시정책’(pivot to Asia)에 관여한 인물이다. 국방부 ‘넘버3’인 정책담당 차관에 지명된 콜린 칼 역시 동맹 중시와 함께 대북 문제에서 다자 조율 해법을 강조해 온 사람이다. 북핵 해결을 위해서는 북·미 정상회담과 같은 이벤트가 아니라 “북한 억제력과 지역동맹 강화, 신뢰 조성 등을 통해 점진적 합의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국가안보회의(NSC)를 총괄하는 국가안보보좌관에는 외교·안보통인 제이크 설리번을 지명함으로써 향후 미국의 대북 정책이 '동맹과의 북한 압박'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을 가능케 한다. 신설된 NSC 인도태평양 조정관 자리에 커트 캠벨이 내정된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한반도 문제를 다루는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를 역임, 아시아 중시 정책의 핵심 설계자라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대중 강경파로 분류되고 있는 바, 중국 견제에 있어 동맹의 중요성을 언급, 한국의 동참을 크게 요구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에 오바마 행정부 때 핵심 역할을 했던 한반도 전문 관료들이 대거 포진된 것은 대북 관계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북한을 잘 아는 것이 비핵화의 강점이 될 수 있지만, 장애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대북한 불신과 함께 ‘원칙에 입각한 외교’를 고수할 경우, 대북 문제 해결의 유연성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북한 핵문제 해결의 단계별 접근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지만, 강력한 대북 제재와 국제사회와의 공조에 동참할 것을 강요할 경우, 한국 정부의 운신의 폭이 좁혀질 것이 분명하다. 


새로 출범하는 바이든 정부를 향해 문재인 정부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 것인가? 북미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문재인 정부는 미국의 대북한 압박 일변도에 편승해 왔다. 한미동맹을 대북 관계 개선보다 우선시하거나, 완전히 다른 별개의 사안으로 삼아왔다고 본다. 한미동맹의 강화와 남북합의 이행을 서로 단절시켜 추진했다고 평가해도 무방할 것 같다. 양자가 성립하려면 미국과 북한을 향한 강한 설득과 협상이 끊임없이 전개됐어야 했다. 북한이 핵문제 해결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미국과 동반자가 돼 조성했어야 했으나 현실은 정반대, 미국의 압박정책만을 추종했을 뿐이다. 미국의 대북 적대적 정책 철회를 요구하는 북한을 북미 대화의 고리로 삼았어야 했으나 방치하다시피 했다. 한미동맹이 대북한 압력 강화로 일관하지 않도록 미국을 움직였어야 했는데도 무심했을 뿐이다.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을 위해 한미합동군사훈련이 적대적 행위로 인식되지 않도록 미국과 북한을 설득하는 것은 생각조차 못했다. 한반도 운전자론은 허구로만 존재했을 뿐, 실체는 없었다.


우리 정부가 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가? 무엇보다도 먼저 북미 관계가 미국의 포괄적 신고와 검증을 포함한 완전한 비핵화의 관철로 일관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겠는가. 북한 비핵화는 북미 관계 정상화를 향한 수단이 되도록 해야 한다.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로 갈 수 있는 환경과 과정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 북한이 체제 존속을 위한 최소 억지 수단으로 핵 보유 능력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 슬기롭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비핵화로 가는 쉽고 단기적인 경로가 없다는 불편한 진실도 미국이 수용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북한은 핵무기 프로그램을 한꺼번에 협상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미국의 대북 정책이 이런 현실을 수용할 수 있도록 지금 나서야 할 것이다. 미국의 대북 정책에 북한의 일방적이며 완전한 선 비핵화가 배제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미국의 억제압박 전략이 수정돼야만 한다. 대북 압력 방식이 바뀔 때 북한도 행동을 바꿀 것이다. 힘에는 힘, 선에는 선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은 이를 의미한다. 북한은 그들의 핵이 미국의 북한 말살 억제 수단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제시한 종전선언과 함께 평화협정 체결이 한반도의 비핵화를 추진하는 추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전 주한 미국대사 캐슬린 스티븐스은 바이든 행정부가 북미 비핵화 협상에서 싱가포르 성명에 바탕한 협상을 재개할 준비가 돼 있다는 메시지를 북한에 전달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가 지금까지의 협상을 검토하고 한·미 간 전통과 가치, 이익을 반영할 새 합의를 빨리 도출하도록 국무부의 새 관리들에게 임무를 줘야 할 것도 요청하고 있다.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도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외교적 해법을 중시하면서 한미가 공동으로 한층 진화된 비핵화·평화 프로세스를 만들어가야 할 것임을 강조하고 있음을 새겨봐야 할 것이다. 바이든 정부 출범과 함께 우리 정부의 외교적 결단과 지혜를 기대해 본다.


김영윤 (사)남북물류포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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