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이들의 뼈 위로 쟁기를 끌어라

오영애 울산환경과학교육연구소 대표 / 기사승인 : 2020-11-19 00: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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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종달새 한 마리가 날개를 다치면/ 하늘의 천사들이 노래를 멈춘다.

-윌리엄 블레이크 <순수의 시대> 중에서.

폴란드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는 2020년 민음사 한 인터뷰에서 ”각별한 관심과 무한한 애정, 존중의 마음으로 동물을 대해야 하는 시대, 동물에 대한 잔혹한 행태를 외면하고 부정하는 동안 우리의 내면 또한 파괴되고 황폐화하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책은 토카르추크가 2009년 발표한 책으로 동물권, 동물보호에 관한 사람들의 서로 다른 생각과 동물의 고통에 연대하는 사람들 간의 갈등, 그 내면을 잘 그리고 있어 독자들의 마음속에도 뜨거운 논쟁의 불을 지필 것 같다. 


“하나의 애도가 끝나면, 또 다른 애도가 이어지므로 나는 끊임없이 상중(喪中)이다. 이것이 나의 상태다. 나는 피투성이가 된 눈밭에 무릎을 꿇고 앉아 차갑고 뻣뻣한 어린 멧돼지의 털을 계속 쓰다듬었다.”


책 속 148쪽에서 이 문장을 만나기 전, 작가는 마틴 루터의 명언을 인용한다. “고통받는 사람은 신의 뒷모습을 본다.” 그리고 해석한다. “고통받는 사람은 일종의 쪽문과도 같은 특별한 창구를 통해 신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축복을 받으며, 고통 없이는 이해하기 힘든 진리를 포착하게 된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그러므로 어떤 면에서 보면 건강한 사람이란 결국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이다.” 이 문장을 읽으며, 그동안 나는 고통을 피하려고 얼마나 많은 것을 외면하고 모른 척해왔는지 생각했다. 고통을 직면하고 작가처럼 행동했더라면. 그러지 않아서 나는 공허하고 슬펐던 것일까. 


이 소설은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살인사건의 범인을 추적하는 범죄스릴러 형식의 서사구조를 취하고 있지만, 범죄 현장을 분석해서 범인을 특정하고 극적 반전이 있는 전통적인 추리물과는 차별된다. 작가는 동물애호가인데다 생태주의자이고, 카를 융, 불교철학에 관심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책 속에 그런 작가의 신념과 가치관이 고스란히 들어있다. 그래서 책 곳곳에서 철학적 성찰이 가득한 문장을 만나게 되는 것이 이 책의 묘미다. 게다가 영국의 시인이며, 화가이자 생태주의 예술가로 불리는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구를 만날 수 있어 좋다. 


책 속으로 들어가 생태주의자 두세이크의 일상을 살펴보자. 주인공 두세이크는 기상예보를 즐겨본다. “아침부터 나는 체코와 독일 상공, 서쪽으로부터 거침없이 다가오는 기상전선들, 그리고 기상도를 수놓은 푸른색과 빨간색의 추상적이고 아름다운 선들과 동행한다. 그 선들은 조금 전까지 프라하에서 호흡하던 공기를 이곳으로 실어 나른다. 어쩌면 베를린에서 왔을 수도 있다. 공기는 대서양 상공에서 날아와 유럽 전역을 가로질러 이곳으로 전파된다. 다시 말해 이곳 산악 지대에도 바다의 공기가 떠돌고 있는 것이다.”


두세이크가 곤충학자를 만나 서로 공감하는 얘기들. “‘여기 이 숲에는 통나무마다 머리대장의 유충이 가득하답니다. 숲이 개간되면 나무들을 불태우죠. 그들은 애벌레가 잔뜩 든 통나무와 나뭇가지를 불 속에 던지고 있는 겁니다.’ 그 순간 나는 모든 억울한 죽음은 만천하에 공개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비록 곤충의 죽음일지라도 말이다. 아무도 그런 죽음을 알아채지 못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토카르추크는 이 책 외에도 <방랑자들>, <낮의 집>, <밤의 집> 등을 통해 자연과 인간이 조화롭게 사는 세상을 위해 사람들이 뭘 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한다. 


오영애 울산환경과학교육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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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애 울산환경과학교육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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