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공정여행과 사회적경제로 엮는 울주 숲 생태관광

이종호 기자 / 기사승인 : 2020-10-28 00: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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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숲사회적협동조합 공동기획

[전문가 집담회] 포스트 코로나 시대 사회적경제 기반 그린관광

주민이 만들고 지역이 보이는 생태관광

숲관광, 생태관광, 그린관광을 활성화해 일자리를 새로 만들고 늘릴 방법이 없을까? 22일 백년숲사회적협동조합 교육관에서 생태관광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포스트 코로나 시대 사회적경제 기반 그린관광’을 주제로 집담회를 열었다. 두 달 전 8월 21일 울산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와 한국임업진흥원 산림일자리발전소가 함께 주최한 ‘포스토 코로나를 위한 마을·사회적경제 기반의 생태관광 활성화 토론회’에 이어 생태관광 연구자와 사회적기업, 그루매니저, 그루경영체, 관련 공무원들이 머리를 맞댔다.


자연환경보전법에 생태관광은 ‘생태와 경관이 우수한 지역에서 자연의 보전과 현명한 이용을 추구하는 자연친화적인 관광’으로 규정돼 있다. 세계생태관광협회는 ‘환경보전과 지역주민의 복지향상을 고려해 자연과 지역으로 떠나는 책임 있는 여행’으로 정의한다. 유엔은 2002년을 생태관광의 해로 지정하고, 2017년을 지속관광의 해로 정했다. 정부는 2013년 자연환경보전법을 개정해 생태관광지역 지정제를 도입하고, 지난해 생태관광 중장기발전을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환경부가 계획에 담은 비전은 ‘자연의 풍요로움과 생태공감 확산을 통한 지역의 지속가능성 확보’다. 작년 7월 태화강국가정원으로 지정된 울산시는 ‘울산광역시 생태관광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기본계획을 수립 중이다.


지난 8월 토론회에서 한새롬 백년숲사회적협동조합 사무국장은 “시설중심, 행정중심의 한계를 극복해 주민이 만들고 지역이 보이는 생태관광을 추진해야 한다”면서 “지속가능한 생태관광을 위해서는 중앙부처, 지자체, 주민이 협력하고, 지역의 자원을 지역주민이 조사하고 연결해 활용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승근 사회적협동조합 울산사회적경제공동체 이사는 “체험형 생태관광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상당수가 협동조합이나 마을기업 같은 사회적경제 영역”이라며 “대기업 등 다양한 지역기관들과 협업해 울산 사회적경제 견학 프로그램을 개발하면 방문형 관광이 아닌 좀 더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체류형 관광을 유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22일 오전 백년숲사회적협동조합 교육관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 사회적경제 기반 그린관광’을 주제로 전문가 집담회가 열렸다. ⓒ김선유 기자

“울산 공정관광 조례 만들어야”

박세진 울산북구그루매니저는 “지난 8월 토론회를 통해 코로나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작은 사회적경제조직들의 협업과 함께 시스템을 만드는 데 지원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확인했다”면서 “생태관광, 마을여행, 공정여행을 지역에서 풀어가려면 인적자원을 조사하고 다양한 정보를 수집해 네트워킹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울산시 생태관광 기본계획 과제를 수행하고 있는 손수민 울산연구원 연구위원은 “울산은 생태관광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자료가 너무 없다”며 “기존에 있는 자원을 잘 엮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플라스틱 못 쓰고 텀블러 가져와야 하는 프로그램 같은 공정관광의 기회를 많이 줘야 한다”면서 “다른 지자체처럼 공정관광 조례를 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정관광은 지역주민이 운영하는 숙소나 식당을 이용하고,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일회용품의 사용을 줄이며,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지역과 마을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관광이다. 대전광역시 공정관광 육성 및 지원 조례는 공정관광을 “관광행위가 이루어지는 지역사회 구성원들의 삶과 문화, 환경 등의 파괴 없이 관광객과 지역공동체 간에 공평하고 공정한 거래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관광”으로 정의하고 있다.


한새롬 사무국장은 “플랫폼을 만들어 생태관광 사회적경제조직들을 소개하고 관광 코스 등을 매뉴얼화해 수요층과 연결시켜야 한다”며 마을꿀벌단 사업을 통해 청년들이 마을 생태자원과 사람자원을 조사하고 지도로 만들(맵핑) 예정이라고 말했다.

‘주말엔 울주’ 재미있는 산림관광

김민수 울주군 관광과 주무관은 “큰 건물이 들어선다고 해서 많은 사람이 유입되고 관광객이 증가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파리에 에펠탑을 보러 가는 게 아니라 파리지앵으로 사는 느낌을 보러 가는 것이 요즘 관광 트렌드이기 때문에 거기에 맞춰 마스터플랜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기획 중인 ‘주말엔 울주’ 프로그램도 소개했다. 매주 주민이 주도하는 작은 마을축제나 행사들을 열어 울주군 전체에서 계속 사건을 만들어내면 울주 어디서든 즐길 수 있는 일들이 있을 거라는 기대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주무관은 울산시민과 부산시민, 경남도민 800만 명을 타깃으로 이런 기대감을 퍼뜨려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생태관광의 방향도 이렇게 잡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림관광도 작은 행복을 계속 줘야 한다며 유튜브보다 더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있어야 사람들이 적극 참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주무관은 “산은 놀이터”라며 “바다만큼 활동적이고 역동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핑 하나로 젊은 사람들이 몰리는 양양은 단순한 서핑 교육에서 시작해 게스트하우스와 체류 관광이 연결되고, 서핑을 한 달씩 하면서 지역에 머무는 문화로 발전했다며 트레일러닝이나 패러글라이딩처럼 젊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재미있는 산림관광 프로그램과 커뮤니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활동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산악관광은 울주가 재미있다는 인식을 심어주자는 제안이다.


김 주무관은 나무를 활용한 예술작품을 전시해 등산하면서 관람할 수 있게 한 공주 연미산자연미술공원처럼 영남알프스 곳곳을 워킹콘서트장으로 만들어 산림관광과 예술을 접목한 다양한 즐거움을 줄 수 있다며 단순한 시설 개발이나 케이블카, 복합웰컴센터처럼 크게 건물을 들여보자는 것보다 산림관광 프로그램 위주로, 주민 주도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4차 산업혁명 시대는 크고 느린 물고기가 리더가 아니라 작고 빠른 물고기가 리더가 돼야 한다”며 “마스터플랜이나 크게 생각하는 것보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사업하고 기획하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도시 아우라 울주에서 만들어야

김대성 웨일웨이브협동조합 콘텐츠디렉터는 “왜 우리는 사람이 오게 하는 관광에 집중할까 의문이 든다”며 “사람이 많이 오는 관광은 마을 생태계에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지역 시민사회와 사회적경제가 잘 작동할 수 있는 생태계를 관광을 통해 어떻게 만들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산악테마전시실 리모델링하는 데 10억 원 가까이 들었는데 그 예산으로 산촌마을조사를 하면 지역주민, 청년 조사자, 사진기록자, 기획자, 예술가들이 결합해 매월 기록사진을 전시할 수 있고, 예술가들이 마을조사를 바탕으로 만든 창작품을 판매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하드웨어나 공간을 중심으로 보는 사업에서 벗어나 지역에서 활동하는 사람을 남기는 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기 냄새, 음식 냄새 맡으면서 산악영화제 가야 하느냐”며 “산악영화제라면 먹는 것도 일회용품 안 쓰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했다.


김대성 디렉터는 “울산은 도시가 가지고 있는 아우라가 부족하다”며 “녜피데이 침묵의 날 하루 동안 도시 전체가 완전히 멈추는 발리처럼 그런 멋진 도시 아우라를 울주에서 만들어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산촌에서 다양하고 재미있는 일을 하는 사람들을 일대일 휴먼 라이브러리로 만나고, ‘그루’라는 이름의 재미있는 지역화폐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라며 “기본소득을 보장하는 문화 활동가를 키워내고 다양한 사람들을 연결하면서 울주라는 도시가 재미있는 장소로 기억되게끔 행정과 시민, 사회적경제가 같이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앞줄 왼쪽부터 김민수 울주군 관광과 주무관, 안정호 이천리 이장, 김종관 백년숲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김대성 웨일웨이브협동조합 콘텐츠디렉터, 손수민 울산연구원 연구위원, 뒷줄 왼쪽부터 김수환 울주그루매니저, 김성호 울주군 일자리정책과 팀장, 이인호 울주군 일자리정책과 주무관, 이종호 기자, 정병모 산촌임업희망단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이승근 사회적협동조합 울산사회적경제공동체 이사, 김나원 백년숲사회적협동조합 담당, 박세진 울산북구그루매니저, 한새롬 백년숲사회적협동조합 사무국장 ⓒ김선유 기자

체험을 사는 흩어지는 여행

이승근 이사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기존 패키지 형식의 여행은 쇠퇴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고, 단순방문형 여행도 매력이 줄어들고 있다”면서 “체험을 구매하는 여행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다양하고 내실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또 “불특정다수가 만나게 되는 여행보다 같은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그 목적에 부합하는 기관이나 장소를 방문하는 방식이 더욱 선호될 것”이라며 “유명 스팟에 대한 수요는 유지되겠지만 나만의 독특한 경험에 대한 수요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지역에 산재한 다양한 사회적경제 기관들에 대한 사전조사와 데이터베이스화, 일정별 주제별 체험 프로그램 개발, 홍보와 판매, 참여 기관 확대와 프로그램 다양화 등이 과제로 제시됐다. 


안정호 이천리 이장은 “한 곳에 몰리는 관광은 주민에게 많은 피해를 준다”며 “이제는 흩어지게 만드는 관광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위적으로 시설을 만들거나 바꿔서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것은 한계가 있다”면서 “관광 콘텐츠를 만들어놓고 사람을 끌어들이려고 하지 말고 만드는 과정부터 사람들을 참여시키는 방식을 연구해야 한다”는 제안도 했다. 마을 주민들이 반딧불이나 버섯 등 생태조사를 하는 것처럼 주민들이 주도해서 프로그램을 만들고 참여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숲·사회적경제로 일자리 1500개 창출

김성호 울주군 일자리정책과 팀장은 울주군과 백년숲사회적협동조합이 추진하는 ‘산림·사회적경제를 활용한 노사상생형 일자리 모델’ 사업의 개요를 설명했다. 기술혁신과 기존 제조업 중심 산업구조의 변화에 따라 일자리가 감소하고 있고, 산림의 가치를 재발굴, 보존, 활용해 지속가능한 일자리 생태계를 조성할 필요성이 높아졌다는 배경 설명에 이어 김성호 팀장은 산림·사회적경제를 활용해 지속가능한 신산업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숲 가꾸기, 조림, 육림을 통한 직접 일자리 창출 △사회적경제를 활용한 목재 부산물 가공과 활용 산업 육성 △관광, 교육, 휴양, 의료 등 조성된 우수한 숲을 활용한 부가가치 창출 △기반시설 조성을 통한 지속가능한 일자리 생태계 조성 사업을 통해 일자리 1500개를 창출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분야별 전략사업을 정하고, 개별 사업이 아니라 연계 사업으로 묶어 집중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이인호 울주군 일자리정책관 주무관은 사회적경제조직들을 네트워킹해 시스템을 만드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대성 디렉터는 작은 실천을 집약할 수 있는 ‘주말엔 울주’ 같은 임팩트 있는 축소판 사업이 필요하다며 관광, 문화, 예술, 청년 사업을 연계해 에너지가 모이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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