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진이는 나의 비타민이자 우리 가족에게 큰 선물”

이기암 기자 / 기사승인 : 2020-05-14 11:3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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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동복지유공자 국무총리 표창을 받은 이정화 씨 ⓒ이기암 기자

 

[울산저널]이기암 기자=요양보호사 이정화 씨는 평일에는 홀로 계시는 어르신들에게 찾아가 목욕 등 돌봄 일을 한다. 수년째 어르신들을 돌봐온 정화 씨는 명절이 되면 갈 곳이 없어 혼자 계신 어르신을 집으로 모시고 온다고 한다. 그렇게 온 가족과 함께 화목한 명절을 보낸다. 이처럼 타인을 내 가족처럼 생각하며 살아간다는 정화 씨에게 또 하나의 큰 선물이 있다. 바로 희진(가명, 17세) 학생이다. 2009년에 또 다른 가족이 된 희진이와 행복했던 이야기들이 있다. 희진이가 사춘기를 지나면서 애를 먹일 때는 항상 첫 번째 만남을 떠올린다는 정화 씨. 사춘기 때 잠깐 방황했지만, 이후 희진이가 건강하게 자라줘서 고마워한다는 말도 전했다. “2009년에 희진이를 처음 데려왔으니, 10년 이상의 긴 기간인데 그 기간이 정말 짧게 느껴져요.” 정화 씨는 자식들 중 희진이가 가장 먼저 시집을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웃음, 희진이도 옆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수긍하는지 잠자코 듣고 있었다). 정화 씨는 엄마가 꼭 시집 보내줄 거라고, 또 시집 가더라도 자주 찾아왔으면 좋겠다고 한다. '희진이는 항상 나의 비타민'이라고 말하는 정화 씨다.


Q. 가정위탁이라는 제도를 어떻게 처음 접하게 됐는지? 또 희진이를 위탁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전에 5년 동안 키우다 돌려보낸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가 친가정으로 돌아가고 나서 아이의 울음소리가 귓전에 맴돌아 많이 힘들었다. 그러다가 희진이를 알게 됐는데 지적장애, 언어장애도 있더라. 그래서 품에 키워보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지적장애가 있어 돌보는 데 비용 부분을 생각 안 할 수가 없더라. 그때 주변의 도움으로 가정위탁제도를 알게 돼 이런저런 지원을 받으며 키울 수 있게 됐다. 희진이가 네 살 무렵이었을 때 우리 가정에서 함께 살게 됐는데, 희진이를 데려온 날이 내 생일이었고 마치 큰 선물을 받은 느낌이었다. 당시 희진이를 보육원에서 처음 봤는데 얼굴이 새까맣고 피부가 터서 엉망이었다. 요즘 세상에 이런 아이가 어디 있나 싶었고, 처음 보는 순간에 이 애를 내가 키워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보육원에 가기 전 어떤 분이 희진이에 관해 먼저 이야기를 해줘 희진이의 사연을 알고 먼발치에서 지켜보았다. 친아빠가 지적장애고 할아버지가 너무 힘드셔서 보육원에 영영 맡기려고 한다고 했다. 당시 희진이는 조그만 가방만 하나 덩그러니 메고 있었는데 그 상태 그대로 바로 집으로 데려와 버렸다. 원래 내가 일을 저질러 놓고 가족에게 얘기하는 스타일이다(웃음). 희진이를 데리고 오니 신랑도 좋아하고 우리 아들도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고 싶을 정도로 귀여워했다. 아직도 희진이를 우리 가족이 선물 받은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Q. 희진이를 키우면서 어떤 경우에 보람을 느꼈는지?

희진이가 초등학교 1학년 때였을 것이다. 어버이날이 되니까 학교에서 카네이션을 만들었나 보더라. 그때 희진이가 겨우 한글을 깨우쳤을 텐데, 카네이션을 만들고 편지에다 “엄마, 아빠 사랑해요. 이건 엄마꺼, 아빠꺼, 할머니꺼”라고 하더라. 그때 가슴이 정말 뭉클하더라. 희진이가 “사랑해요”라는 말을 하고 싶은데 목구멍까지 올라온 이 말을 하지 못 했을 때 ‘얼마나 답답하겠나’ 싶더라. 그래서 아이에게 “말로 직접 안 하고 이렇게 표현하는 것도 괜찮아”라고 해줬다(정화 씨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또 얼마 전 일인데, 애 아버지 환갑 때도 넥타이를 사 와서 손편지를 주더라. 손편지를 받고 신랑이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애 아빠가 “세상에 우리 희진이가 이만큼 컸구나”라고 하니 지연이도 “고마워 아빠. 나를 사랑해줘서”라고 하더라. 아빠도 울면서 “나도 너무너무 사랑하는 거 알지? 우리 희진이가 최고야”라고 말하더라.

Q. 무탈하게 화목하게 지냈을 것 같다. 그래도 힘든 점이 있었을 텐데?

희진이가 초등학교 6학년이 될 무렵, 인근 학교에 보내기 위해 관련 기관을 여러 번 방문했다. 다행히 인근 학교로 배정돼 초등학교 때 친구들과 같은 학교로 진학하게 됐다. 그런데 희진이가 중학교 2학년 때까지도 친구들에게 존댓말을 쓰더라. 그래서 내가 “나이가 똑같으면 다 친구야. 존댓말 쓸 필요가 없어”하고 말해줬다. 희진이가 친구들 앞에서 작아지는 모습이 싫었다. 울산가정위탁지원센터에는 일반위탁부모 자조모임을 한다. 그때 위탁모들이 공통적으로 남의 아이를 키우는 것에 대해, 타인의 시선에 대한 부담감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하더라. 사실 위탁가정은 모두 위탁아동을 친자녀처럼 어쩌면 친자녀보다 더 지극정성으로 키우고 있다. 친부모와 분리된 경험으로 상처가 있는 아이들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더 사랑이 쏟아진다. 혹시 주변에서 위탁가정을 만난다면 평범한 한 가족의 형태로 봐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아이를 위탁하기 위해 집이 아주 풍족할 필요는 없다. 나는 가정위탁하는 것에 대해 정말 자연스럽게 얘기한다. 고향이 언양이다 보니 친구들이 주위에 많다. 이 제도를 모르는 사람이 아직 많더라. 흔히, 자식이 속을 썩일 때는 내 새끼도 귀찮다고 하지 않는가. 그런데 이쁘다고 생각하면 정말 이쁜 게 자식이다.

Q. 이번 어린이날을 맞아 아동복지유공자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소감은?

나 말고 다른 사람도 충분히 받을 수 있는데 내가 받게 돼 너무 부끄럽더라. 좀 더 잘하라고 해서 상을 주신 거 같다. 빨리 코로나가 끝이 나야 우리 희진이를 데리고 여기저기 놀러 다니면서 “우리 아이 이만큼 컸다”고 자랑할 수 있을 텐데 아쉽다. 친구들 중에 남자인데 결혼 안 한 친구가 있다. 그 친구가 “아이를 위탁하고 싶은데, 결혼 안 하면 안 되냐?”고 묻길래 당연히 안 된다고 했다. 그러자 그 친구가 “그럼 나도 결혼을 해봐야겠네”라고 하더라. 친구 중 가정위탁을 하기 위해서 결혼까지 생각해봤다니 얼마나 좋은 일인가. 우리가 이렇게 하다 보면 희진이도 나중에 커서 좋은 일을 하지 않겠나하고 생각한다. 그래서 항상 희진이를 키우는 부모인 우리가 거울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원래 어릴 때부터 내 꿈이 어르신 10분, 그리고 아이 10명을 데리고 키우는 것이었다. 꿈 얘기를 하자 우리 시어른이 “저 땅을 니 줄 테니까 니가 저기서 한 번 해 봐”라고 할 정도였다. 시어른도 이런 내 생각들을 공감해주고 좋아하시더라.

인터뷰가 마무리될 무렵, 아버지가 퇴근해 희진이가 좋아하는 도넛과 핫도그를 사왔다. 아버지는 희진이를 데려오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은 선택이었다고 한다. 아버지 역시 희진이가 오기 전에 아이를 돌봤던 얘기를 되뇌었다. 아버지는 그때 아이를 보내고 나서 마음의 상처를 많이 받아 두 번 다시는 다른 아이에게 정을 안 주기로 했다고 한다. “사실 저보다 집사람이 더 힘들었죠. 저나 큰 아이는 남자니까 둘이는 좋다고 하지만, 애 엄마나 딸 입장에서는 좀 힘들었지 않나 생각합니다(이정화 씨 가정은 부부 슬하에 딸과 아들이 한 명씩 있다). 우리 아이들이 다 커버렸으니 그나마 다행이었지, 비슷한 또래들이었으면 키우는 데도 좀 더 힘들었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나마 희진이와 나이 차가 나서 아이들과 관계에서는 별문제가 안 됐던 게 큰 도움이 됐던 거 같아요.”

하미선 굿네이버스 울산가정위탁지원센터 팀장은 “2020년 1분기 통계에 따르면 울산에는 23명의 일반위탁아동을 양육하는 19세대의 위탁부모가 있고, 이는 울산 전체 위탁가정 중 10%에 해당하는 비율”이라며 “사회환경의 다양한 변화와 함께 매년 보호가 필요한 아동의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일반위탁부모의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하 팀장은 평소 아동을 사랑하고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관심있는 사람이면 전국가정위탁지원센터(1577-1406)로 문의하거나 굿네이버스 울산가정위탁지원센터 인터넷 홈페이지 (http://ulsan.goodneighbors.kr/,https://blog.naver.com/gnulsan), 전화(052-286-1548, 010-2056-1548)로 연락해주길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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