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백성현 글 쓰는 아빠 / 기사승인 : 2020-12-02 00: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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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일기

3년 전 지인으로부터 로드바이크를 넘겨받았다. 처음엔 불어난 살을 빼기 위한 목적이었지만 꾸준히 타기 시작하면서 일상의 관심사가 됐다. 관련 서적과 영상을 찾아보며 폼나게 타고 싶단 생각을 했다. 돈이 들어가는 게 문제지만. 이제는 멀리 출장 가는 날을 제외하곤 매일 자전거로 출퇴근한다.


처음부터 쉬운 것은 아니었다. 일하는 곳까지 완만한 코스를 가다가 1.5km를 남겨서 오르막의 연속이다. 오르막길로 접어들면 중력의 힘을 견뎌내야 한다. 너무 힘겨워서 그만 포기할까 망설이기도 했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적응의 속도가 빨랐다. 그렇게 오르막을 완성하고 나면 땀이 비 오듯 하지만 몸도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다. 단 평소보다 밥양을 늘여야 하고 저녁이 되면 빨리 자야 한다. 나름 부작용이었다.


그런데 자전거에 마음을 뺏길 무렵 몇 가지 고민이 생겼다. 우선 자전거 복장이 문제였다. 츄리닝 거적대기를 입고 자전거를 타는 건 왠지 폼이 나지 않았다. 제대로 타 보려는 욕심이 앞섰다. 그런데 타이즈를 입고 타는 것 역시 초보에겐 큰 도전이었다. 아직 단련되지 않은 내 불편한 몸매를 드러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그리고 여름과 겨울처럼 극강의 조건에선 몇 개월을 쉬어야 했다. 넘치는 땀과 혹한기의 추위는 일상에 지장을 줬다. 그래서 타기를 멈춰야 했다. 그렇게 자전거를 방치하게 됐다. 자전거의 계절이 돌아와도 다시 시작하기가 서먹해졌다. 쉬고 나면 체력을 끌어올려야 하는 부담도 생겼다. 당시 이 두 가지만 극복하면 문제 될 게 없었다.


물론 지금은 사이클 복장이 편하다. 교통비도 아낄 겸 출퇴근 전용 자가용이 될 만큼 친숙해졌다. 오르막이 더 이상 어렵지 않다. 어느새 속도감을 즐기고 있다. 케이던스도 제법 측정될 만큼 물이 올랐다. 일터까지 걸리는 소요시간을 반이나 줄였다. 이상 자전거를 타는 개인적인 이유다.


울산은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직장인이 많은 데다 자전거 도로 등 인프라가 잘 돼 있어서 안전하게 탈 수 있다. 울산에 와서 알고 지냈던 지인이 소위 자전거 덕후라 이런저런 상식들도 알게 됐다. 자연히 나도 자전거의 매력과 장점을 널리 전하게 됐다.


우선 우리 가족이 첫 희생자다. 자전거만 한 운동이 없다고 귀에 못이 박히듯 설명하고 설득했다. 콧방귀를 끼던 아내의 심드렁한 반응에도 한사코 아내의 자전거를 샀다. 아이에겐 보조 바퀴가 달린 유아 자전거가 있다. 지금 아파트 복도에 자전거 세 대가 나란히 서 있다. 이렇게 우리는 가족 자전거팀을 완성했다. 


아이는 이미 달리는 것에 체화돼 땀 흘려 노는 것이 일상이다. 자전거나 킥보드 타기를 엄청 좋아한다. 주말이면 특별한 곳에 가지 않더라도 자전거만으로도 아이랑 놀아줄 수 있다. 아이는 유아 자전거로 가기엔 다소 힘든 곳까지 제법 잘 달린다. 얕은 오르막에서도 단일 기어로 오르는 걸 보면 아이 상남자란 생각이 든다. 뿌듯했다.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아이가 자라 함께 경주까지 자전거 라이딩 할 날을 생각하면 흐믓해 진다. 다만 그때 가서 아빠랑 놀아줄런지 미지수다.


반면 아내의 경우 억지로 설득했던 터라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았다. 연습할 공간을 찾아 가족 모두 자전거를 타고 나왔는데 아내에겐 흥미 부족이었다. 그녀는 익숙하지 않아 자주 넘어지기 일쑤였다. 그날 후로 두세 번을 타다 지금은 그만 손을 놓았다. 내 욕심이 컸던 모양이다.


다음 라이딩 땐 집에서 다소 먼 일산 해변까지 도전해보자고 아이랑 다짐도 했다. 날씨가 더 추워지기 전에 아이랑 자전거를 탔어야 했는데, 올해는 기회가 없을 듯하다. 나 또한 최근 출장이 잦고 바빠진 일상 때문에 자전거와 잠시 거리를 두고 있다. 일상의 스트레스를 저격하는 데에도 자전거가 제격인데, 가까이할 수 없으니 안타깝기만 하다.


백성현 글 쓰는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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