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건강정보해득력(health literacy)이 얼마나 되십니까?

박정선 전문의 예방의학 직업환경의학 / 기사승인 : 2021-01-2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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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들여다보기

‘건강정보해득력(health literacy)’이란, “건강과 관련하여 적절한 결정을 내리고 치료지침을 따르기 위해 의료정보를 얻고, 읽고,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위키피디아는 소개하고 있다. ‘건강정보해득력’은 사회적 건강불평등의 주요한 기여 인자이기 때문에 보건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오래전에 정립된 개념이면서도 여전히 새롭고 큰 관심사가 되고 있다.


‘건강정보해득력’이 낮은 원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다. 첫째, 초등교육조차 받을 기회가 없어 글자를 아예 못 읽어서일 수도 있고 둘째, 지적인 능력이 떨어져 글자는 읽으면서도 내용을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으며 셋째, 제공된 정보가 너무 어려워서 읽거나 듣고도 무슨 이야기인지 모를 수도 있고 넷째, 눈이 잘 안 보이거나 귀가 잘 안 들려 아예 정보가 전달이 안 될 때도 있다. 또 마지막으로, 과학적으로 근거가 부족한 건강정보가 매스컴을 통해 넘쳐나고 있으나 일반인들에게는 그것이 바른 정보인지 아닌지 구별이 어려울 수 있다. 


그럼 병원을 이용하는 환자들은 자신의 ‘건강정보해득력’을 높이기 위해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까? 먼저 병원을 방문하기 전에 자신에게 언제부터 어떤 증상이 나타났고 얼마나 불편하거나 아픈지, 그래서 약은 먹었는지, 먹었다면 어떤 약을 먹었는지, 다른 곳에서 치료받다가 왔는지, 평소 계속 복용하고 있는 약 (건강기능식품 포함)이 있는지, 있다면 무엇인지 등을 글로 잘 정리해 보는 것이 좋다. 이러한 준비 없이 막상 의사 앞에 앉으면 주눅이 들고 마음만 급해 의사가 묻는 말에 제대로 답을 못하는 환자가 너무도 많다. 의사는 여러 검사를 통해 진단을 내리는 것 같지만 환자가 들려주는 정보를 통해 잠정적인 진단을 내리고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이런저런 검사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환자로부터 얻은 충분한 정보가 없으면 의사도 진단방침을 세울 때 난감한 경우가 있다. 두 번째로 환자가 취할 자세는 자신의 진단결과와 치료방침을 의사가 설명해줄 때 이해가 되지 않으면 되물어야 하며, 치료를 위해 목표로 삼아야 하는 검사수치와 치료약물(약 이름과 용량)은 메모해 두는 것이 좋다. 처방전을 받아 약국에서 약을 조제해 받을 때도 약 복용 시 주의사항과 그 약의 부작용에 대해서 약사가 제대로 얘기해주지 않으면 반드시 약사에게 물어보아야 한다.


또 국민의 ‘건강정보해득력’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원인 중 마지막 한 가지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가는 게 좋겠다. TV를 켜면 건강 관련 프로그램이 이 방송국 저 방송국에서 경쟁적으로 나오고 있다. 어떤 방송국은 국민의 관심사인 특정 질병에 대해 진료경험이 매우 풍부하고 학계에서도 높이 인정받고 있는 의사를 모시고 오래 공을 들여 질 높고 신뢰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가 하면, 어떤 방송국은 연예인들과 여러 의사를 잔뜩 출연시켜 연예인들의 경험담을 듣고 의사들도 자신의 전공과는 거리가 먼 질병에 대해 이런저런 의학적(?) 얘기를 하는 등 연예 분야인지 건강 분야인지 모호한 프로그램을 보여 주는 경우가 있다. 일반인들은 그들이 의사이고 의사가 하는 얘기니까 귀 기울여 들으며, 심지어는 특정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노골적인 선전이 뻔한데도 비감염성 만성질환 예방을 위해 자신의 나쁜 생활습관을 고칠 생각은 않고 그걸 사서 먹어야 더 건강해지고 모든 병을 예방할 수 있을 것처럼 굳게 믿는다. 하지만 건강기능식품은 질병 치료제가 아닐뿐더러 그렇게 꼬박꼬박 챙겨 먹어야 할 질병 예방제도 아니다. 


필자는 엄청난 비만에다 거의 매일 과음하고, 담배 피우고, 시간 없다고 운동은 전혀 안 하는 30대 초반의 한 직장인이 무려 여덟 가지의 건강기능식품을 집사람이 챙겨줘 먹는다는 얘기를 듣고 어이가 없어 말문을 닫은 채 쳐다본 적이 있다. 이대로 아무런 조치를 안 한다면 그는 머지않아 혈압이 높고 혈당이 높다는 건강진단결과를 받게 될 게 뻔하므로 그가 TV 건강예능 프로그램 열혈 신봉자인 아내의 말보다 내 말을 따르게 하려고 전투적인 자세로 고쳐 앉았다. 


박정선 전문의 예방의학/직업환경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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