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보다 먼저 일어서는 ‘학교’

도상열 두동초등학교 교사 / 기사승인 : 2021-02-18 00: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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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톺아보기

김수영 시인의 시 ‘풀’이 생각난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코로나에 대처하는 교육관계자들의 모습을 보며 떠오르는 싯구다. 코로나 팬데믹이 선포되자 학교는 사회 어느 집단보다 먼저 엎드렸다. 교육청의 안전에 대한 민감도와 규정력 있는 집행은 학교장을 통해 현장의 교직원들에게 전달됐다. 보수적으로 평가받아온 학교장과 교감을 비롯한 학교 리더들의 움직임도 예년과 달랐다. 교사들을 긴장시킬 만큼 규정력 있는 그들의 움직임과 대처에 놀랐다. 우선 학생들의 생명과 안전이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한순간에 확산됐다. 


학교는 교육하는 곳이라는 본분을 코로나 상황에서도 놓치지 않으려는 교육관계자들의 노력은 참으로 대단했다. 방역 당국의 노고가 언론의 조명을 받으며 그들의 ‘애씀’이 국민에게 전달됐다면 교육관계자들의 노력은 ‘애씀’으로 다가가기보다 당연한 모습으로 비치는 듯하다. 하지만 교육계 내부자로서 평가할 때 코로나 국면에서 교육관계자들의 모습들은 지난 시기 교육계의 모습과는 대비되는 단층을 형성한 ‘사건’으로 평가할 만하다. 이만한 섬세함과 규정력 있는 집행력을 처음 경험해 본 것이다. 처음 가보는 수많은 길을 모두가 한마음으로 협력하며 나아가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우리 학교는 아직 코로나가 종식되지 않았지만, 정상적인 학교 운영을 준비하고 있다. 35분 수업에서 40분 수업으로, 중간놀이 시간과 점심시간도 제대로 확보한 일과 운영을 계획했다. 대단지 밀집 지역에서 벗어난, 전교생 100명 이하 소규모 학교가 갖는 단점을 장점으로 살려 나가 보자는 의도다. 시골에는 학교 외에 문화시설, 학원, 놀이공간…, 이 없다. 오직 학교가 모든 기능을 담당한다. 이런 상황에서 시내 큰 학교의 긴급돌봄 학생 수에도 못 미치는 학교 규모에서는 우리가 가진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 ‘바람보다 먼저 일어서’ 보자는 교육적 관점이 반영된 결과다.


코로나 국면에서 교사들이 우려한 지점은 ‘코로나가 끝나 정상적인 모습을 찾았을 때 코로나 국면에서 놓친 교육에 대해 다시 평가하게 될지 모른다. 특히 학교에서는 가정에서 돌봄이 부족하거나 문화적 자본이 취약한 계층의 아이들이 원격수업의 사각지대에 놓여 지적, 정서적 자극을 충분히 받지 못한 결과 앞에서 힘들어할지 모른다. 어린아이에게 1년은 어른의 10년에 비견할 만큼 영혼에 새긴 흔적이 크지 않은가? 이 아이들을 어찌할 것인가?’이다.


그런데 여전히 안전에 대한 걱정은 가시질 않는다. 해서 학교에선 코로나 상황에 따른 플랜 B, C도 준비하고 있다. 교육청의 지침을 준수하되 학교가 처한 상황에서 안전과 교육을 모두 지키려는 교육관계자들의 고심이 깊은 것이다. 학교가 처한 상황에 맞게 ‘바람보다 먼저 일어서는’ 다양한 풀들처럼 다양한 모습들을 만들어 가는 학교들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그 속에서 진정한 상호 배움이 생겨날 것이다.


도상열 두동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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