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농사의 핵심, 비료

이근우 시민, 농부 / 기사승인 : 2020-12-02 00: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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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 철학

식물이 광합성을 하기 위해서 꼭 필요로 하는 것이 양분(무기물)입니다. 이는 환경과 관련해 매우 중요합니다. 21-17-17. 암호 같은 이 숫자들의 연결은 질소(N) 21%, 인산(P) 17%, 칼륨(K) 17%를 의미합니다. 농민들이 가장 많이 쓰는 복합비료의 구성비가 바로 이렇습니다. 친환경 농업에 경도된 분들은 굳이 저런 비료를 써야만 하는가 반문할 수 있습니다. 네, 써야만 합니다. 21(N)-17(P)-17(K)의 비율은 농산물이 요구하는 필수 영양소의 성분비이기 때문입니다. 화학비료가 아니더라도 저와 같은 비율의 무기물이 토양에 골고루 있어야만 작물이 제대로 자랄 수 있는 것입니다. 문제는 화학비료의 지속적인 사용이 지구 물질 순환계에 이상이 발생하는 한 원인이 돼왔고, 앞으로 점점 더 악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입니다. 

 

▲ 마늘밭을 지키는 수숫대
생태계의 물질순환은 탄소 순환, 질소 순환, 인 순환 등이 대표적입니다. 우리는 탄소 순환에 대해서는 익히 알고 있습니다. 이산화탄소의 증가에 따른 온난화 현상을 이미 경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150년 사이 대기 중의 평균 이산화탄소 농도는 280ppm에서 400ppm으로, 약 43% 늘어났습니다. 증가 추세는 가속돼 매년 3ppm씩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지금의 농도에서는 사람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습니다만, 800ppm를 넘게 되면 이상 증상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지금의 추세대로라면 130년 뒤에는 이산화탄소를 거르는 마스크를 써야 할지도 모릅니다.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마스크 쓰기보다 훨씬 더 지독한 불편을 미래 세대에게 물려주게 될 것입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가 식물에는 어떤 영향을 끼칠까요? 과학자들이 기구를 이용해 자연 상태에서 이산화탄소의 농도를 높이는 실험을 해본 결과 특히 식물 뿌리의 성장이 두드러지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늘어난 만큼 더 광합성에 활용한다는 것이죠. 그런데 늘어난 탄소화합물을 전부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감당할 수 없는 탄소는 용존유기탄소(DOC: Dissolved Organic Carbon)의 형태로 뿌리를 통해 배출한다는 사실도 밝혀냈습니다. 이는 녹지 보전이나 대대적인 녹지 추가가 이산화탄소를 근본적으로 저감할 수 없다는 우울한 소식입니다. 

 

반갑지 않은 실험 결과가 또 있습니다. 우리가 주로 소비하는 농작물은 대부분 C3식물입니다. 식용으로 거의 쓰지 않는, 주로 잡초인 C4식물은 광합성 효율이 C3식물보다 높습니다. C4식물은 이산화탄소 농도가 낮아지면서 나타난 식물이어서 현재처럼 그 농도가 높아지면 C3식물이 우세를 보이는 것이 정상일 것입니다. 그런데 장기간의 실험 결과는 반대로 나타났습니다. 8년이 지나자 식물의 체중인 생체량(biomass)에서 약 20% 정도 C4식물이 우세를 보인 것입니다. 간단히 말해 잡초의 생장이 더 왕성해졌다는 것입니다. 

 

 

▲ 초겨울 채소

질소 순환 역시 질소의 급격한 증가가 문제입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1890년부터 1990년의 100년간 식물에 흡수 가능한 질소량이 1.3억 톤에서 2.8억 톤으로 약 2배 정도 증가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증가 요인의 60%는 화학비료, 25%가 콩과작물, 3%가 토지이용 변화 등에서 비롯됐다고 합니다. 증가분의 88%가 식량 생산과 관련이 있다는 것입니다. 질소 순환에 이상이 생기면 광화학 스모그, 온실효과, 산성비에 의한 토양의 산성화 등이 일어날 수 있는데, 이산화탄소에 의한 악영향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재앙이라고 합니다.

 

인의 경우 도시와 농촌, 공장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배출되고 있습니다. 탄소와 질소와는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기체로 바뀌지 않고 토양 등에 침착해 고체의 형태로 순환합니다. 따라서 배출량이 많아지면 가장 먼저 수질에 영향을 끼칩니다. 대표적인 것이 부영양화에 의한 녹조현상입니다. 도시나 공장지대의 인 배출은 하수처리를 통해 배출을 경감할 수 있습니다만, 농경지에서 배출되는 것은 관리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또 이미 배출된 인은 강이나 호수에 가라앉아 있다가 수온이 상승할 때마다 플랑크톤의 먹이가 됨으로써 반복해서 물을 오염시키게 됩니다. 4대강 사업으로 새로 생겨난 댐과 보가 녹조 배양장이 된 셈입니다.


전 세계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14%가 농업 활동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 비율을 낮추려면 재배방식, 즉 작물 재배 관리 방법을 개선해야만 합니다. 화학비료 사용을 최소화하거나 아예 쓰지 않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것입니다. 그러나 유기물에서 유래하는 양분 확보는 물량 확보와 과도한 노동력이 필요하므로 특히 규모화된 농장에서는 엄두조차 내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두 번째로는 밭갈이를 줄이는 것도 좋은 대응입니다. 셋째, 돌려짓기하거나 사이짓기와 섞어짓기를 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넷째, 수확하고 남은 부산물을 유기물로 투입하거나 액비로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끝으로 배수를 재활용하는 등의 물의 효율적 관리도 필요합니다. 농경지를 생태계의 한 단위로 이해해 농업생태계로 상정하여 그 구성요소 사이의 관계를 살피고 자연 생태계와 상호작용하는 측면에 주목해야 합니다.

 

친환경 농업은 양분(무기물)을 유기물에서 비롯된 것으로 충족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러나 유기물에 든 무기물만으로 작물의 요구량을 충족하자면 엄청난 양의 식물이 필요합니다. 친환경인증 농가들은 그러한 어려움을 회피하기 위해 흔히 ‘유박’이라고 불리는 유기질비료를 많이 씁니다. 불행히도 유기질비료 의존도가 높은 농사는 친환경이라고 부르기 어렵습니다. 유기질비료는 화학비료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농업생태계의 물질순환이라는 차원에서 친환경을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 김장

한때 미생물 배양과 토양 이식에 초점을 맞춘 액비 제조가 유행한 적이 있습니다. 토양의 미생물 다양성은 이식할 수 없고 유기물 함량을 높이거나 다양한 작부체계를 도입함으로써 미생물의 발생을 유도함으로써 이루어집니다. 최근에는 액비의 분해와 숙성이라는 관점에서 미생물의 역할에 더 주목하고 있습니다. 여기서도 굳이 특정 미생물을 배양 주입할 필요가 없습니다. 액비 재료의 성격에 따라 관련된 미생물이 자연스레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액비는 부작용을 최소화해 농업생태계의 물질 선순환을 유도하는 양분(무기물) 공급 방식입니다. 이는 엄청난 양의 유기물을 투입하는 수고를 더는 수단이 될 뿐 아니라 화학비료의 효과를 대체할 수 있는 효과적인 비료입니다. 더욱이 개별기능에 충실한 화학비료와 달리 다양한 영양소를 동시에 공급하고, 또 작물이 천천히 흡수하게 됨으로써 작물의 순조로운 생장을 도울 수도 있습니다.

 

▲ 토종콩, 붉다리

액비의 가장 큰 장점은 비교적 재료를 구하거나 만들기가 쉽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재료는 음식물 찌꺼기, 오줌, 깻묵(질소), 골분(뼛가루, 인산), 달걀껍데기(칼슘), 생선 찌꺼기(아미노산), 작물 부산물(양파) 등입니다. 시간 여유가 있으면 이 모든 재료는 물에 담그는 것만으로도 3~6개월 사이에 숙성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오줌은 물을 첨가하지 않고 그대로 약 1주일(또는 1개월)만 지나도 사용 가능합니다. 빠르게 제조하기 위해서는 골분과 달걀껍데기는 식용 식초에 담으면 됩니다. 생선 찌꺼기는 솥에 끓인 다음 물과 섞으면 빠르게 숙성됩니다. 물론 각 재료에 담긴 성분을 알뜰하게 뽑아내자면 추가적인 방법이 있겠습니다만, 비용과 설비가 필요하다면 관리해야 하는 까다로움이 있으므로 굳이 추천하지 않습니다. 액비를 사용할 때에는 토양에 충분한 유기물이나 퇴비 공급과 함께 이뤄져야 합니다. 미생물을 활성화해 유기물이 빠르게 부식(고분자물질)으로 분해되도록 해줍니다. 토양 속의 부식은 양이온 교환능력이 뛰어나 양분이 토양에서 유실되는 것을 막아줍니다.


이근우 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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