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시대와 장애인의 삶

성현정 울산장애인인권포럼 대표 / 기사승인 : 2021-01-21 00: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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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권

코로나 팬데믹으로 비대면 시대를 살아가는 삶이 우리에게 편리함을 느끼게 하는 부분들이 있다. 바로 온라인 시스템이다. 온라인 쇼핑, 배달앱, 더 나아가서 온라인 회의에 수업까지. 직접 마트나 시장으로 나가지 않아도 물건을 구입하고 음식을 집에 앉아서 먹을 수 있고 멀리 있는 사람들을 화면으로 만나 강의도, 회의도 진행된다, 관리자들은 집에 앉아서도 전자결제를 하고 학생들은 아침 일찍 등교하지 않고도 화면을 통해 수업을 받을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지금 같은 비대면 시스템 때문에 장애인들이 사회에서 경험하게 되는 사회적 장애를 만나는 빈도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편의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곳으로 물건을 구입하러 가지 않아도 되고, 제대로 들어갈 수 있는 식당이 없어 밥을 먹을 수 없는 상황에서 지금은 거의 모든 음식점이 포장과 배달서비스를 제공하니 앱이나 전화를 통해 음식배달도 가능하고 온라인 강의로 본인이 원하는 강의를 들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런 측면들도 없지 않다.


하지만 이러한 온라인이 주는 편리함이나 비대면 주문, 결제시스템이 반갑지 않은, 아니 오히려 더 소외되고 사회참여의 문턱이 더 높아진 것으로 체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대표적인 사람이 장애인들이다. 특히 장애 정도가 심한 사람들 가운데는 비대면으로는 단 하루도 살아가기 힘든 사람들이 있다. 눈을 뜨자마자 가족이나 활동지원인의 지원이 없으면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먹을 수도, 대소변을 처리할 수도 없는, 인적 지원이 없으면 안 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문자해독이 어려워 전자주문 결제시스템 앞에서 눈치를 보며 서 있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 컴퓨터 활용이 어려워 온라인 활동이 안되는 사람들, 앱을 활용할 수 없는 사람들, 가만히 책상에 앉아서 수업에 집중할 수 없는 아이들, 재활치료나 투석 등 주3회 이상의 의료지원 서비스를 반드시 필요로 하는 사람에 이르기까지 장애특성이나 정도에 따라 그 불편이나 소외의 정도는 다르겠지만 이 비대면 시스템은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는 큰 위협으로 다가온다.


이 같은 팬데믹이 아니더라도 우리 사회는 점점 온라인, 비대면, 로봇, 자동화 등을 지향해 기고 있다. 한 패스트푸드점을 방문했다가 햄버거를 주문하면서 화면 터치가 잘 작동되지 않아 점원에게 문의하려다가 아예 매장에는 점원이 없고 햄버거를 만드는 단 한 명만 분주히 움직이는 것을 보고 그 매장을 조용히 나온 적이 있다. 배달앱으로 주문받은 음식들을 만드느라 분주한 그 점원을 불러 터치가 잘 안 되니 직접 주문을 받으라는 이야기를 차마 할 수 없었던 것이다. 또 한 번은 카드결제가 되지 않아 한 점원에게 왜 카드결제가 안 되는지 한번 와서 보라고 했더니 시큰둥하게 와서 시도해보고는 “고장이네요” 한 마디와 함께 무심하게 주문을 받는 것을 경험한 적이 있다. 그때 ‘발달장애를 갖고 있거나 손 사용이 어려운 사람들은 이 주문시스템 앞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 이제 이 햄버거 하나 주문하는 것도 자유롭게 할 수 없는 것인가’ 생각하며 씁쓸해한 적이 있었다. 


가끔 온라인 시스템을 사용하다 보면 휴대폰으로 본인인증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많지도 않은 나이지만 사이트마다 아이디에 비밀번호, 인증까지 많은 절차들이 힘들 때가 있다. 얼굴을 보고 신분증 하나면 해결될 일들이 영문과 숫자, 특수문자까지 조합해 무언가를 자꾸 만들어내야 하는 절차들이 귀찮아진다. 영어는 물론 한글이나 수에 대한 이해가 어려운 사람들이 학습하고 세상을 경험하고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는 우리는 가끔 자기명의가 아닌 휴대폰을 사용하고 있는 발달장애인들을 온라인 시스템에 등록해야 할 경우, 이들의 등록절차를 위임받거나 가족을 통해 동 주민센터에서 아이핀이라는 것을 받아서 그 업무를 대리하게 될 때가 있다. 문자에 대한 이해가 없는 이들에게 이러한 절차는 서비스 접근성을 떨어뜨리고 혹은 이들의 정보가 외부로 유출돼 위험에 처할 수도 있는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는 것이다.


나는 언어장애를 갖고 있어서 말할 때 힘이 들어가고 발음의 정확도가 비장애인에 비해 떨어진다. 정확도가 떨어지는 발음은 비대면 시스템에서 의사전달의 정확도를 떨어뜨린다. 그래서 줌이나 방송으로 강의하거나 회의를 하는 시스템을 선호하지 않지만 요즘은 어쩔 수 없이 이 시스템에 적응해야 하는 상황이다. 음성언어 구사에 심한 장애를 갖고 있거나 몸짓 언어를 함께 이해해야 하는 정도의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비대면 시스템을 이용한 사회참여는 그 벽이 얼마나 높을 것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비대면도, 산업의 발전도 중요하지만 이 시대를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특성과 상황이 제대로 고려될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미래사회로 나아가는 데 해결해야 할 중대한 과제 중의 하나일 것이다. 


성현정 울산장애인인권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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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현정 울산장애인인권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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