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창원 내서 마을학교와 도시 마을공동체의 출발 성미산마을(3)

이동고 기자 / 기사승인 : 2019-10-23 22: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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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마을교육공동체 어떻게 만들까?

[울산저널]이동고 기자=  창원 내서 마을학교에는 20년 전에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들어섰다. 외진 곳에 아파트단지가 들어서다 보니 자연스레 주민들이 지역에 새로운 공동체 문화를 만들려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내서 마을학교는 2017년부터 시작했다. 그 전에 주민들은 ‘푸른내서당’ 마을교육공동체 연구회를 만들었다. 푸른내서당은 ‘푸른 내서다’, ‘푸른내 서당’의 두 가지 이중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푸른 내는 마을에 흐르는 낙동강 지류인 광여천 이름을 붙인 것이다. 연구회를 만들어서 지역민, 학생, 학부모, 교사들이 인근 경기도, 전북 완주지역을 탐방하고 다녔다. 2015년에 경남지역은 도지사 급식문제로 싸우고 있었는데 다른 지역을 갔더니 마을교육공동체가 5~6년 정도 앞서가고 있었다. 도지사, 교육감이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것을 보고 지역아이들에게 많이 미안했다. 
 

▲ 이민주 씨는 20년전 내서마을에 아파트가 집단으로 들어서면서 ‘제2의 고향’으로 삼자는 의식 있는 주민들의 결의로 ‘푸른 내서주민회’를 만들었다.                                                                                              ⓒ이동고 기자

 

마을이 학교다. 행복교육지구와 마을학교

실질적인 내서 마을학교의 교장 역할을 하고 있는 내서 마을교사 이민주 씨를 만났다. 아직 마을 안에서 복작거리고 있는데 무슨 인터뷰 거리가 될는지 모르겠다고 겸손해 했다. “서울지역은 10년 전부터 ‘마을이 학교다’라고 내걸고 지원하고 있는데, 우리는 경험도 없고 공부한 것도 없고 일단 우리들끼리 한번 공부를 해보자, 우리 지역에 맞는 마을공동체를 고민해보자라고 시작했다.”
도교육청에서 마을교육공동체인 ‘마을학교’사업을 2017년에 시작했다. 처음 경남도교육청도 이런 사업이 처음이라 김해시가 먼저 지자체와 교육청이 1대 1매칭을 하는 행복교육지구 사업을 진행했고 그와 별개로 교육청 주도로 학교로 예산을 보내 ‘마을학교’가 가능한지 마산, 창원, 진해 통합지역에서 실험이 진행됐다.
구 마산지역, 창원지역, 진해지역 하나씩 선정해서 세 곳이 지정됐다. 작년에는 5개로 늘었고 올해는 10개로 늘어났다. 창원은 행복교육지구를 하지 않고 이렇게 ‘마을학교’를 진행하고 있다.
교육청 차원에서 행복교육지구라고 지자체와 교육청이 1대 1매칭 예산으로 행복교육지원센터를 만들어 학교를 지원하는 것뿐만 아니라 경남지역 혁신학교인 행복학교를 지원하는 일을 동시에 하고 있다. 2017년 김해지역을 필두로 작년에 4개 지역, 올해는 8개 지역으로 행복교육지구가 확대 지정됐다.
이민주 씨는 “이후에는 어떤 식으로 매칭될지 모르지만 교육청이 주도하는 창원은 마을의 공동체가 주도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겠다고 생각한다”며 “현재는 지자체와 교육청이 매칭하는 형태지만 지자체가 예산을 교육지원청으로 보내 학교로 예산이 투입되는 식으로 진행하고 있고 장기적으로 봐서는 지자체가 더 주도적으로 나서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을학교는 지역마다 마을마다 천차만별

이민주 씨는 “우리 내서 마을학교는 전체 창원지역이나 경남에서 진행하는 마을학교 등 일반적인 형태하고는 많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마을학교라고 하면 마을의 형태나 구성원이 다양하다”면서 “마을학교 형태와 모양을 일괄적으로 가려고 하지 마라”고 당부한다. 내서 마을학교도 같이 시작한 3개 마을학교와 많이 다르다. 내서 마을학교는 마을에서 먼저 고민을 가지고 시작하는 중에 교육청과 매칭됐고 공간적인 형태는 다르지만 내서마을이 꿈꾸는 형태는 자치배움터 같은 경기도 의정부의 ‘몽실학교’다. 아이들 스스로 기획하고 그 마을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시간을 주고 고민하고 아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더 열어주자는 취지였다.

푸른내서회라는 오랜 지역공동체 활동의 역사

의정부 몽실학교를 다녀온 아이들이 아주 부러워했다. 내서지역 아파트단지 인구가 6만8000명 수준이니 초중고 1만여 명이 된다. 학생 수가 많지만 내서지역에는 청소년을 위한 어떤 시설도 만들어져 있지 않다. 그나마 내서지역이 다행인 것이 지역공동체운동이 활성화되고 아파트 내 작은도서관 등이 활성화된 것이었다. 20년 전 이곳은 농촌지역, 내서마을 사람들은 바깥에서 유입된 인구였고 당시 마을을 ‘제2의 고향’처럼 바꾸자고 했던 이들이 ‘푸른내서주민회’를 만들었다. 아파트 자치활동이 활성화되던 때도 있었고 지역 현안에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활동을 했다. 지금도 월 1만원을 내는 회원이 400명이 넘는다. 지금 마을학교에서 활동하는 이들 대부분이 푸른내서주민회 회원들이고 또 바른 먹거리를 고민하는 아이쿱 생협활동을 하는 주민들이 많다. 생협, 소비자협동조합, 마을활동이 중첩되고 있다.
그동안 활동을 평가하면서 “우리 마을이 좀 더 지속가능하고 돌아올 수 있는 공동체가 되는 방법은 무엇이 있겠나”를 고민했다. 교육공동체 활동이 필요하겠다하고 생각한 사람 위주로 마을학교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청소년 시설이 부족하긴 하지만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했고 지금도 이뤄지고 있다. 지금까지 마을에서 청소년의 위치를 생각해보면 청소년들이 대상화되고 여러 활동 시 본인이 필요성을 느끼기보다 단순히 봉사시간이 필요했고, 어쩌면 마을에서 다른 곳으로 떠날 준비를 하는 식의 활동이라고 판단했다. 보통의 동네들이 다 그렇듯이 실제 아이들이 대도시에 나가서 살아가는 모습을 봤을 때 정말 외톨이처럼 살아갈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있었다.

아파트는 낡아가고 인구는 줄어들고

내서지역도 마찬가지로 그 당시 지었던 아파트 건물이 낡아가고 새 아파트가 들어서지 않으니 인구가 유입되지 않고 점차 이 지역을 떠나가려는 움직임이 서서히 나오고 있다. 지금도 빈 아파트가 생겨나고 있으니 이곳도 10년, 20년이 되면 노년에는 이곳이 다시 시골처럼 변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생겼다. 마을이 더 나아지지는 않겠지만 더 나빠지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공통의 바람도 생겼다. 지금 아파트를 허물어 새 아파트를 짓는 방식이 아닌 주민들 세대교체가 필요하고, 세대교체를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났다.
‘새로운 세대가 누굴까’라는 질문은 ‘바로 이 지역에 살아가는 아이들이다’라는 결론이 났다. 그동안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소비성 사업’을 계속 해야 할까에 대한 고민이 생겼다. 아이들도 좀 힘들겠지만 본인들이 기획하고 시도해보는 주체적인 활동을 해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고 고민했다. 활동을 통해 청소년 자신이 마을의 일부로 인정되는 과정이 필요하고, 마을학교의 방향을 아이가 주체가 되는, 마을교사는 지원하고 그림자나 길잡이 역할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냈다. 전국에 몽실학교와 같은 것을 만들려는 시도가 많기도 하지만 문제는 시설 등 하드웨어적인 것만 모방하려고 하니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공간은 전혀 다르지만 의정부 몽실학교가 가진 철학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가려고 하고 있다.  

 

▲ 좁은 공간을 넓게 활용하기 위해 설계에 주민들의 다양한 요구와 지혜를 담았다. 폴딩도어도 지인 도움으로 합리적인 가격으로 설치했다                ⓒ이동고 기자


마을카페를 만들어 동네 사랑방으로

지난해 마을학교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동의하는 학부모들이 그 전에는 봉사활동처럼 하다가 작년 말쯤 “우리가 마을학교 예산을 지원받는데 지원이 끊어지면 아이들과 함께 하는 마을학교 활동을 안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예산뿐만 아니라 협동조합 고민을 하게 됐고 현재 9명의 마을교사들이 모여 고민하다 각 조합원들이 출자도 하고 빚도 내고 해서 사회적 협동조합인 ‘마을을 담다’ 카페 공간을 만들었다. 만드는 과정에서도 주방, 세미나실, 아이들이 누워 책을 보는 공간을 직접 내부 설계했다. 공간의 필요성은 느끼는데 우리는 일반 사무실이 아니라 이 공간에 공유 주방, 세미나실 겸 공부방이자 소규모 특강실 등 다양한 요구가 쏟아졌다. 중간 칸막이를 열면 공간이 확장되면서 마을 음악회도 열고, 아이들이 준비한 영화제도 할 수 있게 만들었다. 마을에 있는 목공조합에 제안했더니, 폴링도어도 비용이 엄청 비싼데 목공조합의 도움을 얻어 싸게 인터리어를 할 수 있었다. 수시로 학부모 특강도 열고 마을의 문화 콘텐츠를 공유하는 공간으로 쓰고 있다. 이 공간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빌려주는 식으로도 운영한다. 카페 영업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만 하고 일요일은 청소년들이 동아리 활동, 프로젝트 모임도 하기에 그들에게 공간을 열어 놓아두면 자율적으로 한다.
월세도 비싸고 사무실을 유지하는 방법은 뭔가를 고민하다가 마을에서 소비하는 술값, 밥값, 찻값 순으로 마을 사람들이 지출하는 것을 알고 그 비용을 여기서 지출하면 안 되나 하고 공간을 만들었다. 주말에는 청소년들이 활용하기에 술을 팔지는 않지만 술이 포함된 행사를 한다면 이 공간을 빌려주기도 한다. 어른들의 음주문화를 보장하기 위해 ‘술사내’라는 임의단체를 만들어 ‘어른들을 위한 맥주 파티의 날’ 같은 행사를 벌여 임대수익을 올리기도 한다. 여기서는 차나 간식, 먹거리 상품도 판다. 주변에 학교가 많다 보니 학부모 모임이 많다. 오전에는 학부모들이 와서 책모임도 하고, ‘원데이 클래스’라고 뭘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기도 하고 1인 음료 한 잔 값이면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 가게 안쪽은 공유부엌으로 만들어져 있어 다용도 주방으로 사용하려 계획하고 있다.                         ⓒ이동고 기자


성미산공동체처럼 혹은 ‘소확행마을’이라고 아파트 공유공간에서 주민들이 밥을 같이 해먹는 정도는 아니지만 각자 냉장고에 들어있는 잉여음식 등을 나누는 활동을 한다. 동네 어르신 중에 손맛이 있는 분들이 한 끼나 두 끼를 준비해준다. 집에서 혼자 밥 먹는 사람들이나 근처 중학교 아이들이 학원을 가기 위해 마트에서 삼각 김밥으로 때우는 대신 이곳에 와서 밥 한 끼 먹고 학원에 갈 수 있도록 공유부엌을 활용할 구상을 하고 있다. ‘원데이 클래스 쿠킹’을 하거나 최근 ‘아빠와 딸 요리를 굽다’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아빠랑 초등학교 2~3학년 딸이 파스타를 만들어 먹는 활동을 했다. 또 집들이 하려는 사람들도 공유주방을 활용해 음식도 만들고 손님을 초대하기도 한다. 

 

▲ ..협동조합으로 만든 마을 사랑방이자 카페에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이동고 기자


마을 청소년 동아리와 프로젝트

‘동아리’와 ‘프로젝트’를 구분 짓는데 동아리는 본인들이 해보고 싶은 것을 해보는 것이고 프로젝트는 해보고 싶은 개인적인 욕구 활동에서 더 나아가 공익적이고 마을에 환원되는 목표를 달성하는 일이다. 올해도 3월에 ‘동아리와 프로젝트 장터’라는 것을 여는데 동아리 활동이나 프로젝트를 하고 싶은 아이들이 모여 그 자리에서 동아리 활동이나 프로젝트 활동을 제안하는 행사다. 이곳에서 미리 기획을 준비한 친구들은 제안을 하거나 준비되지 않는 아이들은 아이쇼핑을 하면서 가입한다. 지금은 동아리, 프로젝트를 합쳐 10개의 모임이 있는데 프로젝트팀이 4개다.


광여천 하천을 가꾸는 프로젝트팀 ‘광여천사’가 만들어진 과정이 재미있다. 해마다 4월부터 10월까지 매월 셋째 주 일요일 광여천 청소를 해오고 있는데 보통 아이들이 봉사점수를 주니 많을 때는 100명에서 200명 사이, 적을 때도 40~50명은 온다. 원래 광여천 청소는 ‘푸르내서모임’에서 17~18년째 해오고 있는데 아이들은 많이 오는데 참석 어른들이 10명 안팎이니 청소년 관리가 너무 힘들었다. 아이들이 직접 청소를 하는 건데 주도권을 넘겨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고민했다. 2018년도 프로젝트에서 ‘광여천 청소를 우리가 주도적으로 해보자’는 프로젝트가 장터에 제안돼 5명의 아이들이 모인 것이 출발이었다. 청소년들이 청소 도구, 명단 확인 등을 주도적으로 한다. 아이들이 활동을 하고 끝나고 나면 생태보고서와 청소후 기를 남긴다. 직접 생물채집도 하고 전문가를 불러 강의도 듣는다. 올해는 7명으로 광여천 청소를 하는데 간혹 ‘우리가 이런 일을 왜 하지’ 물으면서도 환경영화제까지 추진하고 있다. 환경재난 영화 1편과 환경SF영화 두 편을 상영해 지구환경문제에 대한 의식을 마을사람들과 공유하는 식으로 활동도 진화하고 있다. 창원시청에서는 마을학교 개수도 늘리는 것 뿐 아니라 마을학교지원센터를 통해 평생교육의 일환으로 연결할 계획이다.  

 

 

성미산공동체는 서울광역시 마포구 성산동에 있다. 마을 뒤로 성미산이라는 아주 낮은 동산이 있다. 1994년 공동육아를 중심으로 학부모들이 모여들기 시작해 공동육아 어린이집, 성미산학교, 성미산 밥상, 생활협동조합 뿐만 아니라 마을극장, 개똥이네 놀이터, 공동주택 소확행, 마을회관과 카페를 지어 도시공동체운동을 연 곳이다. 25년이 지난 지금, 지역주민은 이제 무엇을 꿈꾸고 살까를 취재했다. 마을에는 탐방객을 안내하는 여러 명의 ‘길눈이’가 있다. 공동체에서는 이름대신 다양한 별칭을 쓴다. ‘사슴’이라는 별칭을 쓰는 교사를 만났다.  

 

▲ 별칭을 사슴으로 쓰는 '길눈이', 성미산공동체가 겪었던 관계를 중심으로 설명해 줘 성미산공동를 깊이 있게 이해하게 해줬다.    ⓒ이동고 기자

 

다양한 사람이 같이 산다는 것

공동체라는 것이 정말 많은 사람이 있기 때문에 뭔가 하나로 결집됐다는 느낌을 주기가 힘들다. 가장 결속이 좋은 공동체가 종교공동체이기에 성미산공동체가 종교가 같나 하는 식으로 물어보는 경우가 많았다. 종교는 다양하고 강요할 수 없고 녹색당 당원도 있고 자한당, 민주당, 혹은 모두를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다. 사슴 씨는 공동체 속 주민들은 정치적인 이야기들은 내려놓은 상태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처음 공동체를 만들 때는 의식이 있는 주민들이 만들었지만 지금은 26년째이니 아무리 지인들이더라도 설득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 지난 구청장 선거 때도 당적을 가진 사람이 후보를 지지하는 것을 꾸렸는데 ‘그런 이야기는 꺼내지 마라’ 식으로 반응이 나왔다. 확연하게 다양성을 인정할 수밖에 없고 관심사를 중심으로 모인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교육문제로 들어왔지만 이제 아이들이 다 크니 자신의 문제로 돌아와 ‘나도 행복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하게 된다. 성미산공동체에서도 ‘우리 노년에는 함께 내려가 살까’하는 식으로 새로운 공동체 이야기도 오간다. 변산공동체으로 가는 경우도 있고 처음 성미산공동체를 만들었던 24가구가 강원도 지역에 여유 땅을 사놓고 있다. 지금은 18가구 정도가 남았는데 같이 할 사람은 같이 하자 식으로 추가 모집을 하고 있다.


젊은 그룹도 15가구 정도가 땅을 사두고 귀농을 꿈꾸고 있다. 주거도 일자리도 그렇고 공동체가 순환을 하는 것도 있고 커뮤니티가 계속 교류도 할 것이니 확산되는 개념도 있다. 자연스레 이곳에서 공동체 문화를 체득하고 너와 내가 친하니 또 다른 꿈을 꾼다.
또 다른 장소에서 주민들과도 교류를 해야 하니 커뮤니티가 확장되는 경험을 하고 뻗어나가는 것이다. 이런 공동체성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지지는 않았고 공동육아를 하겠다는 생각으로 만나 같이 모여 살다보니 자연스레 만들어진 것이다. 먹거리가 중요하다 보니 생협을 만들고 유기농 아이스크림 카페가 있으면 좋겠다 해서 카페를 만들고 반찬가게, 극장을 만들고 하는 식으로 하나하나 필요성에 의해 주민들이 만들어 왔다. 시청이나 구청에서 ‘이런 거 하나 만드세요’ 해서 만든 것이 아니다.
공동체 속 사람관계는 어려움은 많고 늘 있다. “지금 성미산공동체에 16년 동안 살고 있는데 그동안 정말 싸우는 것을 많이 봤다. 나도 많이 싸워왔고. 오늘 절친이었는데 내일은 말도 안하는 관계로 바뀌는 경우도 봤고.” 지금 생각하면 그만큼 애정과 기대가 컸던 것 같다고 회고했다. 간혹 마을을 떠나는 경우도 있다. 시간이 오래 지나면 깨달은 점은 모든 사람에게 정을 줄 수 없으니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짝꿍을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새롭게 성미산마을에 진입한 사람들은 성미산마을이 아주 불친절하다는 말도 간혹 한다. 왜냐면 커뮤니티가 각각 운영되기 때문에 누가 이사를 왔다고 해서 그 사람을 챙겨줄 방법이 없다. 어린이집 공동육아 조합원, 생협 조합원 등에 속한다면 선배 조합원들이 챙겨주는 것이 있을 수 있는데 속하지 않으면 방도가 없는 것이다.
교육, 기업, 동아리 구성원 틀을 갖출 때도 그렇지만 안정된 모습을 갖췄다고 해도 새로운 일을 하면 또 다른 영역이기에 언제나 합을 맞춰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다르기 때문에 의견이 다르고 마을 안내할 때도 큰 이야기 주제가 ‘잘 싸우기’다. 원래는 ‘안 싸우기’로 했었는데 바꾼 것이다. 사람관계에서 안 싸울 수 없기 때문에 관계를 형성할 정도로 잘 싸워야 한다는 것이다.

조합원들끼리 성격유형 검사교육을 자주 받는다

사슴 씨는 “마을에 와서 MBTI 검사(성격검사)를 다섯 번이나 했다. 신입 조합원 성격을 알면 조합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다는 것을 알고 해마다 조합원 교육을 할 때 같이 성격유형 교육을 받는다”고 했다. 그러면 오해했던 사람도 ‘응 사슴은 그런 사람이구나, 성격형이 그러니 그랬지’하고 조합원이 서로 성격을 알고서 이해하게 된다고 말했다.
갈등이 있으면 비폭력 대화로 가야하니 조율하는 교육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이곳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런 일은 마을에 혜안을 가진 어떤 어른이 있어서 일이 생길 때마다 뭐 할 수 있는 그런 일이 아니다. 뭔가 컨트롤타워가 있는 것도 아니고 각자 커뮤니티 운영자가 있고 누가 계속하는 것이 아니라 바뀐다. 그걸 혼자 계속 하면 썩은 것처럼 보일 것이고.” 자기만 자리 안 맡고 혜택만 누릴 것이 아니라 번갈아 가면서 맡는 방식으로 풀어간다. 공동체 관계는 느슨하고 사람이 많으니까 꼭 저 사람 얼굴 보기 싫어 이사 가는 게 아니라면 더 소중한 인간관계가 있기 때문에 그냥 이곳을 좋아하게 되는 식이다. 잘 싸우는 것은 자존심 때문에 숨기는 경우에도 가장 친한 사람에게는 이야기할 수도 있기에 알아갈 수 있다. 그 사람이 본심을 이야기 안 한다고 뭐라고 말할 수는 없다. 잘못 싸우는 사람은 계속 잘못 싸운다. 모임마다 쌈닭 같은 역할을 하는 사람은 끊임없이 그 역할을 하고 그 사람만 안 오면 회의가 잘 굴러갈 것 같은데, 그 사람 옆에는 부처 같은 사람이 따라 다닌다. 누군가는 나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또 마을에는 조율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마을의 갈등 해소와 성미산학교 규칙

“마을의 갈등을 풀려는데 컨트롤타워도 없고 이장도 없지만 교육문제, 아이문제에 있어서는 ‘페다’(페다고지 줄임말)라는 곳이 있다. 교사가 힘들어 하고 조합원이 힘들어 하면 ‘페다’에서 나와 상황을 지켜보고 조언을 해주는 방식으로 도움을 받는 경우도 있고 내부적으로 해결이 안 되면 외부 전문가를 초대해서 문제를 푸는 경우가 있다.” 사슴 씨는 “문제가 심각해지면 단체가 와해될 수도 있으니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고 당연하듯 말했다.
대안학교 성미산학교는 자율적인 갈등 해결 조치를 취했다. 초등은 초등대로 회의하면서 규칙을 정했는데 폭력적인 말을 했을 때는 입에 마스크를 쓴다든지 발로 찼으면 발에 기부스를 한 것처럼 다닌다든지 하는 규칙이 있다. 중등은 일주일에 한 번 총회를 하는데 일주일 동안 기분이 상했던 일들을 공개적으로 말하고 푸는 자리가 만들어져 있다.
또 다른 예로 학교운영위를 하는데 학생이 “우리도 학교의 주체인데 운영위에서 안 넣어 주느냐”하는 이야기를 해서, 학교운영위에 학생들이 들어가게 됐다. 학교생활 중에는 외부에서 음식 사먹지 않도록 규칙을 정했는데 교사가 음식을 사 먹어 회의를 하는 일도 있었다. 자율적인 규칙을 많이 만들어가고 있다.  

 

▲ 마을극장은 협동조합이 다양한 공모사업 행사장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마침 북한사진전을 열고 있었다. 이곳은 마을행사를 여는 중심마당이다.             ⓒ이동고 기자 


도모하는 공간 마을회관, 마을극장

“가장 최근에 생긴 공간이 마을회관이고 2018월 7월 16일에 만들었으니 1년 정도 됐다. 환경단체 네 곳이 모여 같이 건물을 지어 오겠다고 하는데 극장도 같이 지었으면 좋겠다고 해서 짓게 됐다. 우리는 지하에 문화공간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쓰레빠(슬리퍼) 끌고 영화를 볼 수 있는 곳 ‘쓰레빠 찍찍 영화관’이랄까? 그런 구상으로 만들게 됐다. 사회적 일자리를 지원받아 사람을 쓰고 가까운 홍대 언더그룹 공연도 하고 마을사람들이 이용하는 공간이 됐다. 초기 지을 때 비용이 많이 들어 지금은 협동조합으로 운영하고 있고, 협동조합을 한 지는 7년 정도가 됐다. 얼핏 보면 100석 규모 소극장 같다.”
인건비 부담이 가장 컸는데 조합원들이 역할을 나눠서 월세를 내 운영하고 있다. 회사를 다니면서도 재정을 맡은 사람, 대관 일정을 짜는 사람 등 역할이 있다. 지금은 극단 상주단체가 들어와 공모사업을 통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반 상근 인원이 한 명 와 있고 그 공간을 연습공간으로 쓰기도 한다. 한 달에 두 번 정도 영화 보고 감독과의 대화를 추진하고 마을에 사는 영화배우를 초대하는 경우도 있고 환경영화제에서 수상한 작품을 상영하기도 한다. ‘하루종일 영화관’의 경우는 오전엔 어른들이, 오후에는 방과후 학생들이 보기도 한다. 성미산 마을축제를 5월에서 6월에 하는데 가을에는 운동회가 있다.

기존 성산동 마을 주민과 관계

기존 성산동 주민들의 반응은 조금씩 변했다. 공동체 성미산마을공동체가 만들어지고 큰 싸움이 두 번 있었는데 한 번은 서울시와, 또 한 번은 사학재단과 싸움이 있었다. 도심에 마지막 남은 생태숲 공간이기도 하고 끝까지 함께 하는 모습을 마을사람이 지켜보면서 신뢰가 쌓였다. 또 공동체 마을로 만들어진 커뮤니티를 기존 마을 주민들도 같이 이용하게 되니 전반적으로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또 공동체 주민들이 NGO 복지단체 ‘희망나눔’을 만들어 독거 어르신이나 조손가정을 찾아서 집 청소, 의료, 정리정돈, 청춘 살롱 공연도 하고 대접도 하니 원래 주민들이 바라보는 시각이 부드러워졌다. “이전에는 받기만 했는데 지금은 김장도 같이 담고 파도 까고 수육도 삶아 먹을 정도가 됐다. 2005년 우리만 잘 살 것이 아니라 주변을 돌아다봐야 한다는 생각으로 출발했다.”

 

▲ 성미산 마을공동체는 서울시, 마포구청이 만들고 ‘사람과 마을’이라는 사단법인이 운영하는 마을회관과 마을카페를 작년에 열었다.                   ⓒ 이동고 기자


가장 늦게 만들어진 것이 마을회관인데 작년 7월 16일 만들었다. 도시에서는 노인정, 경로당만 있지 마을회관이 없지만 마을사람들이 같이 모여 협의하고 기본 사무를 볼 수 있는 공간을 원했고 이 공간이 만들어졌다. 예전에 월세를 내고 사용했는데 행사를 진행하려면 사무실도 필요했는데 마포구 마을활력소로 불리며 다양한 실험이 가능한 공간이다. 서울시가 소유하고 성미산공동체 안에 있는 (사)‘사람과 마을’이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다. 축제, 성인식, 운동회, 인터뷰 등 마을 행사가 많고 성미산공동체가 ‘사람과 마을’은 외부로 연결되는 통로다.
도시를 벗어난 전원생활도 어느 정도의 경제적인 여유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고 과거 나이 들면 으레 시골에 산다는 그 생각마저도 이제는 현실적으로 도시에서 공동체를 만들어 살아가야 하는 대안도 부각되고 있다. “아이들은 중고등학생이 됐고 아직 몇 년이 남긴 한데 ‘이제는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많다. 그동안 종종대며 살아가는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조금 내려놓고 먼 미래를 보며 살아가야 할 것 같다. 아직 왜 공동체 속에 있는가를 물어보면 사람 관계 속에서 얻는 위안이 필요한 것 같다. 혹 다른 동네로 이사를 갔으면 어땠을까 거기서 또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있을 수 있다고도 하는데 과연 엄두가 날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마을에서 관계한 사람들이 소중해 떠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아무리 치열하게 논쟁하고 간혹 싸우기도 하더라도 이 마을에서 맺은 인연들이 중요하다. 한참 연락이 안 되다가 문득 만나더라도 어제 만난 이웃사촌 같은 마음은 어느 도시에서 느끼겠냐 싶다. 공동육아와 교육을 이야기하면서 안정적으로 사람을 만나는 계기가 됐고 관계 속에서 짝꿍이 되고 보통 사람들은 일회성 만남으로 쌓아가지 못한다고 보면 된다.”  

 

▲ 개똥이네 책놀이터는 아동도서를 중심으로 다양한 책을 비치하고 전시회를 열어 성미산마을공동체 문화공간 구실을 하고 있었다.                                                                   ⓒ 이동고 기자


마을교육공동에서 중요한 것은 공익적인 일자리

“공동체에서 중요한 것이 일자리인 것 같다. 일자리가 있으면 엄마들도 수익도 있고 안정적으로 관계를 맺는 힘이 되는 것 같다. 생협의 실무자분들, 운영하는 분들, 성미산 학교, 어린이집 선생님 등도 일자리이고 마을축제를 통해 다양한 동아리 모임이 만들어져 있으니 운영하고 기획하는 스텝들 대략 200명 이상 일자리가 만들어져 있다. 일자리도 느끼는 것에 따라 다를 수 있는데 진짜 아르바이트도 있고 정직원도 있지만 일주일에 느티나무 카페에 몇 번 나가 20~30만 원을 받는 일자리도 있다. 필요성도 있고 보람도 있고 정당한 대가를 받는 정말 다양한 일자리다.”
더 소중한 것이 동아리활동이다. 체력과 열정은 이제 딸리지만 마을을 끈끈하게 만드는 윤활유 역할이 된다. “풍물패에 속해 있는데 잘 치지는 못하지만 그 모임에 속한 사람들이 너무 좋다. 일주일에 한 번은 정기적으로 만나고, 좋아하는 일로 모이니 아주 친하다. 그러다가 더 합이 맞는 사람들은 또 다른 공동체를 만들어 이주까지 생각하는 것이고. 목공을 하는 분들을 보면 전공이 아닌데 다양한 기술을 배운다고 전국 팔방 다니지 않는 곳이 없더라. 자기 인생의 즐거움을 찾은 것이라 본다.”  

 

▲ 성미산마을 지도를 보면 성미산과 각 거점이 띄엄띄엄 어떻게 배치됐는지 알 수 있다. 기존 마을에 들어가 이 정도 만들기까지 26년이 걸렸다.   ⓒ이동고 기자


성미산 마을은 어디로 갈 것인가?

“1994년부터 현재 26년을 왔는데 지속가능했으면 좋겠는데 앞으로 20년을 가려고 하면 어찌해야 하지? ‘20년을 더 가기 위해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지?’라는 생각보다는 뭔가 일이 생겨 관심이 가는 분야가 있으면 같이 하고 싶다 정도 생각이다. 어느 분야든 잘하는 사람들이 있다. 앞으로 10년 이상은 이곳에서 살 것 같다. 지금처럼 관계 잘하고 살고 싶고.
바람이 있다면 지금 청년들이 이 마을에서 설 자리가 만들어졌으면 한다. 그들끼리 관계도 잘 맺어졌으면 바람도 있고. 그들이 주도해 애완동물 수제 유기농 간식을 만드는 가게, ‘소풍가는 고양이’라고 도시락을 만들어 배달하는 사회적 기업도 있고 친구들끼리 ‘명왕성’이라는 단체도 만들고 그들만의 방식으로 활동하려 애쓰고 있다.”
대안학교인 성미산 학교는 5학년+2년 학제과정으로 2년은 포스트 중등과정인데 대학이 아니더라도 성인이 됐을 때 인턴십 과정으로 자신이 해보고 싶은 일이 있으면 그 일을 해볼 수 있는 공간이 마을에 열려 있다. 청년들이 자신의 활동을 할 수 있는 허브가 마을회관이나 사람과 마을에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른이 만드는 일이 아니라 청년들과 함께 만들어야 하는 일이고 마을에 유입된 청년과 또는 청년들끼리 커뮤니티가 만들어지길 원하고 지원하고 있다. 작년에는 혼자 사는 청년세대를 위한 ‘일인 김장’ 등을 통해 청년들과 활발히 교류하기도 했다. 마을공동체에 새로운 세대들이 안착하기 위해서 청년들이 원해야 하는 것이고 또 그 청년들이 일할 공간과 거리를 만드는 일도 중요하다. 장애청년들이 하는 ‘사부작’이라는 단체도 있는데 ‘발달장애 청년허브’라고 마을에 뜻있는 사람들이 모여 활동을 하고 다. 생활까지는 같이 하지 않고 거점을 두고 활동을 하는 식이다.

성미산 마을공동체는 열린 형태로 진행 중

“공동육아를 하는 어린이집이나 성미산학교로 혹은 우리 마을로 찾아오는 분들이 있다. 사실 성미산공동체는 회원제도 아니고 열려있는 구조로 활동하다 보니 꼭 이곳으로 이사 올 필요는 없다. 그래도 동아리 활동이나 가까운 곳이 낫다. 여기 성산1동 사람들이 모두 활동하는 것은 아니니까 참여하면 구성원이고 참여하지 않으면 구성원이 아닌 것이다. 나는 뼛속 깊이 성미산마을 사람이야 하면 성미산공동체 회원인 것이다.”
사람들이 몰려들면 아무래도 집값은 오른다. 홍대 상권과도 거리가 가깝고 집이 부족하면 단독주택을 헐고 빌라를 짓고 서울 어디든 비슷한 측면이 있다. 예전에 혁신학교로 지정된 남한산초등학교 경우에 사람이 몰리면서 집값이 폭등하기도 했다.
성미산공동체는 마을회관, 개똥이네 놀이터, 마을서점이나 소행주(소통이 있어 행복한 주택)도 가볼 만하다. 1층이나 2층에 사회적 기업이 들어 있다. 어른들이 만나 술 한 잔 하는 ‘만고비어’가 있었다. 사슴 씨는 “어른들이 만나는 공간은 협동조합, 마을기업, 개인 형태로 있기도 하고 혼자 가도 어디는 아는 사람이 있는 술집을 만들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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