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국가정원, 문화예술적 세련미가 필요

이동고 기자 / 기사승인 : 2019-07-31 22: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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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로 쓰는 자연이야기
▲ 울산생태관광센터에서 내려다본 울산태화강국가정원의 모습. 되살아난 태화강에 문화예술적 감각을 결합한 울산역사문화에 대한 감동적인 스토리텔링을 푸는 플랫폼으로 만드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이동고 기자

 

[울산저널]이동고 기자=  낮에는 십리대숲 안길을 제외하면 나머지 공간에 그늘이란 항시 부족했다. 이렇게 더운 날이면 낮보다는 밤에 걷기가 더 편안하다. 이제 국가정원이 된 태화강대공원을 걸으니 바람이 시원하고 걷는 길이 행복하다. 한창 꽃을 피운 커다란 부용꽃들이 길 따라 나란히 서서 장관을 이룬다. 어둑어둑한 무궁화원에 꽃들만 피어 환한 길을 걷는 기분도 아주 좋다. 군데군데 마련된 파라솔 쉼터에는 삼삼오오 이야기꽃이 피어난다. 길가에 조성된 식물 군락을 지나면 벌써 풀벌레 소리들이 생기를 준다. 저 너머 행사나 축제 소리에 방해를 받긴 하지만 태화루와 도시야경 속에서 들리는 풀벌레 소리는 이질적이라 더 즐겁다. 저잣거리 속에서 누리는 마음의 평온처럼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도시에 살면서도 대우주 자연에 속해 있고 연결돼 있다는 느낌 때문일 것이다.

울산시민들이 태화강공원 터를 지켜내고 보존에 힘쓴 것은 바로 공원이 도시민에게 주는 안식과 위안 때문이라고 본다. 간혹 중구 도심에 만날 약속이 생기면 강을 따라 걸어가는 것은 운치가 있다. 종일 일상에 바빴던 사람들도 이 시간에 편안함을 느끼고 잠시 자신을 돌아볼 시간을 얻는다.

태화강 국가정원 선정은 울산광역시에 너무나도 큰 선물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기에 실현될 가능성이 높은 사안이었지만 울산시나 우리 울산시민이 생각하는 국가정원에 대한 이해나 정원문화 역량이 높지 않은 것은 걱정이었다. 이는 이후 부분적인 조성 방향과 유지 관리할 역량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정원은 공원과 어떻게 다를까? 그리고 태화강대공원을 국가정원으로 지정한 핵심가치를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울산은 민간 거버넌스로 같이 풀어온 경험과 공무원 스스로도 지역주민, 사회단체와 협력 속에서 같이 토론하고 풀어가는 역량과 경험이 부족한 지역이다. 이제 국가정원을 가진 지역이 됐지만 우리 스스로 꽃과 나무를 키우면서 즐기는 여유와 자발적인 문화는 거의 없었다.

대부분 공원관리는 조경업체에 맡겨져 있고 주민들은 지역공원을 잘 이용하지도 않는다. 지역의 공원들은 인공적인 도시 환경에 쉼표와 같고 도시민에게 여유와 휴식을 주는 공간이 되면 좋겠지만 공원은 흔히 노인들이 평상에 모여 쉬거나 일 없는 사람이 빈둥거리는 공간으로 여겨진 지가 오래다. 큰 나무와 잔디밭 그리고 벤치와 운동시설이 우리나라 공원의 일반적인 모습이다. 자기 마을에 있는 공원이지만 사람들은 공원에 관심도 없다. 누가 공원을 가꾸는 자발적인 문화를 본 적이 없다.

한동안 열심히 했던 텃밭을 떠난 지 오래라 몸 풀 곳을 고민하다 가까운 공원을 다듬어보기로 마음먹었다. 나무 밑에 잡초 무성한 한 구역을 정해 잡초를 뽑았다. 풀을 모두 제거할 것이 아니라 종다양성 관점에서 접근했다. 드물게 나오는 풀은 두고 너무 득세한 풀들은 뽑고, 또 민들레 등 관상가치가 있는 식물은 늘려가려고 남겼다. 베를린의 어느 식물원은 들판 잡초를 인위적으로 조성하고 있었다. 눈으로만 보기 좋은 잔디밭은 식물에 의존해 살아가는 생명체들에게는 사막과도 같은 곳이었다. 우리가 버려진 들판의 사초과, 벼과 잡초밭은 잔디보다 20배 이상의 생물종을 품고 있었다.

울산에서 가장 현실적인 정원문화와 가장 가까운 것이 도시텃밭 문화 정도가 아닐까? 울산시가 도시민에게 도시텃밭을 권장해 삶의 풍요로움과 즐거움을 줄 수 있는데도 플라스틱 박스화분으로 대체해온 무성의한 정책은 지난 지방정권에서 오랫동안 지속돼 왔다.
하지만 자연순환에 굶주린 많은 시민들은 자투리 공간만 나오면 텃밭을 만들어 키워왔다. 도시농업, 원예나 조경에 대한 울산시의 생각은 업체 용역으로 해결하는 관주도 원예조경문화였다. 시민들 생활에 활력을 넣을 생활문화로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국가정원 지정을 계기로 앞으로 조경교육과 원예교육을 중심으로 전문가를 양성해 동네공원의 관리와 원예조경 문화를 꽃피우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기존 울산관광도 인센티브를 미끼로 관광사가 관광객을 끌어오는 단순 숫자 불리기 방식이었다. 아마 겉으로는 관광객으로 득을 보는 듯하지만 속으로는 밑지는 관광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울산 태화강을 ‘한강의 기적’처럼 포장하는 촌스러운 스토리텔링을 벗어나 역사에 기반한 감동적이고 창조적인, 문학적이고 예술적인 스토리텔링을 만들 필요성이 있다. 이는 잠재적 가치가 엄청난 처용설화마저 종교적인 잣대로 맘대로 재단했던 과거 지방정권의 문학적 치매에서 하루 속히 벗어나야 한다.

지금도 태화강공원은 인공적인 조성이 강한 편인데 국가정원 지정을 계기로 모노레일, 조잡한 놀이동산 등 다른 개발의 붐을 일으키겠다는 제안마저 나오고 있다. 지금 순천만 국가정원의 가장 큰 골칫거리가 모노레일이라는 것을 모르는가? 제발 그러지들 마시라.

울산시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태화강이 가진 자연성이다. 그 자연성에 문화예술 전문가들이 주도하는 문화(학)와 역사, 예술적인 세련미를 가미하는 것이 좋다. 태화강 국가정원 프로젝트는 울산 선시시대 역사문화, 처용설화 등 다른 흐름을 연결할 수 있는 핵심 플랫폼이다. 그 기회를 낭비하지 말자.

이동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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