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숲 - 그럼에도 살아남아야 했던 이유 <죽음의 수용소에서>(1)

정리=김미경 인문학협동조합 망원경 인문강사 / 기사승인 : 2021-01-22 00: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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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자의 생생한 체험 기록

최미선: 김미경 씨와 함께 죽음의 수용소로 가 보겠습니다. 선생님에게 이 책은 어떤 책이었을까요?


김미경: 저는 사실 이 책을 접하기 전에는 원효의 일체유심조를 많이 생각하며 살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죽음의 수용소를 접하고 난 뒤에 이 세상 모든 것이, 모든 상황이 내가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되더라도, 그 상황에 대한 나의 태도는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그 말 한마디가 너무 와 닿아서 그 이후로 제 삶의 지침이 되고 있습니다.


최미선: 글을 쓴 작가가 빅터 프랭클이잖아요. 굉장히 유명한 정신과 의사잖아요. 이 분에 대해서 소개를 좀 해주시겠어요?


김미경: 프랭클은 1905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났으며 평생을 종합병원 신경정신과 의사로 일했습니다. 2차 세계대전(1939.9.1~1945.9.2)이 일어나 여러 곳의 수용소를 전전했는데요. 그중에는 죽음의 수용소라는 아우슈비츠도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살아남아 생생한 체험을 기록한 자서전을 씀으로써 베스트셀러 작가가 됩니다. 그리고 나중에 말씀드리겠지만 로고테라피의 창시자이기도 합니다. 


최미선: 살아남은 자 그러니까 생환자의 생생한 체험을 쓴 책이네요. 3분 요약 시간입니다. 책 내용을 간략하게 그러나 밀도 있게 그리고 재밌게 3분 동안 소개해주세요.


김미경: 이 책은 1946년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살만하다고 말할 수 있다: 한 심리학자의 강제수용소 체험에서>라는 제목으로 출간됐는데 원제목은 Man’s Search for Meaning이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죽음의 수용소에서>라고 번역하게 되죠. 책 내용은 아우슈비츠에 강제로 끌려가는 것을 시작으로 1부는 수용소에서의 생활을, 2부는 로고테라피에 관한 내용, 3부는 비극 속에서의 낙관 순으로 전개됩니다. 


앞에서도 말한 것처럼 직접 체험을 바탕으로 한 수용소 안에서의 생활은 그야말로 인간으로서는 견디기 힘든 수치심, 모멸감, 절망의 연속이었습니다. 그 속에서도 이 전쟁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는 두려움이 가장 컸다고 합니다. 하지만 프랭클은 스스로의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은 환경이 아니라 자신의 태도에 달려있다는 것을 실증하는 시간으로 만들었습니다. 자신의 삶이 무의미하다고 느낄 때가 많죠. 특히 요즘 같은 경우는 젊은이를 비롯해 나이를 많이 드신 분들까지 모두 자기 삶의 무의미함을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이것을 실존적 공허라고 하는데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감정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 그래도 수용소에서의 프랭클보다는 내 삶이 낫다는 생각을 갖게 되죠. 그것이 인간 스스로 느끼는 무의미함과 공허를 채워서 위안을 주는 내용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사람은 어떤 환경에서도 적응한다

최미선: 빅터 프랭클이 수용소에 들어가기 전에 이미 정신과 의사였잖아요. 그래서 그런지 더 관찰자적인 시점으로 자기 자신의 심리상태와 타인들을 관찰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수용소에 들어온 사람들의 변화되는 과정을 프랭클이 세 단계로 나눠서 설명하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첫 번째 단계가 어떤 단계였죠?


김미경: 그 첫 번째 단계가 충격단계입니다. 


최미선: 당연할 것 같아요. 너무 충격적이었을 거 같습니다.


김미경: 특히나 밖에서 좀 더 정신적으로 정서적으로 혜택을 받았던 사람일수록 수용소 안에서의 생활은 정말 충격이었을 겁니다.


최미선: 제가 읽은 책 중에 이런 내용이 있더라고요. 독일 엘리트 계층으로 교육을 받았던 사람이 수용소 안에서 가장 견디기 힘들었다.


김미경: 그럴 것 같습니다.


최미선: 왜냐면 자신을 이룬 것들이 모두 다 독일적인 것인데, 그것을 부정해야 해야만 되는, 즉 자기를 부정해야 하는 사태에 몰리는 거잖아요. 그런 사람들이 더 큰 충격을 받았다는 얘기를 들었거든요.


김미경: 수용소에 맨 처음 들어갔을 때 사람들의 90%가 소위 말하는 목욕탕이라는 곳으로 끌려갑니다. 거기에서 사람들은 진짜 목욕을 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가스실을 이야기하는 거거든요. 들어가자마자 90%가 가스실로 가고 남아있는 10%도 온몸의 털을 다 깎인 채로 자기 자신이 가진 귀중품과 모든 것을 뺏긴 상태로 빈 몸뚱이 상태로 서 있어야 하는 것이 가장 큰 충격이었을 겁니다.


최미선: 말하자면 벌거벗은 실존이네요.


김미경: 그렇죠. 프랭클이 아주 충격으로 느낀 것은 자신이 평생 연구했던 로고테라피 원고를 숨기고 있다가 자기보다 먼저 온 사람에게 잘 보관해달라고 얘기하니 그 사람이 프랭클에게 한마디를 합니다. ‘빌어먹을 놈’이라고 하죠. 그 말은 사회에서 한 번도 들어본 말이 아니잖아요. 그때 가장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최미선: 지금 들어도 충격적입니다. 두 번째 상태가 무감각 상태가 되는 거예요.


김미경: 그렇습니다. 이제 수용소 안에서의 생활이 어느 정도 적응이 되면 옆에서 사람이 죽어 나가도 어린아이가 배고픔에 쓰러져도 그것을 무감각하게 바라보는 겁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죽으면 대부분은 슬퍼해야 되는데 그 죽은 시체에서 내게 필요한 장화, 신발, 그 사람이 나보다 조금 더 좋은 옷을 입었다면 그 옷을 가진다든가 해서 옆의 죽음에 대해서 아주 무감각해지는 거죠. 


최미선: 어쩔 수 없었을 것 같아요. 그렇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가 없잖아요?


김미경: 그럴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사람은 어떤 환경에서도 적응한다는 것을 프랭클이 느꼈다는 것입니다. 자기뿐만 아니고 다른 사람들도 그런 열악한 환경에서 견뎌낸다는 것을 느꼈다고 합니다.


최미선: 재미있는 대목들도 있었어요. 수용소에서 극한의 상황에 몰려 있잖아요. 거기에 있는 사람들은 오히려 감기에도 잘 걸리지 않고 충치도 없었으며 불면증도 없었고 심지어 성욕도 없었다고 합니다.


김미경: 네, 꿈에서조차도 생각을 못 했다고 합니다.


최미선: 모든 에너지가 생존을 위해 쓰이니까 생식에 대한 에너지는 있을 수가 없는 상태가 된 거죠.


김미경: 아, 사람은 진짜 어떤 환경에서도 견뎌낼 수 있구나. 


최미선: 이러한 상황에서조차도… 그리고 마지막 단계가 수용소에서 풀려나왔을 때 단계를 이야기하고 있어요. 감금의 상태에서 풀려나서 자유를 획득했음에도 결국 자유로운 인간은 아니라고 하잖아요?


김미경: 그렇죠. 그것을 보통 이인증이라고 하는데요. 자신을 마치 남처럼 바라보는 거죠. 조금 더 심해지면 정신적인 측면에서 해리성 장애라고 이야기하거든요. 마치 내가 아닌 것처럼, 다른 사람인 것처럼, 다른 사람이 겪고 있는 것처럼 멀리서 바라보게 되는 거죠. 


최미선: 또 하나의 특징 중 하나가 도덕성의 결핍이었잖아요? 폭력적으로 되는 거요.


김미경: 그렇습니다. 


최미선: 저는 보리밭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밟고 지나가는 장면이 참 인상 깊었거든요. 


김미경: 도덕성을 상실하는 거죠. 예전 같았으면 절대로 하지 않았을 행동을 본인이 최악의 순간까지 갔다 왔기 때문에 이 정도쯤은 해도 된다, 오히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것이죠.

쓸모 있어 보여야 살아남을 수 있다

최미선: 피해자가 오히려 가해자 상황이 된다는 거죠. 빅터 프랭클이 수용소에 들어와서 얼마 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 동료가 찾아와서 살아남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해줘요.


김미경: 조금 먼저 들어온 선배가 이야기하는데 일단 쓸모 있는 사람으로 보여야지 살아남을 수 있다는 거죠. 쓸모 있게 보이려면 깨진 유리조각으로 면도를 하는 일이 있어도 생기가 있게 보여야 하는 겁니다. 절대로 수염이 있어서도 안 되고 생기가 안 날 때는 볼을 꼬집어서라도 얼굴에 화색이 돌아야 한다는 겁니다. 일단 선택의 순간이 있거든요. 늘 매번 사람이 조금이라도 비실대면 바로 가스실로 가게 되니까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는 일단 내가 건강하고 이 일을 해낼 수 있고 쓸모 있는 사람으로 보여야 된다는 거죠.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알려줍니다.


최미선: 극한의 백척간두에 서 있는 상태에서 자기 쓸모를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는 것이 참담합니다.


김미경: 그 안에서는 사람으로 불리는 것이 아니고, 번호로 불리거든요.


최미선: 그것 자체가 굉장히 폭력적인 거 아닌가요?


김미경: 그러니까 누구 엄마, 누구 씨가 아니라 1번부터 몇 번 번호로 불린다는 것은 이미 사람이 아니라 사물로 취급된다는 이야기거든요. 일하는 노동자, 일하는 하나의 도구로 혹은 기계로 보는 것이니까 인격이라는 것이 있을 수가 없죠.


최미선: 1번 2번 3번 그 안에서는 순이 엄마도 있고 똘이도 있고 옆집 마음씨 좋은 아저씨도 있을 텐데 그게 다 탈락되고 번호로만 남아 있다는 거죠. 우리 학교 다닐 때도 선생님들이 제 이름을 불러주는 것이 아니고 몇 번 나와, 그때도 기분이 안 좋았거든요.


김미경: 맞아요. 오늘은 몇 번, 그리고 그 뒤에 몇 번, 그 뒤에 몇 번, 대각선으로 몇 번 이런 식으로 많이 했잖아요. 특히 질문에서 답해야 될 때 곤란할 때가 많았죠. 


최미선: 선생님들 참고해 주십시오. 프랭클이 견딜 수 있는 여러 힘 중의 하나가 살아남아야 하는 의미를 가슴 속에 품는 것이라고 했잖아요? 프랭클은 어떤 의미를 가슴 속에 품고 있었나요?


김미경: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상태에서 수용소로 갔거든요. 신혼 중에 있다가 수용소로 갔기 때문에 살아남아야 하는 가장 첫 번째 이유는 자기 부인을 만나야 하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두 번째 살아남아야 하는 이유는 평생 연구했던 로고테라피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 했던 거죠. 특히 수용소 안에서의 생활은 실제로 로고테라피를 생생하게 체험하는 순간이었거든요. 그것을 밖에 나가서 말하고 싶었습니다. 알리고 싶었다는 것이 본인의 소명의식이었죠.

왜 고통받아야 하는지 모르면 더 고통스럽다

최미선: 그래서 로고테라피라는 기법이 우리에게 생생하게 의미 있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프랭클의 독특한 것 중 하나가 유대인이고 독일인으로부터 핍박을 받는데 그럼에도 독일 철학자 니체의 말을 많이 쓰고 있어요. 어떤 말을 주로 많이 인용하나요?


김미경: 니체가 어떤 얘기를 했냐면 ‘고통 그 자체가 사람을 힘들게 하는 것이 아니고, 왜 고통받아야 되는지 그 의미를 모르는 것이 사람을 고통스럽게 한다’고 했거든요.


최미선: 고통의 무의미성이 더 고통스럽게 한다.


김미경: 그렇죠. 내가 왜 고통을 받아야 되는지 그 이유를 알면 사람들은 그것을 잘 극복할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니체는 또 다른 말로 왜 살아야만 하는지 아는 사람은 어떤 어려움도 견딜 수 있다고 말을 하죠. 그런 것 같습니다. 실제로 고통이라는 것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자기 나름대로의 고통이 있겠지만 이 고통을 넘어서면 다른 것을 할 수 있고, 이 고통을 통해서 무언가를 배울 수만 있다면 결코 무의미하지 않기 때문에 잘 견뎌낼 수 있다고 생각이 들거든요. 


최미선: 그런 의미에서 보면 프랭클은 니체가 말하는 위버멘쉬(초인)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어요. 고통의 의미마저도 창조해 나가면서 자기를 끊임없이 극복해나가죠.


김미경: 네, 고통마저도 승화시켰다고 보는 거죠. 고통을 오히려 승화시켜서 삶의 새로운 출발점으로 만들어 가는 거죠.


최미선: 요즘 고통에 신음하는 우리들에게 커다란 의미를 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김미경: 우리는 프랭클보다는 더 나은 환경에 있잖아요. 그렇게 생각하면 진짜 더 큰 위안이 된답니다.


최미선: 책에서 아름답기도 했고 안타까웠던 부분 중 하나가 끊임없이 아내와 대화를 해요.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수도 없는 상태에서 아내하고 환상 속의 대화를 하는 거죠. 환상은 우리에게 중의적인 의미가 있는 거 같아요.


김미경: 환상이 그냥 단순하게 꿈이라고 생각한다면 진짜 환상에 불과한데요. 그 환상을 현재로 가져와서 실제로 느낄 수가 있다면 환상이 아니라 그보다 더 큰 의미로 다가오겠죠?


최미선: 현실이 될 수도 있잖아요.


김미경: 그렇죠. 책 속에서 아내와의 이야기는 어떤 것이냐면 프랭클은 매순간 아내를 생각합니다. 작업을 할 때도 밥을 먹을 때도 잠을 잘 때도 계속 아내를 생각하거든요. 너무너무 깊이 생각하다 보니까 바로 옆에 있는 것처럼 만질 수 있다는 그런 느낌이 들도록 생생하게 느끼게 되는 거죠


최미선: 그 장면 중에 하나가 있었어요. 작업장에서 작업을 했는데 파놓은 웅덩이 위로 새가 날아와서 앉았다는 거죠.


김미경: 그 새하고 눈이 마주친 거예요. 거기에서 아내를 발견하는 겁니다. 그만큼 매순간 순간 환상이지만 아내를 정말 너무 사랑했고 전쟁이 끝나면 꼭 나가서 만날 수 있겠지 생각을 했습니다.


최미선: 내가 지금 숨 쉬고 살아가는 이유가 뭘까요? 여기는 인문숲입니다.

(다음호에 계속)


정리=김미경 인문학협동조합 망원경 인문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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