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孝)를 담는 차

김상천 시인 / 기사승인 : 2021-01-21 00: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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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향만리

우리나라 다도(茶道)에서 공양(供養)의 의미는 종교적 제의적 성격을 띠고 있다. 불교에서 불법승 삼보(三寶)에 대해 공경하는 마음으로 공양물(供養物)을 올리는 것 중의 하나가 차(茶)다. 이러한 공양물로서의 차는 조상에게 드리는 제사의 제물이 됐으니 추석 명절에 드리는 차례(茶禮)인 것이다. 불전(佛前) 공양이든 차례(茶禮)든 다 종교적 제의적(祭儀的)인 것이지만 살아있는 부모나 스승에게 정성을 다해 드리는 ‘차공양’(茶供養)도 중요하게 여기고 실천했다. 부모님께 올리는 차야말로 순전히 자녀의 공경하는 마음과 정성이다. 차는 배부르게 하는 음식이 아니다. 그러나 자식이 공양하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올린 차 한 잔 속에 담긴 효성(孝誠)은 그 무엇으로도 바꿀 수가 없으며 부모는 이를 기쁨으로 받는 것이다. 


한국 차 문화의 경전(經典)이라 할 수 있는 ‘동다송(東茶頌)’은 효심이 낳은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정조의 부마인 홍현주(洪顯周)는 차를 좋아하는 어머니를 위해 초의선사(草衣禪師)에게 차 이야기를 자세히 기록해 달라고 부탁했다. 초의는 당나라 때 육우(陸羽)가 지은 <다경(茶經)>을 참고해 ‘동다송’을 지어 홍현주에게 보냈는데 차인들에게는 바이블과 같은 경전인 ‘동다송’이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다. 홍현주의 가정은 효(孝) 실천의 모범을 보이며 차를 좋아했다는 기록이 있다. 


중국의 <삼국지>에는 촉한(蜀漢)의 유비(劉備)가 그 어머니를 위해 황하(黃河) 어느 나루터에서 차를 구해 가다가 황건적에게 뺏기는 내용이 있다. 젊은 날 유비는 홀어머니를 모시고 돗자리를 짜서 생계를 유지하고 살았다. 당시에 차는 귀한 것으로 귀족 신분이나 환자에게만 약으로 먹게 하는 고가의 물건이었다. 어느 날 장사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중에 찻집에 들러 차를 구매하려고 하는데 가게 주인이 ‘집안에 환자가 있습니까’하고 묻는다. 유비는 아니라고 하면서 어머니가 차를 좋아했지만 집안이 어려워 차를 구하지 못했는데 2년 동안 완초(緩草) 돗자리를 짜서 판 돈으로 어머니가 좋아하는 차를 사려고 한다고 했다. 주인은 놀라워했다. 내게도 자식이 있지만 차를 사다주는 효성 있는 자식이 없다고 말하면서 싸구려는 다 팔고 비싼 차만 남았다고 대답했다. 이때 유비는 가진 돈 만큼만 차를 달라고 간청한다. 유비는 어렵게 차를 구해 집으로 달려가 “어머님 돌아가시기 전에 한 번 맛봤으면 하던 그 차입니다”라고 하면서 계림에서 떠온 옥수(玉水)로 차를 끓여 어머니께 차공양을 했다. 유비의 어머니는 “황후의 어미로 태어나도 이런 효심은 받지 못하겠구나”라고 감격해 하면서 “먹기 전에 조상에게 고해야 한다”며 사당에서 차례를 올렸다. 유비의 효심과 당시 차의 귀중함을 엿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효를 담은 차에 대한 이야기가 기록에 많이 나타나고 있음을 본다. 신라 말엽의 대학자 고운(孤雲) 최치원의 효성차(孝誠茶)다. 최치원의 효성은 그의 저서 <계원필경(桂苑筆耕)>에 잘 나타나 있다. 당나라에 있을 때 3개월치 월급을 모아 차를 사서 부모님께 보내려 했는데 고국으로 가는 배를 만나지 못하다가 본국의 사신을 태운 배가 지나가기에 차를 편지와 함께 부쳤다고 했다. 그리고 유학시절 몽정산(蒙頂山)에서 딴 햇차를 선물 받아 쇠솥에 달이고 향긋한 진액을 옥사발로 마셨더니 갈증을 풀 수 있었고 근심을 잊게 됐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차는 예를 담아 전하는 매개체로서 역할을 다했다. 효(孝)와 정(情)과 예(禮)를 전하는 통로의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작은 찻잔에 담겨있는 차의 가치보다 차와 함께 담긴 예를 말하고자 함이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비록 다반사(茶飯事)일지라도 노로의 고독한 부모님께 성심을 다한 차 한 잔의 여유를 우리는 찾아야 한다. 조용히 찻자리를 펴고 나약해진 부모의 얼굴을 살피며 대화할 수 있다면 찻잔 속에 담긴 효의 진향이 온 가정과 지친 몸과 마음을 훈훈하게 할 것이다. 


김상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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