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느낌적인 느낌

백성현 글 쓰는 아빠 / 기사승인 : 2021-02-18 00:00:39
  • -
  • +
  • 인쇄
아빠일기

언제부턴가 휴일이란 아이랑 가족이랑 같이 보내는 날이 됐다. 당연한 말이다. 평소 미뤄뒀던 책을 휴일이 돼 읽으려면 아이랑 아내가 훼방을 놓는다. 부산에 오래 살다 결혼한 후 울산에 와서 변변찮게 친구도 없었던 터, 그나마 책을 벗 삼아 왔다. 평소 읽을 책을 체크해 뒀다가 틈을 내서 읽곤 했다. 하지만 휴일이면 책은커녕 홀로 자전거를 타고 한두 시간 다녀오는 것조차 어려운 일이다. 물론 나 하나만 생각할 수 없는 노릇이다. 내겐 가족이 있다. 특히 명절과 같은 긴 연휴가 되면 책 몇 권은 거뜬히 읽을 수 있겠지만 가족을 먼저 챙겨야 하니 조용히 개인적인 시간을 갖는다는 건 사치다.


올 설에도 예전처럼 아내는 제법 일을 많이 벌였다. 명절이 다가오면 가까이 사는 가족들 챙기느라 음식 장만은 넘어야 할 큰 산이다. 양가 부모, 아이 이모에 옆집 지인까지 생각하니 우리는 큰손을 가져야 했다. 지난번엔 만두 속을 직접 만드느라 속을 뒤집더니 올 설은 LA갈비에 손수 양념을 만들어 나눌 만큼 재웠다. 그리고 인터넷을 찾아보더니 물김치와 전을 비롯해서 서너 가지 음식을 더했다. 특히 감칠 나는 물김치의 완성도가 높았다. 딱 내가 좋아하는 맛이었다. 더불어 아이와 난 먹을 음식이 많아져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다만 그렇게 온종일 음식을 하고 난 후 저녁이면 아내는 쓰러질 게 뻔하다. 그때가 되면 아내의 몸도 마음도 달래줘야 한다. 간단히 할 수 있는 일도 손수 해야만 하니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때 아이와 난 보조 역할을 잘해야 한다. 각종 심부름을 도맡았다. 시장엘 갔다가 실수로 재료 하나 놓치면 낭패다. 단단히 메모한 뒤 장을 보러 갔다. 다들 코로나로 힘든 시기지만 대목을 맞은 시장은 사람들로 붐볐다. 마침 지나는 길에 아이는 닭강정에 꽂혔다. 아이 덕에 나도 한입 먹었다. 언제나 시장길은 시장할 리 없다. 장을 보고 왔더니 아내는 비싸게 사왔다고 푸념을 늘어놓았다. 날 나무라는 듯했다. ‘명절이 다 그렇지’ 했다.


음식을 만드는 과정에서 아이와 난 미각이 무뎌진 아내를 대신해 “간잽이” 역할을 해야만 했다. 절대미각을 자랑하는 나는 “멋쟁이”가 아니고 “먹쟁이”다. 한참 후 만들어진 음식을 나르는 것 역시 아이랑 내 몫이다. 차를 폐차하고 난 뒤라 장인 차를 빌려 타고 집집마다 다녔다. 덤으로 하루 세끼를 해결했다. 그리고 가져간 음식을 나누는 동안 우리가 받아온 음식도 만만찮았다. 떡과 전, 나물 풍년이었다.


다들 어려운 시기를 보내지만 문득 “나눔”은 동시에 “더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명절 풍경이 많이 달라졌다 한다. 점점 개인화되고 소수의 행복만을 추구하는 요즘 다른 건 몰라도 나눔은 사라지지 않아야 할 미덕이다.


백성현 글 쓰는 아빠

 

[저작권자ⓒ 울산저널i.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백성현 글 쓰는 아빠
뉴스댓글 >

오늘의 울산 이슈

주요기사

+

많이 본 기사

정치

+

경제

+

사회

+

PHOTO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