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blue code)이 아닌 우울적 자리(The depressive position)

송영주 심리상담사/미술치료사 / 기사승인 : 2021-01-14 00: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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쏭쏭샘의 심리로 마음 들여다보기

우울하다는 표면적인 이유로 상담실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한 우울의 원인을 들어보면 다양하다. 스트레스가 많은데 풀리지 않아서, 자신의 상황이 나아지지 않아서, 사람들의 행동이 내 맘 같지 않아서, 일이 잘 안 풀려서 등등. 다양한 원인을 갖는 우울의 핵심은 엄청난 통제에 있다. 나 자신과 상황, 관계에서 내가 생각한대로, 내가 원하는 그림이 되지 않을 때 우울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즉 내 맘대로 되지 않을 때 우울해지는 것이다.


우울은 애도의 단계-즉 내가 원하는 것이 이뤄지지 않았던 것에 대한 분석 혹은 수용-를 통해 점차로 극복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우울 이전에는 자신이 우울한 상황이나 상태를 인정하지 못하고 도피해버리거나, 투쟁하는 방식을 갖게 된다. 도피의 방식으로는 먹기, 자기, 다른 일로 대체하기 등이 있고, 투쟁하는 방식들로는 대립하기, 분노하기, 싸우기 등이 있다. 이런 회피와 대립의 방식은 각자가 우울에 대처하는 방식으로 발전한다. 특히 투쟁의 방식으로서 우울은 청소년기의 가면 우울증과 일치하기도 한다.


우울의 감정적 표현에서는 도피 반응의 표현으로 힘들다, 슬프다, 허무하다, 공허하다, 아프다, 투쟁 반응의 표현으로 짜증난다, 화난다, 꺼져, 진짜(화), 이게 뭐야(분노)라는 식으로 표현되는 것 같다. 이런 표현들을 통해서 각자 우울의 상태를 표현하고 있으며, 그 우울에 대처할 무언가를 우리는 찾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우울에 대해 대상관계 이론 심리학자인 멜라니 클라인은 우울적 자리(The depressive position)라는 표현을 쓴다. 여기에서 자리(position)라는 표현은 이전과는 다른 관점으로 나 자신 및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기 시작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즉 자신과 타인에 대해 재검토하고 재점검해 다른 방식의 태도와 행동, 관계를 맺는 것,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의 태도와 행동이 필요함을 깨우쳐주고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우울적 자리의 근원은 엄마와 아이의 관계 속에 있다고 말한다. 즉 엄마가 없으면 살 수 없었던 유아기, 엄마와 육체적으로 분리되는 아동기, 엄마와 심리적으로 분리되는 청소년기, 사회에서의 자신의 성향과 역할을 찾아가면서 독립하는 성인기를 통해 시기마다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아 고난(hardship)을 겪는 우울적 자리를 거치면서 자기 안의 때로는 이상적이었던, 때로는 분노의 대상인 엄마에 대한 상징(symbol)과 체계(system)을 애도하고 떠나보내면서 성장과 변화를 하게 된다고 말하고 있다.


우울적 자리의 애도를 통해 내 마음속 이상적이었던 욕구가 좌절되고, 그 좌절로 인해 우울해 하고 있으며(힘들다, 슬프다, 허무하다, 공허하다, 아프다, 짜증난다, 화난다, 꺼져, 진짜(화), 이게 뭐야(분노) 등), 이러한 좌절을 잘 떠나보내는 것(애도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한다. 애도의 과정에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좋다. 애도할 수 있었던 사람이 어린 시절 안전하고 편안한 엄마였다면 그 사람은 향후 대인관계에서도 안전하고 편안하게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고, 기대하고, 좌절하고 실망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애도의 과정을 통해 세상에 완벽한 대상(사람)은 없고, 나 또한 완벽할 수 없으며, 세상 또한 완벽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한 시각을 일깨워줘 자신의 성향과 역할, 책임에 대한 명확한 지각력과 세상에 대한 명확한 판단력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즉 나 자신과 세상에 대해 안 되는 부분을 인정하고 내 관점과 태도,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우울적 자리를 통해, 우리는 사람과 사람은 더불어 살아갈 수밖에 없으며,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서로 의지하고, 기대하고. 좌절하고, 실망하게 되며, 그러한 행동과 감정의 시작은 어린 시절 엄마와의 관계를 통해 시작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더불어 사회적인 관계 속에서 애도를 함께할 수 있는 사람(대상)을 만남으로써 자신의 욕구와 역할, 책임, 사명을 알게 되고, 자신을 다스릴 수 있는 능력이 향상되며, 나와 세상을 비로소 이해하고 내가 변화시킬 수 없는 부분에 대해 인정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우울이라는 감정(blue code)과 우울적 자리(The depressive position)라는 시기의 필요성과 의미로 보여진다.

*우울에 대해 blue code라고 지칭한 것은 학술적인 표현이 아니라 저자가 만들어 사용한 용어임을 밝힙니다.

송영주 심리상담사/미술치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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