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동애가

정익화 울산생활과학고 교사 / 기사승인 : 2021-02-26 00: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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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여행

잘 있거라 산동아 너를 두고 나는 간다/ 열아홉 꽃봉오리 피워보지 못한 채로/ 까마귀 우는 골에 병든 다리 절며 절며 달비머리 풀어 얹고 원한의 넋이 되어/ 노고단 골짜기에 이름 없이 쓰러졌네// 살기 좋은 산동마을 인심도 좋아/ 산수유 꽃잎마다 설운 정을 맺어놓고/ 까마귀 우는 골에 나는야 간다/ 노고단 화엄사 종소리야/ 너만은 너만은 영원토록 울어다오// 잘 있거라 산동아 너를 두고 나는 간다/ 산수유 꽃잎마다 설운 정을 맺어놓고/ 회오리 찬바람에 부모 효성 다 못하고/ 발길마다 눈물지며 꽃처럼 떨어져서 / 나 혼자 총소리에 이름 없이 쓰러졌네

이 노래는 산수유로 유명한 구례군 산동마을에서 6.25 동란 때부터 유래했다고 합니다. ‘산동애가’는 오빠 대신 처형장으로 끌려간 백부전이 지어 불렀다고 전해지는 애달픈 노래입니다. 백부전은 실존 인물로서 구례군 산동면 상관 마을에서 5남매 막내로 나고 자라 19살 나이에 국군에 의해 총살당했습니다. 부전의 본명은 백순례(白順禮)인데, 노리개처럼 예쁘다고 하여 부전이라 불렀다고 합니다. 큰오빠 백남수가 일제의 강제징용으로 죽고, 둘째 오빠 백남승이 여순사건으로 처형됐으며, 셋째 오빠 백남극(나중에 여순사건 고문후유증으로 사망) 또한 끌려가게 될 상황에서 백부전은 가문을 잇도록 하기 위해 대신 죽음을 자청하고 나섰습니다. 죄 없는 양민들이 숨죽이며 살아가던 암흑의 시절, 산수유 꽃처럼 아리따운 열아홉 살 처녀가 형장에 끌려가면서 불렀던 가슴 저린 ‘산동애가’는 지금으로는 상상도 못 할 이야기입니다. 재판도 없이 빨치산 활동을 했다는 의혹만으로 사람을 총살하고 아들 대신 딸을 대살하는 상황은 문명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있었다고 믿기지 않는 역사입니다. 

 

▲ 산동애가

실제로는 백부전이 지은 노래가 아니고 당시 토벌경찰이던 정성수가 이 사연을 듣고 가사를 쓰고 작곡가 김부해가 곡을 붙여 노래로 만들어 불리게 됐습니다.


북한 인민군이 물밀듯 남하하던 1950년 7월 24일. 전남 구례경찰서 안종삼 서장(1903∼1977)은 유치장에 수감된 보도연맹원 480여 명을 경찰서 뒷마당에 집결시켜 정부의 명령을 따르지 않고 풀어줬습니다. 보도연맹은 이승만 정부가 ‘남한 내 좌익세력을 전향시켜 선량한 국민으로 만든다’며 1949년 4월에 만든 단체이지요. 정식 명칭은 국민보도연맹으로 가입자 수가 30만 명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하지만 6.25 전쟁이 터지자 정부는 보도연맹원을 북한에 동조할 수 있는 위험세력으로 간주해 가입자들을 구금하거나 즉결 처분했지요. 그때 정부 방침을 어기고 본인 신상의 위험을 무릅쓴 안 서장의 행동은 “한국의 쉰들러”라 불릴 만합니다. 다만, 구례경찰서에 동상이 세워져 있는데 단을 너무 높이 세워 우러러보게 만들어 친밀감이 떨어집니다. 경찰서 앞 구례장터 3.1 만세운동을 이끈 박경현 애국지사 동상과 비교해도 균형미가 깨져 아쉽습니다. 

 

▲ 전남 구례경찰서에 세운 안종삼 서장 동상

이와 비슷한 경우가 또 있습니다. 5.18 광주민중항쟁 때 발포를 거부한 안병하 치안감이 있습니다, 전남경찰국장으로 전두환 신군부의 발포 명령을 거부했다가 혹독한 고문을 당한 후 고문후유증으로 순직했습니다. 어떤 일을 적극적으로 행해 전체에 이익이 되게 하는 경우가 있고, 거부함으로써 전체에 득이 되게 하는 경우도 있는가 봅니다. 무안 전남경찰청 앞에 “안병하 공원‘이 조성되고 흉상이 세워져 시민을 보호한 공을 기리고 있습니다


또한 해인사를 폭격하지 않은 김영환 대령도 있습니다, 빨간 마후라로 유명한 공군 조종사로서 해인사에 은거한 인민군 잔당을 폭격하라는 명령을 따르지 않아 팔만대장경을 비롯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을 지켜낸 공로는 실로 대단합니다. 사찰을 파괴하는 데는 하루면 족하지만 해인사 같은 사찰을 세우는 데는 천년의 세월이 필요하다는 말이 절실히 와 닿습니다.


정익화 울산생활과학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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