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로서의 울산, 울산이라는 도시

김경국 청년 창업가 / 기사승인 : 2021-01-27 00: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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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공감

도시공학을 전공한 나는 도시를 배우고 이해하는 것이 좋았다. 도시는 사람과 사람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관계와 불가분하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있기에 도시가 있고, 도시가 있기에 사람이 있다.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가 도시를 유지하게 하며 하나의 도시에는 엄연히 역사가 존재하고, 그 역사 속에는 사람이 있고 관계가 있다. 한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도시 안에서 이웃과 친구, 마음 맞는 사람들을 만나며 관계를 형성하고, 형성된 여러 관계를 통해 도시는 활력을 얻는다.


1인 가구는 있지만 1인 도시, 1인 마을은 없으며, 단 하나의 이해관계를 통해 형성되는 도시는 당연히 없다. 국가 운영이 그렇고 기업의 생리가 그렇듯 도시는 다양한 이해관계를 지니고 있다. 도시도, 농촌도, 마을도, 지역도, 시도, 군도, 구도, 읍도, 면도, 동도 다양한 이해관계가 있다. 도시 속에서 살아가는 시민들은 각자가 한 개인을 중심으로 관계를 형성하며, 그 관계가 곧 각 개인에게 그곳에 살고자 하는 동기를 부여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내가 관계를 맺은 만큼 그 도시를 알아가게 되고, 내가 아는 만큼 그 도시에 관심을 갖게 된다. 내가 살던 동네를 떠나는 이유도, 다른 도시로 이동하는 이유도 그 관계를 바탕으로 이뤄진다고 생각한다. 개개인이 만들어가는 소중한 관계들은 나아가 사회 관계망이 되고, 그 관계망은 그 사회를 대변하는 하나의 집단이 되기도 한다.


인구이동에 의한 도시화(urbanization)는 인구를 끌어당기는 흡인 요인(pulling factor)과 인구를 밀어내는 압출 요인(pushing factor)이라는 두 가지 원인에 의해 작용한다. 울산은 공업을 중심으로 한 산업화를 바탕으로 일자리라는 거대한 흡인 요인을 가진 명실공히 국내 제1의 공업 도시로 성장했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듯이 울산이 가진 중공업과 석유화학·자동차 산업이라는 3대 산업의 힘은 인구를 유지하고 유입하는 가장 큰 힘이다. 여기까지가 내가 도시를 배우면서 생각했던 울산이라는 도시다.


작년 초 울산 언양에 작은 독립서점 겸 공유서재를 창업하게 됐다. 내 나름의 생각을 투영해 크게는 울산이라는 도시, 작게는 언양이라는 지역에 필요한, 작지만 강한 로컬 비즈니스를 꿈꾸며 사업계획을 써내려갔고, 그 사업계획은 울주군청의 청년창업 지원을 받게 됐다. 누군가의 인증을 받아 내 생각이 현실이 됐던 일은 손에 꼽히는 소중한 경험이 됐다. 


청년 창업가로 울산이라는 지역에서 활동하며 만난 여러 사람이 있다. 그들 중에는 울산이라는 도시에 의문을 표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울산에서 살아가는 청년들이다. 부모 세대의 선택 때문에 울산이라는 지역에서 나고 자라 여전히 머물고 있거나, 자기 자신의 취업이나 대학 진학 등을 이유로 울산을 선택하게 된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일자리라는 거대한 흡인 요인에 가려져 있던 압출 요인에 예민하게 반응했다. 왜 울산이라는 도시에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의 답을 일자리에서 찾지 않는다. 강한 의문을 갖고 있었다. 정형화된 일자리보다 새로운 기회와 다양한 일자리, 내가 추구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터전이기를 바란다. 


이전의 탈도시화가 도시에서 농촌으로 다시 회귀하는 현상을 말하는 것이었다면, 적어도 내가 만난 울산 청년에게 있어서 탈도시화는 매력이 느껴지지 않는 도시에서 매력이 느껴지는 도시로의 이동을 말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됐다. 더 적나라하게 표현하자면 내가 필요한 것이 없는 도시에서 내가 필요한 것을 갖고 있는 도시로의 이동이 탈도시화의 새로운 이유가 된 것이다. 나로서는 학문으로서 도시를 배울 때 느끼지 못했던 도시 안에서 벌어지는 인식의 변화를 현장에서 생생하게 경험한 셈이었다.


청년에게 매력 있는 도시란 무엇일까? 나는 이제껏 울산이라는 도시가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가 아닌 기업과 노동자라는 노사관계의 형성을 통해 100만이 넘는 인구가 머물 곳이 됐다고 생각했다. 먹고 살기 위해서 일해야 하고, 일자리가 울산에 있었기 때문에 울산을 선택한 것이며, 울산에서 머물게 된 것이다. 생계를 위한 선택이었다. 공업도시 울산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일자리가 울산을 선택한 기준이자 울산에서 살아가야 하는 이유였다고 생각해 왔다면, 적어도 지금 현재 울산에 살아가는 이유에 대해 의구심을 느끼는 청년들은 이처럼 생각하지 않는 모양새다.


“울산은 왜 이렇게 재미가 없는가?”라는 의문에 대한 공감대가 울산이 어느덧 ‘산업수도 울산’에 이어 ‘노잼도시 울산’이라는 별칭까지 얻게 만들었다. 혹자는 그 원인에 대해 끊임없이 물으며 울산에 해명을 요구하고 변화를 촉구한다. 혹자는 그에 대한 해답을 스스로 찾고자 노력한다. 누군가는 일찌감치 그런 과정들을 생략하고 매력 없는 도시 울산을 떠나기도 한다. 아마도 대부분이 떠나겠지만. 


내가 만난 사람 중 해답을 스스로 찾고자 노력하는 일부 청년 활동가와 창업가들은 연대의 힘을 믿는 것처럼 보였다. 혼자서는 울산이라는 도시를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그들만의 네트워크를 쌓아가며 관계를 맺고, 때로는 지역에 바라는 아젠다(agenda)에 대해 주장하는 바람잡이(Flag-catcher)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함께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누군가를 설득하는 촉진자(Facilitator)가 되기도 한다. 울산에 필요한 것은 함께하는 문화 또는 즐거운 문화라고 생각하면서, 문화라는 맥락 속에 누군가는 문화를 생산하고, 누군가는 문화를 판매하며, 누군가는 문화를 영업한다. 없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해야 함을 알기에, 외로워지지 않기 위해, 지치지 않기 위해, 이 도시 울산을 떠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관계를 맺고 함께 만들어가야 함을 아는 것이다.


매력 없는 도시 울산을 직접 매력 있게 만들고자 하는 청년들이 움직이고 있다. 이들은 이제 매력적인 문화를 가진 울산을 만들기 위해 지구력이 필요함을 알지도 모른다. 실행과 실천, 그리고 꾸준함은 도시를 변화시킬 수 있는 가장 큰 힘이다. 나 또한 그 힘을 믿으며 울산에서 살아가는 청년으로서 매력 있는 도시 울산을 만들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자 한다. 


김경국 청년 창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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