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하엘 엔데의 <모모>(2)

최미선 전 인문학협동조합 망원경 대표 / 기사승인 : 2020-12-30 00: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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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TV 지상중계

인문숲



모모의 등장인물들

기기

루나: 기기의 모습이 흥미롭습니다. 말을 잘 하는 이야기꾼이예요. 어떤 인물인가요? 


가화: 요즘으로 보면 연예인입니다. 


루나: 지금 세상이라면 유튜브 스타입니다


가화: 기기는 아주 창의성이 뛰어난 인물입니다. 사람들은 기기가 한 번도 같은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모모가 경청을 잘하는 인물이라면 기기는 타고난 이야기꾼입니다. 풍부한 상상력으로 마을 사람들에게 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재주꾼이죠. 모모가 마을을 떠나 호라 박사 집에 머물 동안 기기는 관광안내원으로 성공했지만 외롭고 힘듭니다. 전처럼 이야기를 신나게 만들어 낼 수 없고 남에게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 더 이상 행복하지 않게 돼버렸습니다. 우리 흔히 예술에도 상업성이 들어가며 예술성을 잃어간다고 하죠. 자신에게 나오는 창의성보다 대중이 원하는 보편성에 무게를 두다 보면 자신의 예술적 정체성을 잃어가는 것이겠지요.


루나: 현대 사회는 신화를 잃어버린 사회잖아요. 예전에는 동네 나무 한 그루에도, 돌멩이 하나에도 꽃 한 송이에도 이야기가 곁들여 있었어요. 지금은 그것이 다 없어지고 건물, 나무만 남았어요. 기기의 모습이 현대인의 신화를 잃어버린 모습이 아닌가 생각을 해봅니다.


가화: 심지어 예전의 당수 나무가 뽑은 자리에 인공 나무를 심기도 해요. 어찌 보면 슬픕니다. 기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유명해지다 보니 자신의 창의성보다는 대중이 원하는 보편성에 치중할 수밖에 없었어요. 재미가 없어졌어요.


루나: 본인은 재미가 없어졌죠.

베포 아저씨

루나: 베포 아저씨는 마음 짠했어요. 베포 아저씨는 따뜻하지만 말이 없습니다. 소시민을 상징하지 않나요? 시스템과 효율성을 강요하는 사회에 혹은 분위기에 저항하지 못하고 따라야만 하는 소시민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베포 아저씨를 어떻게 보셨나요?


가화: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아요.


루나: 정말 바빠요.


가화: 정말 바쁜가요? 자세히 생각해보면 그렇게 바쁘지 않아요.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에 베포 아저씨와 대화를 한다는 것은 어렵죠. 


루나: 특히 한국 사람은 베포 아저씨하고 대화할 수 없을 것 같아요.


가화: 베포 아저씨 대답을 들으려면 두 시간 정도 기다려야 해요 베포 아저씨는 그러면서 말을 잃어요. 모모와 친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기 때문입니다. 요즘 아이들이 아빠와 대화가 안 된다는 것도 그런 맥락인 것 같습니다.


루나: 그럴 수 있겠네요, 들어줄 귀가 없으니 말을 할 입이 안 되는 거죠.


가화: 맞아요. 베포 아저씨는 하루하루 살아야 하니 어쩌면 소시민의 모습 맞겠습니다. 먼 미래를 꿈꾸기엔 하늘은 너무 높습니다. 그저 내가 디딘 발아래를 보면 일합니다. 베포 아저씨가 말하죠. “한꺼번에 도로 전체를 생각해서는 안 돼, 알겠니? 다음에 딛게 될 걸음, 다음에 쉬게 될 호흡, 다음에 하게 될 빗질만 생각해야 하는 거야. 계속해서 바로 다음 일만 생각해야 하는 거야.”


루나: 베포 아저씨의 그 말에 삶의 지혜가 들어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꿈을 꾸잖아요. 그런데 그런 꿈은 미래의 일이지만 우리는 현재를 살아가야 하잖아요. 그 현재를 살아가는 것은 베포 아저씨의 방식대로 한발 한발 내딛고 살아가잖아요. 베포 아저씨의 빗질을 하는 모습이 우리의 모습인 것 같네요. 


가화: 베포 아저씨는 회색 신사하고 대비가 됩니다, 회색 신사는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삶만이 잘 사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회색 신사

루나: 회색 신사는 어떤 캐릭터인가요?


가화: 회색 신사는 악의 구도 속에 있는데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입니다. 


루나: 가뭇없이 사라지잖아요.


가화: 모모와 싸우기는 하나 무방비 상태입니다. 모모가 밀치면 입에 물고 있는 시가가 떨어져 사라집니다. 회색 신사가 그렇게 바쁘게 움직이며 바쁘게 살라고 하는데 시가만 없으면 사라져요. 


루나: 회색 신사가 현대인의 시간이라는 관념을 상징화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런 관념을 우리가 생각만 바꾸면 가뭇없이 사라집니다. 어떻게 보셨나요?


가화: 1970년대를 살아온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 부모님 세대를 돌아보게 됐습니다. 그때만 해도 새벽 별을 보고 일하러 나가서 밤늦게 돌아와서 잠을 잡니다. 자손들에겐 가난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열심히 일을 하셨는데 정작 가족과 추억을 만드는 일에는 실패했습니다. 


루나: 지금 우리의 풍요로움이 그분들에게 빚진 바가 큰 건 사실입니다


가화: 그분들은 소통을 잃어버리고 회색 신사처럼 미래를 위해 자손을 위해서 자신을 바쳤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키운 아이들과 소통이 안 됩니다. 그분들이 회색 신사처럼 살지 않았나 생각이 들어 마음이 짠합니다.

거북이

루나: 거북이, 카시오페이아가 나오면 가장 안심을 했어요.


가화: 단 삼십 분의 미래를 보니까 위험에 처하진 않으리라는 안심이 들었습니다.


루나: 역설이에요. 가장 느린 거북이가 가장 빠른 길을 알고 가장 빨리 갈 수 있다는 것이.


가화: 맞아요. 정말 재미있었어요. 또 거북을 아무리 따라가도 따라잡기가 힘들었잖아요. 시간을 자기의 것으로 쓰지 않으면 아무리 따라잡으려 해도 잡히지 않고 끝이 나지 않는 경주와도 같은 게 시간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거북처럼 느린 걸음조차도 잡을 수 없으니 얼마나 바보 같은 짓이에요. 스스로 시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발소 아저씨

루나: 가장 무서웠던 장면이었어요. 왜냐면 내 20대의 결심을 보는 것 같았거든요. 내가 꼭 이랬어요. 쉬는 시간 이동시간에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 너무 아까워 책, 단어장, 영어 테이프를 병적으로 끼고 다녔거든요. 선생님은 어떤 장면이 가장 인상 깊었나요?


가화: 나 또한 그 장면이 그렇더군요. 지금 생각하면 나는 불안증이 좀 심했던 거 같아요. 특히 뭔가 인생의 큰 결정이 많았던 20대는 더 그랬던 거 같아요. 직장, 결혼, 아기, 뭔가 인생의 굵직굵직한 결정들이 거의 20대에 이뤄졌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잘못하면 어쩌나 늘 불안했어요. 그러다 아기 키우고 직장 일하면서는 시간을 쪼개 쓸 수밖에 없었어요. 내 머릿속에서는 카시오페이아처럼 잠깐 앞 시간을 예견해서 살았던 것 같아요. 이것 하고 나면 저것을 해야 하고 또 이것 끝내면 또 저것도 해야 하고 뭐 이런 식이었어요. 그런데 더 웃긴 것은요, 그렇게 열심히 쪼개 살면서도 나 자신의 실수에 욕을 하고 있더라구요. 지금 생각하면 나는 푸지보다 더 했던 거 같아요

호라 박사

루나: 호라가 시간이라는 뜻이죠? 누구나 우리 마음엔 호라 박사가 있는 것 같아요. 


가화: 맞아요. 그의 풀 네임은 세컨두스 마누티우스 호라입니다. 라틴어인데요. 영어로는 Second minute hour입니다, 초 분 시 그래서 그는 시간입니다. 새삼 또 인간이 위대하다 깨닫습니다. 자각이라는 장치가 우리에게 있어요. 회색 신사의 유혹에 기계적으로 일을 하고 시간을 저축하는데요. 사람들은 행복하지 않다는 생각을 조금씩 하게 되죠. 기계처럼 일하지만 기계는 아니라는 거죠. 그런 자각이 있기 때문에 방향전환을 할 수 있는 거죠. 그런 자각이 바로 호라가 있기 때문이겠죠?


루나: 그 자각의 시간이 우리가 짧고 제한적이지만 선택을 할 수 있는 자유의지가 있는 시간이 아닐까요?
가화: 그때는 우리가 태도를 결정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호라 박사가 우리 가슴에 있기에 방향전환도 할 수 있고 내 시간도 찾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루나: 호라 박사 보면 나이를 순식간에 먹어요. 젊어졌다, 늙어졌다. 호라 박사는 우리가 가진 모든 시간을 상징하고 있다고 봅니다. 


가화: 우리 마음속에는 현재 과거 미래가 다 들어있습니다.

시간을 돈으로 계산한다

루나: 현대인들의 특징은 모든 질적인 것을 양적인 것으로 치환해버린다는 데 있습니다. 시간도 시간 단위로 돈으로 환산을 하는 것이 그 단적인 예입니다. 시간당 일의 질과는 상관없이 시간을 평가하잖아요?


가화: 70년대의 시스템화로 인한 결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각하면 돈이 깎이니까 그런 생각이 자리 잡은 듯합니다. 물적인 팽창감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광고를 통한 유혹에 시달립니다. 또 그것을 사기 위해 열심히 일합니다. 이야기하는 친구의 부탁을 거절하고 일을 하기도 합니다, 인간 본연의 관계와 시간을 다 잃어버리고 물질을 좇듯 일을 합니다. 어느 순간 쟁취했을 때조차 새로 나온 것을 좇습니다, 그렇게 물질을 좇다 보면, 우리가 무엇을 위해서 살고 있는지 헷갈립니다. 


루나: 어떻게 하면 모모의 시간을 살 수 있을까요? 질적인 시간을 살 수 있을까요? 선생님이 발견한 모모의 시간을 어떤 것입니까?


가화: 건강검진 하죠? 위 내시경을 할 때였습니다. 수면내시경을 많이 한다고 간호사가 권했지만 약물로 잠이 든다는 게 조금 기분 나쁘고 찜찜했어요. 근데 막상 내시경실에 들어갔는데 방은 찹찹하니 냉기가 돌고 기계소리가 무섭고 내 속을 몽땅 다 들여다 불 기세로 눈을 부릅뜬 내시경의 불빛에 한기가 들기 시작하는 거예요. 순간 후회가 됐어요. 수면으로 할 걸… 그런데 그때 옆에 간호사 선생님이 옆으로 누운 내 어깨에 손을 얹어주는 거예요. “금방이에요.” 단지 한마디였는데 그 손길에서 나오는 따뜻함은 어마어마했어요. 경직되던 몸이 풀리기 시작하는 거예요. 두려움이 사라지는 거죠. 사람의 큰 몸에서 손바닥은 부분일 뿐인데 말이죠. 바로 그것이지 않아요? 따뜻한 동지애. 우린 물적인 것 양적인 거를 원하지 않아요. 아주 소소하지만 어마어마한 질을 가진 인간 본연의 그런 시간의 나눔요.


루나: 따뜻한 공감이 있는 시간, 맞닿은 시간 같이 보낸 시간들이 모모의 시간이군요.


루나: 모모를 주제로 한 작품을 소개해주세요.


가화: 1986년에 이탈리아와 독일에서 합작으로 영화를 만들어서 우리나라에는 1987년에 개봉했는데요. 나는 영화관에서는 못 보고 인터넷 동영상으로 봤습니다. 색깔이 화려하지 않아요. 약간 낡은 느낌도 있어요. 오히려 이 색채를 줄인 것이 더 좋았어요. 신비롭고 아름다웠어요. 


루나: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이 있다면요?


가화: 77페이지에 나와요. “시간을 재기 위해서 달력과 시계가 있지만, 그것은 그다지 의미가 없다, 사실 누구나 잘 알고 있듯이 한 시간은 한없이 계속되는 억겁과 같을 수도 있고 한순간의 찰나와 같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이 한 시간 동안 우리가 무슨 일을 겪는가에 달려 있다. 시간을 삶이며, 삶은 우리 마음속에 있는 것이니까.


가화: 루나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은?


루나: 앞부분에 사람들이 모모에게 이것저것 물어요. 16페이지에 나옵니다. “생일이 언젠데? 제가 기억하기론 저는 언제나 있었던 것 같아요.” 생각해보세요, 우리가 없었던 적이 있었나요? 나도 내가 없었던 적은 없었어요. 내가 없다면 우주가 없는 거잖아요. 이 말이 모모를 대표하는 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언제나 있는 시간, 언제나 있는 나의 존재를 너무 등한시한 것 같습니다.


루나: 이 책을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면요?


가화: 시간은 말캉말캉~ 몰캉몰캉~ 내가 주물러 만드는 나의 작품이다.

최미선 전 인문학협동조합 망원경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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