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계기가 필요하다

김유신 기억과기록 회원 / 기사승인 : 2020-11-25 00: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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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과 기록

얼마 전 중간고사가 있었다. 중간고사는 과제로 대체해도 된다는 공지가 있어서 나는 과제를 내기로 했다. 나름의 배려이긴 했지만 시험만큼 과제가 싫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시험기간은 피하고 과제를 수행할 수 있는 기간을 3주 정도로 했다. 요구한 과제는 박물관을 관람하고 감상문을 쓰는 것이었다. 


나는 박물관에 갈 때 보고 싶은 전시를 알아보고 그것만 보려고 한다. 처음 가거나 자주 가기 힘든 박물관의 경우 되도록 전시관을 다 둘러보려고 하지만 넓은 공간에 있는 수많은 유물들을 계속 집중해서 보는 것에는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래서 특별전만 보거나 전체를 보더라도 하나하나 다 읽어보진 않는다. 그래서 학생들에게도 ‘전체를 다 보려 하지 말고 미리 알아본 뒤 선택한 부분에 집중하라’고 공지했다.
3주가 지난 뒤 채점을 위해서 학생들이 제출한 과제를 보았다. 대부분 울산에 거주하고 있어서 울산박물관 방문이 가장 많았고, 이밖에 경주박물관이나 김해박물관에 다녀온 학생들도 생각보다 많았다. 울산박물관에 다녀온 경우에도 서로 관심사가 달라서 그런지 주제가 다양했다. 


자신의 전공과 관련해서 전시에 주목한 학생들이 제법 있었는데, 울산박물관에 의서와 약재 등을 전시해 놓은 부분이 있다. 거기에 대해 ‘현재의 상황(코로나)과 연결해서 전염병에 대처한 선조들의 지혜를 알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고 한다. 그리고 전시장 바로 옆에 관련 활동지인 <약방일기>가 있어서 누구나 편하게 볼 수 있는 점이 재미있었다고 한다. 박물관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이 ‘돌’과 ‘항아리’를 쭉 나열해 놓은 곳이라 재미도, 흥미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현재와 과거가 연결되는 것을 보고 큰 재미를 느꼈다고 했다. 


대부분의 학생에게서 나타난 공통점이 있다. “박물관에 처음 가게 돼서 부끄럽다”, “나중에 박물관에 꼭 다시 오겠다” 같은 문장이 들어가 있다는 점이다. 많은 학생들이 ‘울산에 박물관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을 붙였는데, 개중에는 ‘박물관의 위치를 몰랐다’거나 ‘박물관이 있다는 사실을 아예 몰랐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학생들이 박물관에 가본 적이 없다는 점이 의외였지만, 사실 관심 없는 곳은 찾아서 가기는 어렵다. 나만 해도 그렇다. 박물관 같은 곳은 내 관심사이기도 하고, 하는 일과 연관이 있기 때문에 자주 간다. 하지만 내가 관심 없는 분야와 관련된 장소에는 잘 가지 않게 된다. 


나는 사람들이 야구장이나 축구장 또는 유명한 음식점 등에 가보지 않았다고 하면 그러려니 하지만 박물관에 가본 적이 없다고 하면 어쩐지 어색하다. 내가 역사학에 종사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생각보다 사람들은, 특히 정보를 접하기 어렵거나 아예 관심이 없는 경우에는 역사와 박물관에 관심이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 하지만 어떤 계기가 생겨서 처음 가 본 박물관에 흥미를 갖고 그곳에 다시 가거나 다른 지역의 박물관에 다시 가려는 마음을 가진다면 이것은 끊어지지 않고 계속 이어질 수 있다.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역사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박물관에 첫 발을 디딜 수 있는 계기가 제공되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역사학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이 그 계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방안을 고심하고 실행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찾아간 박물관이 앞에 쓴 것처럼 계속해서 찾아오고 싶을 만큼 흥미롭고 매력적인 공간이 될 수 있길 기대한다.


김유신 기억과기록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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