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읊는 이규보 한시(1)

백태명 울산학음모임 성독반 / 기사승인 : 2021-01-14 00: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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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태명의 고전 성독

<호된 추위에 읊다>

울산은 따뜻한 남쪽 나라다. 겨울에 눈 한 번 맞이하기 어렵고, 호령을 치는 매서운 추위도 오다가 마는 듯하다. 어젯밤에 몰래 한파가 지나가며 눈발도 조금 뿌렸다. 먼 산이 하얗고 바람이 쌀랑하다. 바로 해가 쨍쨍해 눅눅하거나 퍼석한 추위가 아니라 짱짱해서 좋다. 겨울은 추워야 제맛!


700년도 더 전에 고려 후기 이규보 선생은 호된 추위를 맞아 대뜸 공자와 묵자 같은 성현께 시비를 건다. “이분들은 세상을 구한다며 바깥을 싸돌아다니니 앉은 자리 따뜻할 새가 없고, 방에 군불 땔 일이 없어 굴뚝에 검댕이가 보이지 않아. 나는 어떤가? 하늘에 해가 밤에 와서 쉰다는 약목을 베어다가 숯을 구워 우리 집과 온 세상을 데워 동지섣달에도 땀 흘리게 하리라 다짐한다. 어깨가 내려앉고 등이 꺼져라 산에 가서 나무를 해와 추운 겨울을 이겨내는 사람들의 밭은 숨소리를 들었는가? 위정자들의 허위의식을 깨고 민중들의 진실한 삶을 내면으로 받아들여 격조 높은 시를 쓰다.”

내 공자와 묵자 같은 어진 이가 아니라서
어찌 굴뚝이 검지 않고 자리가 따스하지 않으랴?
아내여 아이야, 춥다고 울지 말라
내 약목을 베어와 숯을 만들어
우리 집과 온 천하를 두루 따습게 하여
추운 섣달에도 늘 땀을 흘리게 하리라.

苦寒吟(고한음)이라 : 매서운 추위에 읊다.
李奎報(이규보)라
吾非孔墨賢(오비공묵현)이라 : 나는 공자와 묵자 같이 잘난 체 나대는 사람이 아니라
胡爲突不黔兮席不暖(호위돌불검혜석불난)이리오 : 불을 때 밥을 해 먹으니 굴뚝이 검고, 처자들과 함께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니 앉은 자리도 따뜻하도다.
妻兒莫啼(처아막제)하라 : 아무리 날이 추워도 처자식들아 울지를 마라.
吾欲東伐若木燒爲炭(오욕동벌약목소위탄)하여 : 내가 아침(東) 일찍 일어나 해지는 곳에 있다는 거대한 약목을 베어와 숯을 구워서
炙遍吾家及四海(자편오가급사해)하여 : 우리 집과 온 세상을 두루 따뜻하게 데워서
臘月長流汗(랍월장류한)을 : 12월 한겨울에도 땀을 줄줄 흘리게 하리다.
<동국이상국전집 제2권 / 고율시(古律詩) >

백태명 울산학음모임 성독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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