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집안일은 다른 공부 못지않게 중요하다

박진희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울산지부 회원 / 기사승인 : 2020-12-31 00: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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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칼럼

이제 중학생이 된 아이의 발은 내 운동화보다 커졌고 점점 엄마에게 말대꾸도 하고 대드는 모습을 보면 아이가 몇 년 전보다 많이 성장했음을 느낀다. 자식의 완전한 자립이 세상 부모의 역할이니 성장에 뿌듯해야 할 일이지만, 그에 비해 나아지지 않는 면이 있어 늘 신경이 쓰인다. 바로 집안일로 불리는, 가정 내에서 자기 주변을 정리정돈하거나 소소한 가사를 함께 하지 못하는 생활습관이다. 아이가 성장하면서 자연스레 어느 정도는 익혀지는 것으로 생각했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하루는 거실에서 3D펜을 몇 시간을 가지고 논 뒤 치우지 않고, 아이는 다른 일을 하고 있었다. 왜 치우지 않았냐는 물음에 아이는 “좀 있다가 다시 가지고 놀 거에요. 좀 있다 치울게요”라고 답했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몇 주째 거실에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 아이에게는 거실이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곳 이상의 의미 있는 장소가 아니었다. 그 밖에도 이와 비슷한 일들은 아주 많다. 다 마신 우유통을 정리해서 재활용품으로 분리할 줄 모르고, 식사 전 같이 상을 차리고 식사 후 자기 먹은 그릇과 수저를 치우는 것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치우는 사람 따로, 어지르는 사람 따로 있냐?” 또는 “엄마가 집안일하는 것 보면 너도 신경 써서 치워라.” 이렇게 불만을 토로해도 잠시일 뿐 습관은 바뀌지 않았다. 어느 가정에나 있을 법한 아주 흔한 모습이면서 쉽게 고쳐지지 않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수시로 생겨나며 귀찮기만 한 것 같은 집안일도 그 속에는 배울 수 있는 좋은 점이 있고, 아이에게는 새롭고 꼭 삶에 필요한 경험이 존재한다. 직접 경험해 봐야 알 수 있는 부모의 노고와 같이 나누어 일함으로 뚜렷하게 볼 수 있는 가족 간의 협동이다. 또한 아직은 먼 미래의 일이지만 아이는 자신이 자립했을 때 생활을 연습할 수 있다. 스스로를 돌보고 책임질 줄 아는 어른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집안일을 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며, 집안일은 아이에게 영어나 수학만큼 중요한, 꼭 익히고 경험해야만 하는 것이다.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라 하지 않던가. 집안일을 바라보는 나의 태도와 관점이 아이에게 큰 영향을 주게 된다. 첫 번째, 집안일을 바라보는 마음가짐이다. 집안일을 할 때마다 힘들어하고 짜증 내는 모습을 아이에게 보인다면, 그 일은 아이가 하고 싶은 일이 되기 힘들 것이다. 아이가 도와줄 때 기뻐하고 고마워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어땠을까? 분명 좀 더 좋은 방향이 될 것이다.


다음으로, 아이가 다른 공부하는 것이 집안일을 돕는 것보다 더 가치 있는 일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집안일은 귀찮고 가급적 할 필요가 없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스스로 집안일의 가치를 낮게 보고 있기 때문에 시간을 들여 집안일을 시키는 것이 마뜩찮았다. 결국 아이는 집안일의 가치와 경험을 얻지 못한다. 


마지막으로 기다림이다. 집안일의 속성이 대부분 효율보다는 능률이 더 중요하기에, 일하는 방식이 꽤 중요하다. 만약, 직접 하면 10분 만에 할 일을 아이에게 시켜서 1시간이 걸린다면 부모인 나는 그것을 참고 기다릴 수 있었던가?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면 더더욱 그런 여유를 갖기 힘들었다. 돌이켜 보면 정돈을 잘 못 해도 인내심을 가지고 하나씩 가르치거나, 집안일이 많이 쌓여 지지부진하더라도 기다려 주는 선택이 긴 안목으로는 더 옳은 선택임이 분명하다.


책임감과 자립심은 순간에 생기지 않기에 여전히 아이에게 집안일을 시키는 것은 어렵다. 아이는 집안일을 귀찮고 하지 않아도 되는 일로 인식하기 쉽다. 먼저 아이의 역할을 정하고 납득시키는 지난한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아주 작은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나는 아이가 아주 어릴 때부터 자신의 식기는 작은 것이라도 항상 직접 치우게 했다. 이제는 아침에 일어나면 먼저 침구 정리를 시킨다. 빨래를 널거나 걷는 일도 가끔 시키는 걸 시작으로 이제는 자기 빨래를 스스로 개어 정리하게 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 작은 습관을 만들어 주기까지 몇 년이 걸렸다. 더 나아가서는 남편도 자기 옷을 스스로 정리하도록 시키려고 한다. 가족 구성원이 각자의 역할을 나눠 가진다면, 아이도 좀 더 쉽게 역할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집은 하루에 절반 이상 있는 삶을 이루는 환경이며, 아이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수업으로 집에 있는 시간은 더욱 길어져 집이 학교의 역할도 하고 있다. 아이의 생활환경을 조성하는 고단했던 집안일이 ‘가족과 같이 집을 꾸며 나가는 즐거운 일’이 됐으면 한다.


박진희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울산지부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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