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마당] 문화의 세기, 시민문화권 보장을 위한 용어 바로 읽기⑨ 예술인 권리보장법

이강민 울산민예총 정책위원장 / 기사승인 : 2022-05-17 00: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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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는 많은 사람의 생계를 위협했지만 특히 예술인에게는 치명적인 타격을 줬다.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예술행사가 취소되고 공연과 전시장은 폐쇄됐다. 자구책으로 비대면 영상 제작과 송출 방법이 강구됐지만 막대한 비용의 증가 때문에 오히려 다수의 예술인을 압박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공연과 전시, 축제가 재개되면서 예술인들은 점점 바빠지기 시작했다. 이제 예술인에게 봄날이 오는 듯하다.


예술인들에게 봄소식은 또 있다. 작년에 제정된 ‘예술인 권리보장법’이 오는 9월 시행된다는 소식이다. 그동안 대한민국의 문화정책은 예술 자체 지원에 치중한 나머지, 정작 예술 창작의 근간이 되는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에 관한 관심은 소홀했다. 예술계 ‘블랙리스트’와 ‘미투 운동’이라는 충격적인 사건은 뜻하지 않게도 그동안 감춰졌던 예술인들의 지위와 작업 환경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들춰냈다.


우리나라 예술인들은 몇몇 정규 고용된 예술인을 제외하고는 월평균 100만 원도 되지 않는 소득으로 연명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예술인은 사회보장제도와 금융권 접근마저 어렵다. 정부는 예술가의 창조가 어떤 경우에도 멈추지 않도록 최소한의 예술인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이 법을 제정한 것이다.


그런데 자본주의 사회에서 힘들고 어렵게 사는 사람이 비단 예술인만은 아니지 않는가. 더구나 ‘예술가는 가난하다’는 말이 있듯이 자기가 좋아서 선택한 길인데 왜, 예술인의 권리가 무엇이기에 특별히 예술인만의 권리를 따로 법으로 떼어서 보장하려는 것일까? 예술인 권리보장법은 예술인만의 특권을 인정하는 불평등한 법률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이런 의문은 예술인 권리보장법의 내용을 잘 살펴보면 풀릴 수 있다. 예술인 권리보장법은 크게 ‘예술표현의 자유 보장’, ‘직업인으로서 권리 보호’, ‘성평등한 예술환경 조성’을 내용으로 한다. 먼저, 국가나 종교적 이유로 자행되는 예술 창작과 표현에 대한 억압을 법으로 금지함으로써 보다 나은 ‘민주적인 사회’를 꿈꿀 수 있게 한다. 둘째로는 그동안 직업으로 인정되지 않았던 예술을 다른 여타 노동과 같이 직업으로 인정함으로써 예술가들의 노동에 정당한 대가가 주어지는 ‘정의 사회’를 실현한다. 마지막으로 우리 사회에 깊숙이 뿌리박은 가부장적 성격 때문에 우리 사회는 남성이나 선생·선배라는 이유로 거리낌 없이 가해지는 성추행과 성폭력을 무감하게 느낀다. 이를 방지하고 그 피해를 구제함으로써 ‘성평등 사회’를 구현한다.


이처럼 예술인에 대한 권리 보호는 문화와 민주주의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따라서 예술인 권리보장법은 민주주의와 문화적 권리를 옹호하는 시민의 입장에서도 환영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 추가해서 예술인 권리에 대한 이해에서 유념해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시민문화권을 보장하라는 문화기본법과 마찬가지로 예술인 권리보장법 역시 21세기 새로운 경제, 즉 문화경제의 출현과 관련이 있다는 점이다. 문화경제 시대는 물질적 상품생산보다 비물질적 의미 창출이 이윤이 되기 때문에 예술과 문화, 창조 분야 전문가의 잠재력이 더욱 필요해진다. 그런데 어떤 현실 때문에 예술과 문화, 창조 분야 전문가들의 작업이 중단된다면 ‘창의’와 ‘혁신’을 경쟁력으로 삼는 국가와 지방정부, 기업은 미래성장 가능성에 확신을 갖지 못하게 된다. 예술인 권리보장은 문화경제 시대에 지역혁신과 자본 축적을 위한 문화자본주의의 전략이기도 하다.


이 점 때문에 예술인 권리보장이 단지 문화경제의 수단으로만 전락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예술가들의 창작과 표현의 자유가 억압되는 것은 국가나 종교적 제한도 상관있지만 예술 활동에 대한 경제적 결핍과 연관이 크다. 예술인은 현실에서 다양한 생존솔루션에 사로잡혀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예술인 권리보장을 위한 시행령은 예술인들의 창작의 열매만 따 먹고, 그들의 고통은 외면하는 시행령이 되지 않아야 한다. 세상 모든 것이 그렇듯, 밥이 있어야 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문화와 정치와 경제는 한 몸이다.


이강민 울산민예총 정책위원장, 예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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