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락한 항구도시에서 도시재생의 상징으로 부활한 ‘스웨덴 말뫼’

이종호 기자 / 기사승인 : 2021-01-01 00: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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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체인저 해상풍력

스웨덴의 말뫼시는 대표적인 스웨덴의 항구도시였다. 스웨덴의 대표적인 조선소 코쿰스(Kokums)가 자리 잡은 곳이었으며 코쿰스 조선소의 초대형 크레인(높이 140m, 무게 7000톤)이 도시의 랜드마크일 정도로 조선산업은 말뫼를 견인하는 역할을 했다. 코쿰스 크레인은 1973년 말뫼의 조선산업이 호황을 누리고 있을 때 지어졌다. 코쿰스 크레인은 말뫼의 조선업 후퇴와 함께 1997년 마지막 운영을 하고 막을 내리게 된다.

 

▲ 말뫼 위치

말뫼는 1973년 석유파동 후 스웨덴의 조선업이 몰락하며 함께 내리막길을 가기 시작했다. 전성기 말뫼의 소득은 스웨덴 전체 평균보다 20% 높은 소득을 올렸으나 1986년 코쿰스 조선소가 도산한 후 지역 실업률은 1%에서 최고 23%까지 치솟았다. 당시 조선소에서 해고된 실업자의 수는 말뫼시 인구의 10%를 차지했다고 한다. 도시가 기능을 상실하자 시민들은 일자리를 찾아 다른 도시로 탈출하는 ‘인구 엑소더스’가 시작됐다. 말뫼시의 전성기였던 1970년대에는 인구가 26만 명에 달했지만, 한국과 일본 등에 조선업 주도권을 상실한 1985년에는 22만9000명으로까지 줄어들었다. 


일마르 레팔루 시장은 말뫼가 한창 불황에 빠져있을 시기인 1994년에 말뫼의 시장이 됐다. 일마르 레팔루 말뫼시장은 대학교수, 기업인, 노조, 주지사, 시장 등으로 위원회를 조직해 도시 부활을 위한 끝장토론의 자리를 마련했다. 6개월에 걸친 토론 끝에 내린 결론은 바이오, 정보기술(IT), 재생에너지 산업에 집중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인력과 기술을 위해 조선소 자리에 대학을 유치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코쿰스 공장 건물은 스타트업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창업 인큐베이터 ‘Media Evolution City’로 환골탈태했다.
 

▲ 코쿰스 크레인. 출처: 위키피디아

‘CITY OF TOMORROW’ 프로젝트

말뫼시는 조선소와 공장 이전지에 ‘내일의 도시 개발계획(City of Tomorrow)’을 수립해 친환경 도시재생 개발을 추진했다. 2003년까지 추진된 유럽의 ‘지속가능 유럽도시 개발’과 ‘신재생에너지원에의한 도시계획’ 프로젝트 원칙에 따라 지역 내 모든 공급 에너지를 신재생에너지원으로 공급한다는 목표를 갖고 본격적인 도시 재개발이 시작됐다. 말뫼시 모든 건축물에 태양열, 태양광, 지열 시스템을 구축하고 해안에 해상풍력과 조력발전시설을 조성해 지구 에너지 공급 시스템과 연계했다. 


지역난방은 지구 내 히트펌프를 가동해 지하 대수층에 있는 열원을 끌어올림으로써 지역 내 총 난방 수요의 83%를 충당하고, 태양열을 통해 15%, 지역폐기물에 의한 바이오가스를 이용해 2%의 열수요를 충당하고 있다. 또한 지역 내 연간 11GWh의 에너지를 신재생에너지원으로 공급하기 위해 2MW급 해상풍력발전 및 총 120만㎡에 달하는 태양전지판을 조성해 전력수요를 충당하도록 했다. 말뫼 서쪽 해안 10km 지점에 세워진 릴그룬드 해상풍력발전단지에는 115m 높이 풍력터빈 48개가 매년 0.33TWh(테라와트·1테라와트는 1조 와트)의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 릴그룬드 해상풍력발전단지. 출처: 위키피디아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활성화되면서 말뫼시의 실업자는 감소했고, 도시 경제권이 확대되는 등 말뫼는 스웨덴 도시재생의 상징으로 다시 태어났다. 신재생에너지 기반의 도시재생은 친환경 건설업의 육성을 가져왔다. 말뫼시가 지속가능하고 젊은 도시로 다시 태어나면서, 딜로이트, KPMG, PWC 등 세계적 기업들이 북유럽 본사를 말뫼로 이전했고 자연스럽게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뤄냈다. 주력산업이 조선업에서 IT 등 지식기반 산업, 신재생에너지로 바뀌면서 산업부문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1980년에 비해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사람들도 다시 모여들어 1985년 22만9000명이던 인구는 29만 명으로 늘었다. 말뫼시는 2007년 유엔환경계획(UNEP)으로부터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선정됐고, 2009년 스웨덴 정부로부터 ‘유럽 신재생에너지 도입 실현’의 우수사례로 선정됐다.

 

▲ 터닝 토르소

코쿰스 조선소 크레인이 있던 장소는 이제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한 54층 규모의 친환경 아파트 ‘터닝 토르소(Turning Toroso)’가 자리 잡고 있다. 예전의 랜드마크였던 크레인의 높이(128m)를 훌쩍 뛰어넘는 190m 규모의 건물로, 말뫼시민의 자부심을 다시금 높여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 말뫼시 전경. 출처:visit sweden

한때 조선업을 선도하는 도시에서 침체된 도시로, 그리고 다시 지속가능한 첨단도시로 다시 태어난 말뫼시는 한국에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침체에 빠져있는 도시들을 다시 살리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우리나라도 조선업이 쇠퇴하면서 울산, 포항, 거제와 같은 항구도시들이 위기를 맞고 있다. 지속가능한 환경도시인 말뫼의 사례를 통해 이들 도시가 ‘도시전환’의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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