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디푸스 콤플렉스

백성현 글 쓰는 아빠 / 기사승인 : 2021-01-14 00: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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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일기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전조일까. 언제부턴가 아빠와 아들은 오묘한 경쟁 관계가 됐다. 아들은 아비를 향해 사사건건 몸으로 무기로 덤빈다. 아들의 응석을 여러 차례 받아주다가 아비는 지쳐서 결국 그대로 널브러진다. 아이는 번아웃 상태의 아비를 향해 재차 찔러 확인 사살까지 한다. 졌다고 손을 들어도 소용없다. 스마트폰을 아이의 손에 쥐어주면 끝날 일을 계속해서 몸으로 놀아주라고 아내는 내게 눈빛으로 말한다.


범상찮은 지난 연말 다소 많은 일감에 시달렸던 난 주말이 돼도 아이와 아내의 등쌀에 옳게 쉴 수도 없었다. 그대로 눈을 감아 낮잠이라도 청하려 들면 어느새 아이와 아내는 내 등에 올라탔다. 내 취약한 부분을 집요하게 공략해 결국 나를 굴복시키고야 말았다. 일단 아내로부터 벗어나기로 했다. 아이와 함께 밖을 나섰다. 쌀쌀한 날씨였지만 밖이 오히려 더 편했다. 아이의 주체할 수 없는 체력을 잠재우려고 자전거를 타고 큰길까지 나왔다. 그리고 주말 스트레스를 잠재우고자 어느 천냥몰을 찾았다.


천냥몰엔 잡다한 상품들이 널려 있지만 아빠와 아들은 관심 품목이 정해져 있다. 아들은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장난감이 있는 완구 코너로 직행했다. 난 공구나 전자제품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아이 물건은 대부분 만 원을 넘지 않는다. 내가 원하는 물건은 가성비가 좋은 제품이 많아서 매번 지름신을 부른다. 우선 아이와 난 하나만 살 것을 다짐해야만 했다.


아이는 마땅한 게 눈에 띄지 않았는지 완구 코너를 돌고 돌고 돌았다.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 두 가지로 압축했다. 하나는 미니 당구게임기였고 다른 하나는 미니 농구게임기였다. 둘 다 계산해봐야 고작 만 원이었다. 기분 내어 가볍게 모두 사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다음에도 아빠 노릇을 하려면 하나만 고르도록 해야 했다. 다만 가격만큼이나 조악한 구조와 내구성이 떨어진 제품이라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진 않았다. 그런데 아이가 간절히 바라는 것이 아닌가. 아이는 둘 중에서 미니 농구게임기를 선택했다. 그리고 아빠인 내게 고맙다는 말과 ‘아빠 최고’라는 말을 연신 연거푸 던졌다. 작은 것에 이리도 기분 좋아하는 아이를 보며 흐뭇했다. 반면 일 년 중 딱히 특별한 날이 아니면 아이에게 선물하지 않을 만큼 아이의 아빠로서 너무 인색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이 게임기를 가지고 얼마 동안 놀게 될지 알 순 없었다. 아이가 금방 싫증을 느끼는 제품이 있다. 예를 들어 인형은 하루를 넘기지 못한다. 따라서 남자아이에게 어울리는 스토리텔링이 가능한 제품이라야 오랫동안 친구로 남는다. 이를테면 로봇이나 RC모델, 그리고 게임기다. 코로나로 인해 아이는 홀로 집안에 있는 시간이 많아 그런 것에 더 집착하는 모양새다.


구입한 미니 농구게임기는 자유투로 승부를 보는 게임이다. 무려 두 개의 코트로 돼 있어 두 사람이 동시에 할 수 있다. 매우 단순한 구조이긴 하나 골을 넣기 위해선 힘 조절이 필요하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상자에서 꺼내 게임기를 조립했다. 우리 둘은 경기를 시작했다. 아이는 한참을 고전하고 있었다. 항상 힘이 넘치고 의기충천해 공이 하늘로 솟았다. 아이는 아빠를 이기지 못해 못마땅하다. 슬쩍 게임에 관한 필승전략을 일러줬다. 스프링의 힘을 적당히 사용해야 한다는 것을 시연을 통해 알려줬다. 청출어람이라 했던가. 그 후로 아들이 아빠보다 승률이 앞서가기 시작했다. 괜한 짓을 했다.


다음 날 아침 잠에서 막 깨어난 시각, 아이는 내 등을 밀어 세웠다. 그리고 어느새 농구게임기를 가져와 경기를 하잔다. 아이는 아비를 이기고 싶다. 아비는 아이를 위해 지고만 있지 않는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발아하는 아침이었다. 어쨌든 게임기에 단단히 심취해 있는 아이를 보며 오천 원이 아깝지 않았다. 심기일전 막상막하 이전투구와도 같은 게임에 열을 올리고 보니 아침 시간 잘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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