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숲 - 공동체를 살리는 마음의 언어 <비폭력대화>를 읽고(2)

김주연 인문학협동조합 망원경 인문강사 / 기사승인 : 2021-02-19 00: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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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한 이: 인문학협동조합 망원경 김주연, 최미선(루나)


비난에 반응하는 네 가지 태도

루나: 상대방에게서 비난의 말이나 부정적인 말을 들었을 때 우리가 반응하는 태도가 네 가지라고 하는데 어떤 것들입니까?


주연: 예시로 말해 볼게요. 한 달 동안 내가 밤을 새우는 일이 많았을 때 제주도에 강의하러 가는 일정이 생겼습니다. 남편은 내가 가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당일 새벽 4시에 나를 공항 리무진버스 정류장까지 태워주면서 남편이 “당신은 정말 이기적이야”라고 말했을 때 첫째, 그 말을 개인적인 것으로 받아들인다면 남편의 감정이나 판단의 원인이 내게 있다고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아, 내가 남편을 배려하지 못했구나. 내가 너무 이기적으로 굴었구나’라고 생각하면서 자책하는 겁니다. 모든 비난을 내 것으로 받아들이면 자책감, 수치심, 우울감이 내 안에 가득 차고 자존감에 큰 손상이 옵니다. 두 번째는 말하는 상대방의 잘못을 찾아서 비난하는 겁니다. “뭐라구? 진짜 이기적인 건 당신이거든!” 이렇게 남 탓하는 방법입니다. 이 방법은 모두가 분노를 느끼게 만듭니다. 세 번째는 자신의 느낌과 욕구에 불을 비추는 겁니다. 비폭력대화로 솔직히 말하는 거예요. “‘정말 이기적이야’라는 말을 들으니 마음이 아프고 속상해요. 왜냐하면 나는 내가 하는 일의 특성을 이해받고 지원받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내 마음이 아프고 속상한 느낌에 초점을 맞추면 어떤 욕구에서 비롯됐는지 깨닫게 됩니다. 네 번째는 비난하는 그 사람의 느낌과 욕구에 초점을 두는 겁니다. 이것은 공감으로 듣는 거예요. “당신이 원하는 것이 좀 더 배려받기를 원했기 때문에 서운하세요?” 이렇게 공감을 받으면 비난을 멈추게 되고 충족되기를 바라는 욕구를 찾을 기회가 생기게 됩니다.


루나: 비난하는 말에 반응할 때도 서로가 바라는 욕구에 초점을 두고 공감하는 게 비폭력대화군요. 비폭력대화가 서로의 욕구를 평화롭게 이뤄가는 데 좋다는 건 알겠습니다만 실제로 대화하면서 이 과정을 다 하기는 쉽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팁이 있을까요?

자극과 반응 사이의 간극

주연: 비폭력대화의 네 가지 요소는 고정된 공식이 아닙니다. 개인이나 문화적 특수성에 따라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습니다. 제한된 시간, 상황의 긴급함에 따라 순서를 바꿔서 부탁을 먼저 하기도 합니다. 내 경우를 예로 들자면 이렇게 하는 거죠. (태풍 때문에 창문과 문에 대비를 하면서, 휴대폰을 하고 있는 아들에게) “아들아, 지금 바로 일어나서 신문지와 테이프로 창문틀을 고정해 주겠니? 나 혼자 고정하기에는 많이 느려서 네 도움이 필요해.”


루나: 관찰-느낌-바람-부탁 과정을 유연하게 쓰면서도 판단, 비난, 강요 등이 들어가지 않는 것을 사례로 보여주었습니다.


주연: 나는 친밀한 가족들에게 일명 ‘답정너’ 방법을 쓰기도 합니다. 말하고 싶은 내용을 명확하면서도 최소한의 시간에 전달하고자 할 때 미리 메모해서 상대 앞에서 그대로 읽는 겁니다. “30초만 시간을 내 주세요.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1분도 안 되는 시간을 구체적으로 제시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모두 들어주었습니다. 이때는 관찰-느낌-바람 세 요소만 사용해서 상대에게 내 욕구가 무엇인지 알리는 것까지가 목적입니다.


루나: 이럴 땐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나는 비폭력대화를 쓰는데 그렇지 않은 상대를 만났을 때 대화가 힘들고, 나만 감정적으로 손해를 보는 것 같은 생각이 들 때가 있거든요.


주연: 비폭력대화는 상대방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게 목적이 아닙니다. 상대가 어떻게 반응하든, 내 욕구와 바람을 비폭력적으로 전달하는 것임을 알고 중심을 잡는 게 중요합니다. 책에서 ‘상대방이 하는 언어나 행동은 자극이지 내가 느끼는 감정이나 욕구의 원인이 될 수 없다’고 설명돼 있습니다. 


루나: 그 말이 내 인생 문장이었습니다. 그 문장을 접한 후에 타인을 원망하고 외부에 대해 절망했을 때 방향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고, 내 안의 많은 분노와 슬픔과 화가 일시에 사라지는 기적적인 경험을 했습니다.


주연: 나도 그 문장을 마음에 담은 뒤에 자극과 반응 사이에 선택의 시간을 갖게 됐습니다.


루나: 사람들이 내게 책을 많이 읽어서 좋은 점이 무엇이냐고 질문할 때 자극과 반응 사이에 간격이 생겼다고 말을 합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비폭력대화도 그 안에 포함돼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아울러 거친 언어를 사용하는 상대방의 욕구도 파악한다면, 정말 비폭력대화가 가능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주연: 비폭력대화는 연습하고 실천해서 체화되는 시간이 많이 필요합니다. 실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비폭력대화로 전달하고자 한다는 의도와 의식을 명료하게 갖는 것입니다.

기린 언어와 자칼 언어

루나: 마셜은 대화를 기린과 자칼로 설명하고 있는데 책에는 내용이 크게 다뤄지지는 않았습니다. 자칼 언어와 기린 언어를 설명해 주세요.


주연: 마셜은 비폭력대화를 기린과 자칼을 이용해 설명합니다. 자칼은 땅 위를 낮게 달리고, 시야가 좁고 직접 사냥해서 먹기보다는 남겨진 시체를 먹는 청소동물입니다. 새끼를 잘 돌보지 않는 특징도 있습니다. 그래서 ‘자칼 언어’는 단절의 의미, 옳고 그름, 좋고 나쁨을 쉽게 단정 짓는 대화법을 의미합니다. 이런 식의 자칼 언어는 분노, 죄책감, 수치심, 우울 등과 같은 감정으로 이어지고, 갈등, 공격, 방어 등의 행위를 하게 하고 자기 자신이나 다른 사람과의 이해나 소통으로 이어지기 어렵습니다. 자칼 언어는 판단, 평가, 진단, 분석, 강요, 명령을 중심으로 지배하거나 지배받는 힘의 대화입니다. 자칼 대화로 생각하고 듣고 말하는 건 쉽게 익숙해집니다. 


기린은 초식동물로 온순하지만 큰 심장과 사자를 죽일 수 있는 강력한 발차기를 할 수 있습니다. 목이 길어 멀리까지 내다볼 수 있고, 주위를 두루 내려다보기도 합니다. 평화로우면서도 쉽게 흥분하지 않는 마음과 자신을 지키는 힘을 가졌다는 의미에서 비폭력대화를 ‘기린 언어’라고 합니다. 기린 언어는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 존중, 감사, 사랑, 연민, 배려가 우리 마음을 채우도록 하는 대화입니다. 우리 안에는 기린과 자칼이 같이 머물러 있는데 자칼은 지치고 힘들 때 커집니다. 자칼이 공룡처럼 커졌을 때 빨리 알아차리고, 내 안의 기린을 찾아 보살핌으로써 나와 상대를 지켜야 합니다. 


루나: 우리의 마음 속에 자칼과 기린이 공존하고 있네요. 주의와 의도를 갖고 꾸준히 자기를 관찰하지 않으면 자칼에게 먹힐 수도 있겠습니다. 단절과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삶을 소외시키는 자칼 언어 대화들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주연: 도덕주의적인 판단을 하는 대화는 상대방이 한 말을 자신의 가치관을 기준으로 ‘맞다 틀리다, 좋다 나쁘다’고 판단하는 말입니다, 이 판단은 감정이 격앙되면 비난으로 연결됩니다. 아들이 1주일에 세 번 청소하기로 했는데 한 번만 청소했어요. 그때 내가 판단과 비난의 말을 합니다. “너는 너무 게을러.” “도대체 생각이 있어 없어. 나랑 약속이 우습니?” 그런데 이런 식의 대화는 상대방의 반응을 두 가지로만 기대하면 됩니다. 같이 비난하면서 공격하거나 또는 변명하거나입니다.


좀 더 강력한 비교와 강요, 당연시하기는 “네 친구 준이는 방 청소만 잘하는 게 아니야. 걔는 공부도 잘해. 방 청소 하나만 잘하라는데 그거 하나도 못해? 지금 당장 방 청소해.” 여기에 “네 방은 네가 정리하는 게 당연하지.” “부모는 희생하는 게 당연해.” “학생은 공부하는 게 당연하다.” “아랫사람은 윗사람에게 순종하는 게 당연하다.” 등과 같은 당연시하기는 ‘당연한 것을 하지 않았으니 처벌받는 게 마땅하다’로 연결돼서 “너 이런 식으로 하면 다음 달 용돈 뺀다”는 협박으로 이어집니다. 여기에 아들이 “엄마는 왜 툭하면 화내고 용돈 뺀다고 협박해요?” 공격해 들어오면 엄마는 이 상황을 만든 자신의 생각, 느낌, 행동에 대한 책임을 부정합니다. “네가 잘 해봐. 나도 이렇게 안 해.” “갱년기라서 그렇다.”

내 삶을 변화시킨 비폭력대화

루나: 일상생활에서 비폭력 대화를 실천하기 전과 후에 변화된 것이 있나요?


주연: 내 삶은 많은 변화가 있습니다. 여전히 연민을 방해하는 여러 형태의 대화로 실수하지만 이전보다는 빨리 깨닫고 기린 언어로 회복합니다. 비폭력대화를 하기 전에는 상대가 알아채고 해결해 줄 거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감정을 표출했는데 해결되는 일이 별로 없었습니다. 비폭력대화 책을 읽고 실천하면서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깊이 들여다보게 되고, 상대에게 구체적이고 긍정적인 행동 부탁을 하니까 그들이 좀 더 쉽게 행동하게 됐습니다. 이전보다 갈등이 훨씬 줄었고 친밀감과 신뢰감이 커졌습니다. 


루나: 책에 인상적인 내용 중의 하나가 마셜 어머니의 예화입니다. 마셜의 어머니가 마셜의 강연에 참석했는데 잠시 나갔다가 들어온 겁니다. 마셜이 물었어요. “어머니, 왜 그러세요?” 어머니가 대답하기를 “나는 한 번도 네 아버지에게 내 바람을 얘기해 본 적이 없구나.” 나는 마셜 어머니의 말에 아주 공감됐습니다. 우리는 자신의 바람이나 욕구를 상대방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이것이 오해의 씨앗, 불행의 씨앗이 되는구나’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루나: 이 책에서 가장 감동적인 문장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주연: ‘내가 부탁하는 것을 이 사람이 하는 이유가 무엇이기를 바라는가?’라는 질문입니다. 이 문장은 비폭력대화를 읽은 시기에 내가 비난과 강요로 범벅된 말들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줬습니다. 내 아이들에게 너무나 잔인하게 처벌적인 자칼 언어를 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아이들이 자율성과 주도성을 가진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면서 정작 그것들을 차단하는 언어를 아이들에게 쓰고 있구나’하고 깨닫게 해 준 문장입니다. 지금도 부탁할 때는 상대의 자율성과 주도성을 생각하면서 이 문장을 떠올리곤 합니다. 루나에게는 가장 감동적인 문장은 무엇이었는지도 말해주겠어요?


루나: 마지막쯤에 나오는데 마셜의 어머니가 했던 말입니다. ‘춤을 출 수 있을 때는 절대로 걷지 마라.’ 비폭력대화로 감사를 표한다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


주연: 관찰-욕구-느낌으로 루나에게 감사를 전하겠습니다. 어제 루나가 차편을 제공한다는 카톡을 보내줬을 때 이동을 고민하는 내 사정을 배려해서 도움을 주니 기쁘고 안심되고 감동받았습니다. 이 기회를 빌려서 진심으로 감사를 전합니다.


루나: 우리나라에 비폭력대화 재단이 있는 것으로 압니다. 소개해 줄 수 있나요?


주연: 책을 읽고 비폭력대화에 관심을 가지면서 우리나라에도 재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비폭력대화를 2003년 한국에 처음 알린 사람은 캐서린 한이라는 분입니다. 캐서린 한이 2006년에 설립한 한국NVC센터는 비폭력대화 창시자인 마셜 로젠버그가 설립한 CNVC의 한국 지역 조직이며, 비폭력대화의 정신을 배우고 실천하는 것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비영리 단체입니다. 갈등해결사업과 비폭력교육 지원사업, 치유와 회복사업, 국내외연대사업 등 모든 사람이 평화로운 관계를 이루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루나: 김주연 선생님에게 이 책은 어떤 책인가요?


주연: ‘내 목소리를 찾아준 책’입니다. 타인의 감정과 시선에 맞추는 게 나를 위한 것이라고 교육받았던 틀이 잘못됐다는 것을 깨닫고, 내 마음속 욕구에 관심을 갖는 동기가 됐습니다. 어떤 형태로든 부탁이라는 건 할 수 없었던 나에서 강요가 아닌 진정한 부탁의 의미로 요청할 수 있고, 거절을 받아도 고통스럽지 않게 다른 방법으로 다시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나도 내 목소리를 낼 수 있구나’하는 것을 알게 해 준 비폭력대화를 실천할수록 내면의 힘이 강해짐을 느낍니다.


루나: 비폭력대화를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주연: 비폭력대화는 ‘오뚝이’다. ‘연민으로 연결되기’에 집중하면 상대가 행동이나 말로 자극을 줘도 내 안의 힘을 중심으로 바로 서기 때문입니다. 


루나: 지금까지 자신 안의 기린을 잘 보살피고 기린 언어로 대화해 나가는 비폭력대화에 대해 함께 나눴습니다. 개인의 평화로 시작해서 세계의 평화까지 연결되는 비폭력대화이기를 바랍니다.


김주연 인문학협동조합 망원경 인문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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