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것들로 세상은 불안하다

이동고 기자 / 기사승인 : 2019-03-06 21:3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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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로 쓰는 자연 이야기
▲ 경주 양남면 나아리 해안가에서 본 무색무취의 저 평화로움이 우리를 불안하게 한다. ⓒ이동고 기자


미세먼지가 아주 심한 날이라고 뉴스는 벌써 떠들썩하다. 초미세먼지라는 말도 있으니 모든 것은 더 작게 쪼개질 수 있는 모양이다. 바다로 흘러 들어간 플라스틱마저도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플라스틱으로 계속 쪼개져 마침내 우리 몸속 핏줄을 타고 돈다고 생각하면 불안감은 높아진다.

미세먼지 공포는 공기청정기 시장의 매출 규모를 확 올렸다. 최근 4년간의 국내 공기청정기 시장 규모는 2016년에 100만 대 정도였던 것이 미세먼지 심각성과 공포로 2018년 250만 대로 급성장했다. 스웨덴 일렉트로룩스도 프리미엄 공기청정기를 내세워 가세할 전망이라고 하니 우리나라 사람들의 집단구매가 세계시장을 꿈틀거리게 만드는 모양이다.

지구환경 오염이 자본에게는 꼭 나쁜 일은 아니다. 문제가 있으면 금세 그걸 해결할 제품이 준비되어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구매 충동을 해소하는 데 더 열망하는지 모르겠다. 돈을 벌어 자기가 원하는 물건을 살 수 있는 자유와 즐거움이 우리 사회 최대 행복의 자리를 차지한다.
세상을 오염시킨 인간의 몸도 같이 오염되는 것은 당연히 받을 업보라는 생각을 하다가도 이왕이면 건강하게 살자고 유기농, 친환경에 목을 맨다. 실내라고 안전하랴. 움직일 때마다 초미세먼지들이 주변에 떠다닐 것이다.

경주 해파랑길, 지난 주말 바다가 접한 곳은 좀 나을 것이라 생각해 경주 양남면 나아리 해변을 목적지로 버스를 탔다. 나아리 해변은 아주 평화로웠다. 가족들 캠핑이 가능한 솔밭공원도 있고 자잘한 돌로 이뤄진 부드러운 곡선 해안에는 강태공들이 낚시에 열중하고 있었다. 가족으로 보이는 사람들은 매트를 깔고 먹을 것을 풀어놓고 이제 별로 차지 않은 봄바람을 맞으며 맛있게 먹고 있었다. 모든 게 평화로워 보였다. 그 뒤를 배경으로 보이는 캔두형 월성 핵발전소와 또 그 뒤로 보이는 높은 송전탑들만 보이지 않는다면.

3년 전만 해도 나아리 해변에는 반쯤 쳐진 해안 철조망이 있어 사람 출입을 막았다. 1급 보안시설이라 접근금지를 알리는 표지판은 그대로 있지만 원자로와 가까운 해안인데도 사람 출입을 막고 있진 않았다. 이곳이 고향인 사람이 있어 물어보니 해안길을 따라가면 저 원자로 담장 근처까지 가도 막지를 않는다고 한다. 그렇게 나아리 해안은 평화로웠다.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난 후 2년 만에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50km 떨어진 요츠크라 해수욕장이 개방됐다. 도쿄전력은 사고가 나도 핵발전은 안전하다는 홍보 효과를 노렸을 것이다.

80년대 초에 고리원전을 지키는 전경으로 근무했던 가까운 친척 형이 있었다. 형은 고리원전 배수구에서 잡은 물고기라며 아주 큰 물고기를 꾸들꾸들하게 말려 간혹 가져왔다. 냉각수로 사용된 바닷물은 자연 해수보다 7~9도(℃) 정도 높아진 상태로 배출되는데, 이 온배수에 물고기들이 몰렸던 것이다.


환경단체들은 원전 배수구에는 온배수 외에 원자로 내의 검사·보수공사 후에 기기를 세척한 폐액 등이 포함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런 액체폐기물은 여과·증발·농축 등의 처리 후에 방사능 농도를 낮춰 바다로 배출하는데, 온배수와 액체폐기물이 같은 취수구를 통해 배출되는 만큼 방사성물질과 화학물질이 전혀 없다고는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배수구에는 따개비, 홍합, 굴 등 관로에 흡착하는 생물이 많아 예방처리에도 알 수 없는 화학물질이 사용된다.
현재 국내 핵발전소는 온배수를 이용해 지역주민의 양식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핵발전소 내 식당에는 양식한 물고기를 회로 먹는 식단이 준비되고 있다고 한다. 온배수를 완벽히 정화처리 할 것으로 믿는 수밖에 없다. 그 안 사정은 정보도 부족하고 잘 알 수도 없는 무색무취의 공간이다.

입수구는 어떨까? 영광 한빛원전 조사에 따르면 필요한 바닷물을 빨아들이는 과정에서 취수구 스크린에 충돌해 폐사하는 치어(어린 물고기)가 하루 평균 30만 마리에 이른다고 한다. 폐사한 치어들은 인근 청소용역업체가 수거해 사료 등으로 사용하고 있다. 물론 수심이 상대적으로 깊은 월성핵발소와 단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취수구는 바닷물고기들의 홀로코스트 현장이라 볼 수밖에 없다.

2016년 나아리 이주대책위원회가 민간환경감시기구에 주민들 40명의 소변검사를 의뢰한 결과,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가 모두 검출됐다. 식수와 음식물 외에도 공기 오염을 의심할 수 있겠다. 하지만 삼중수소도 무색무취다.

보이거나 감지할 수 있는 것은 싸우거나 도망갈 수도 있겠지만 무색무취의 보이지 않는 것들이 가장 공포스럽다. 괴기영화처럼 말이다. 벌써 후쿠시마 핵사고가 난 지 8년이 흘렀다.  

 

이동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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